[spotlight] 방탄소년단│① “우리 가사로 우리 세대 이야기를 하겠다”

2013.07.18
시작부터 직구다. 다짜고짜 ‘얌마 네 꿈은 뭐니’라며 듣는 이를 도발하더니, ‘너의 길을 가라고 단 하루를 살아도 / 뭐라도 하라고 나약함은 담아둬’라고 단호하게 외친다. 지난 6월, 타이틀곡 ‘No More Dream’을 들고 나타난 그룹 방탄소년단은 꿈꾸지 않는 아이들을 향해 돌직구를 날렸다. 그래서 랩 실력이 남다르다거나, 퍼포먼스가 화려하다는 말은 이 팀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되지 못한다. 스물 둘부터 열일곱까지, 10대와 20대가 고루 섞여 있는 이들의 진짜 무기는 비트 위에 직접 써내려간 가사 그 자체다. 데뷔까지의 과정을 요약하며 ‘나만치 해봤다면 돌을 던져’라고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We Are Bulletproof Pt.2’나 페이스북이라는 소재로 이별의 감정을 그려내는 ‘좋아요’ 등 첫 싱글 앨범 <2 COOL 4 SKOOL>에는 그 나이 또래의 목소리가 가득하다. 심지어 데뷔 전 공개했던 몇 곡의 믹스테잎 역시 졸업 후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거나, 성인이 된 기분에 혼란스러워하는 지극히 보편적인 청년들의 이야기였다. “다음엔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 부담도 있지만, 저희의 이야기니까 충분히 공감하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랩몬스터) 아직 소년티를 벗지 않은 일곱 멤버들의 얼굴에는 여전히 앳된 기운이 남아있다. 하지만 길게는 3년, 짧게는 1년 동안 무대에 설 순간만을 기다리며 힙합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온 이들의 태도만큼은 제법 단단하다. 다음은 단 한 순간도 지루하지 않았던 방탄소년단과의 인터뷰다. 더불어, 한 명 한 명의 얼굴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시시콜콜한 멤버별 정보도 확인가능하다.

방탄소년단

① “우리 가사로 우리 세대 이야기를 하겠다”
② 랩몬스터, 슈가, 제이홉's story
③ 진, V's story
④ 지민, 정국's story

 

지민, 슈가, 정국, V, 제이홉, 진, 랩몬스터. (왼쪽부터 아래에서 위로)
데뷔, 그리고 회식
데뷔 후 약 한 달이 지났다. 데뷔 전과 비교해 여러모로 달라진 걸 느끼나.
지민
: 연습생 때는 조금 미룰 수도 있었던 걸 이제는 미룰 수가 없다는 거? 예전에는 ‘뭐, 내일 하지’ 그러기도 했지만, 지금은 오늘 하지 않으면 큰일 난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 열심히 하게 된다.
랩몬스터: 그리고 활동하는 게 이 정도로 힘들고 어려운 일인 줄 몰랐다. 새벽 3, 4시에 일어나서 리허설, 드라이 리허설, 본방 다 하고 다른 분들에게 인사까지 하고 나면 하루가 다 가는 거다. 무대 위에 서는 3분을 위해서 하루를 써야한다는 걸 알게 됐다. 
 
오랫동안 연습생이었던 멤버들도 있어서 첫 방송의 의미가 더 크게 느껴졌겠다.
슈가
: 사실 첫 방송 전날 쇼케이스를 했다. 그 날 연습생 시절부터 함께 해온 신인개발팀 누나들이 다 우시는 바람에 우리도 따라서 펑펑 울었다. 그러고 나니 첫 방송이 끝난 후엔 단 한 명도 울지 않더라. 얼떨떨하기만 했던 것 같다. 
 
자축의 의미로 회식을 하진 않았나. (웃음)
랩몬스터
: 반 년 전에 우리 블로그에 ‘흔한 연습생의 크리스마스’라는 노래를 올린 적이 있다. 그 곡에 ‘회식 한 번’을 간절하게 외치는 가사가 있었는데, 우리가 데뷔한 후에도 회사에서는 모른 척 하시더라. 달라지는 게 없었다. (웃음) 회식은 나중에 우리끼리라도 하려고 한다. 이상적인 건 거하게 고기를 먹는 거다. 소고기를 1인당 6인분씩 먹거나, 등심이 먹고 싶으면 회사 허락을 받지 않고 바로 ‘이모, 여기 등심 주세요’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거. 앞으로 열심히 해서 꼭 등심을 먹고 싶다.
: 음료수도 시켜 먹고 싶다. 지금 식단 조절 때문에 탄산음료를 못 마시고 있다.
슈가: 아마 음악 순위프로그램에서 1위를 하면 마음껏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신인이지만 다들 무대 위에서 그다지 긴장하지 않는 것 같던데, 실수를 한 적도 있나.
정국
: 최근에 Mnet <엠카운트 다운>에서 춤을 추는데 모자가 덜렁거리는 게 느껴졌다. 결국 마지막엔 머리 모양이 어떻게 나오든 신경 쓰지 않고 모자를 던져버렸다.
지민: 그래도 멋있게 나왔다. 나도 다음엔 실수인 척 하면서 던져야겠다. (웃음)
슈가: 그런 돌발 상황을 대비한 연습도 다 했었다. 모자가 날아가면 발로 차거나, 들어서 던진다거나 하는 식으로. 계속 모니터링을 하면서 많이 연습했기 때문에 실수하는 모습을 보신 분들도 대처를 잘 했다고 말씀해주시더라. 물론 회사에서는 엄청 혼났지만. (웃음)

 

지민, 정국.
< 2 Cool 4 Skool >
앨범 이야기를 해보자. 싱글 앨범인데 인트로, 스킷, 아웃트로까지 충실하게 들어가 있다.
랩몬스터: 우리가 힙합 그룹과 아이돌이라는 정체성 사이에서 어느 정도는 타협을 했지만, 할 수 있는 선에선 최대한 힙합적인 구성과 요소를 보여주려고 했다. 보컬 라인 친구들까지 랩을 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우리는 힙합 하려고 나왔다’는 걸 어필하려고 한 거다. 
 
‘No more dream’이 타이틀곡으로 정해지는 과정은 어땠나.
지민
: 형들이 고생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어느 정도인지는 몰랐다. 그래서 노래가 딱 나왔을 때는 그냥 ‘좋다, 괜찮네’라고 생각했다. 녹음도 마냥 즐겁게 했는데 알고 보니 스무 번 이상 가사를 썼다 지웠다 했다고 하더라.
슈가: 제일 처음에는 (‘No More Dream’과 같은 트랙에) ‘취향 존중’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가사를 써 갔는데, 방시혁 PD님이 ‘이건 너네한테 어울리는 가사가 아니다’라고 하셨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다보니 타이틀곡 파일 제목이 1에서 시작해 29까지 갔다. 랩몬스터와 나는 작업실에서 종이를 막 던지고 찢고 난리도 아니었다. (웃음)
랩몬스터: 처음에 비트를 받았을 때는 ‘이거다, 이거면 다 때려 부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해보니 엄청난 고전이었다. 내가 생각했던 그림이 안 나오는 거다. 요즘 트렌드도 있고, 우리 이야기를 하면서 동시에 래퍼로서의 능력도 보여줘야 하는데 그걸 고작 여덟 마디에 담으려고 하니 정말 힘들었다. 타이틀곡에 미운 정, 고운 정 다 든 느낌이다.  
 
앨범 수록곡들을 한 곡 한 곡 들어보면, 또래 이야기를 담기 위해 노력한 게 느껴진다.
슈가
: 타이틀곡이든 ‘We Are Bulletproof Pt.2’든, 멤버들이 다 같이 공감하는 주제에서 시작했다. 우리들의 이야기를 써야 우리 세대가 공감하고 음악으로 교감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랩몬스터: 10대와 20대를 대신해서 또래의 이야기를 쉽게 전한다는 것이 방탄소년단의 슬로건이다. 수록곡 중 페이스북에서 ‘좋아요’ 버튼이 상징하는 의미와 그에 대한 감정을 담은 ‘좋아요’라는 노래가 있다. 이 곡 역시 SNS로 소통을 많이 하는 우리 또래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주제로 가사를 쓴 거다. ‘니가 올리는 모든 사진마다 좋아요 남발하는 처음 보는 저 남자 누구야’ 이런 식으로. 
 
가사를 주로 쓰지 않는 멤버들은 어떤 식으로 영감을 전달해줬나.
지민
: 경험 같은 것만 간단하게 알려주곤 했다. 가령 요즘 내 또래 친구들은 꿈이 없다는 것, 혹은 어떤 노력도 하지 않고 미래에 대해 막연하게 생각한다는 등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슈가: 나는 이미 20대가 되었는데 10대의 감성에 대한 가사를 써야 하니까 지민이나 정국이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들으려고 했다. 작업하다가 가사가 안 풀리면 같이 밥을 먹으면서 “네 친구들은 뭐 하고 싶어 하냐?”라고 물어보기도 했다.
랩몬스터: 주제는 하나여도 사람마다 경험이 다르다 보니, 그런 감정들을 하나하나 다 들어보려고 한다. ‘이런 면도 있구나, 그렇게 볼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진,V.

방탄소년단의 탄생
이렇게 한 팀이 되었지만, 서로 처음 만났을 땐 어땠나.
지민
: 지난해 5월 말 쯤 서울에 처음 올라왔는데, 제이홉 형이 숙소 앞으로 마중을 나왔다. 캐리어를 끌고 가면서 멀뚱멀뚱 주위를 둘러보고 있는데 옆집 형처럼 친근하게 생긴 분이 “혹시... 지민 씨...?”라고 말을 걸었다.
제이홉: 그 때 지민이 참 귀여웠는데.
V: 나는 형들이 베레모를 쓰고 목걸이를 낀 채 음악을 들으며 작업 중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몰래몰래 슬금슬금 들어가서 인사하려고 했는데, 형들이 자고 일어난 모습으로 나를 맞더라. (웃음) 제이홉 형은 머리가 붕 뜬 상태로 “안녕하세요” 이러고, 랩몬스터 형은 특이한 안경을 끼고 있었던 기억이 난다. 
 
성격이나 성장환경이 다른 사람들이 같은 공간에서 생활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슈가
: 다 같이 한 방에서 생활을 하다 보니 처음에는 청결이나 정리정돈 문제에 예민했다. 정해놓은 규칙을 어기면 한 번에 천 원씩 벌금을 받기도 했는데, 신기하게도 벌금제를 시작하자마자 어기는 사람이 싹 없어졌다. 지금은 서로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정리하고 있어서 숙소가 더럽진 않다. 그리고 각자의 침대는 각자의 영역이기 때문에 절대로 침범하지 않는다는 게 우리의 원칙이다.
: 사실 벌금 내야할 사람 목록이 아직 내 휴대폰에 남아있다. 만 팔천 원 정도 되는 벌금을 세 명이 내지 않았는데, 누군지는 다음 기회에 공개하겠다. (웃음) 
 
생활면에서도 그렇지만, 힙합 그룹으로서의 조율 과정도 필요했을 것 같다. 힙합에 익숙하지 않은 멤버들도 있었으니까.
: 내 경우엔 힙합을 듣는 건 좋아했지만, 일상생활에서 왜 힙합스럽게 다녀야 하는지 이해를 잘 못 했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 나는 20년을 살아오는 동안 항상 바르게 걸어야 한다고 배웠는데, 다른 친구들은 껄렁껄렁하게 걸어야 멋있는 거라고 하니까. (웃음) 그런데 같이 지내다보니까 점점 멋있어 보였다. 자연스레 힙합에 가까워질 수 있었던 것 같다.
V: 랩몬스터 형이 개인적으로 노래를 많이 추천해줬다. 아침에 학교 갈 때마다 리스트를 뽑아주더라. 들어보니까 다 좋았다. 연습실에 가서 그런 음악들을 찾아 듣는 재미로 반 년 넘게 몰입할 수 있었다.
랩몬스터: 작업실에서 비트를 틀어놓고 멤버들에게 ‘네 이름 소개라도 좋다. 한 글자라도 랩처럼 써봐라’라고 말했다. 숙소에 있을 때도 항상 BGM으로 힙합 음악을 틀어놓고. 그래서 타이틀 작업을 할 때쯤엔 다들 힙합 그루브 같은 걸 받아들일 수 있게 됐던 것 같다.
 

힙합 하는 아이돌
지금은 각자 힙합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슈가
: 솔직함의 문화라고 생각한다. 나는 돈이 많고, 내 목걸이는 금이라고 자랑하는 게 아니라 우리 세대, 우리 나이대의 생각을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장르인 거다. 그리고 힙합은 다른 장르에선 곡 전체에 들어갈 가사가 열여섯 마디짜리 Verse 하나에 랩으로 몽땅 들어가기 때문에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이 길다. 다른 장르에 비해 남들을 감동시킬 시간이 좀 더 있는 거라고 할 수 있다.
제이홉: 나는 춤을 추면서 힙합 음악을 들었다. 듣다 보면 신이 나더라. 힙합이란 것 자체가 즐길 수 있는 장르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들으면서 리듬을 탈 수 있는 음악인 거지.
V: 다른 장르에서는 한 곡 안에서 한 사람의 이야기를 하지만, 힙합은 각자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 곡 안에 넣을 수 있는 것 같다.
지민: 힙합 음악을 들은 지도, 문화를 접한 지도 얼마 안돼서 분명하게 설명하긴 힘들지만, 자기 이야기로 다른 사람의 공감을 불러일으켜 멋을 느끼게 하는 것 아닐까 싶다. 다른 분들이 흔히 이야기하는 ‘전투력 상승 음악’이랄까. (웃음) 
 
힙합을 하는 팀인 동시에 아이돌이기 때문에 정체성에 대한 혼란이 올 수도 있다. 해결 방법을 생각해본 적이 있는지 궁금하다.
랩몬스터
: 하루에도 수십 번씩 그 생각에 부딪힌다. 나는 아이돌인가 아티스트인가, 만약 둘 다라면 그건 어떤 것인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고 사람들은 날 어떻게 바라볼까. 이런 것에 두려움이 많고, 앞으로도 이 혼란이 사라질 것 같지는 않다. 다만, 우리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책임져야 하는 것도 두 배라고 생각한다. 남들이 제시하는 기준에 어느 정도 맞춰가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도 해야 하는 거다. 합의점을 찾아가는 과정을 겪으면서 성숙해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슈가: 나 역시 여기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는데, 답이 나왔다. 정체성 혼란이 오면 오는 대로 가사를 쓰면 된다. 그냥 우리가 느끼고 있는 감정을 솔직하게 보여주면 될 것 같다. 부담이 있는 만큼 자신도 있다. 
 
그렇다면 힙합을 하는 사람으로서 각자 살아가고 싶은 방향도 있을까.
제이홉
: 틀에 얽매이지 않는 삶을 살고 싶다. 예를 들면 빈지노 선배님. 정말 멋있게 사는 분인 것 같다. 나 역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즐기면서 사는 사람이 되고 싶다.
정국: 굉장히 자유롭게, 내 음악을 하면서 살아가고 싶다.
: 딱히 과하게 치장하지 않고 뭐든지 나한테 알맞게. 눈에 띄는 걸 크게 좋아하지 않아서 나만 반짝반짝 빛난다거나 하면 별로일 것 같다.
슈가: 다들 공통적으로 공감하는 게 있다. 무지 티셔츠를 입어도 멋있는 사람, 명품을 입지 않아도 명품처럼 보이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
랩몬스터: 멋을 내는 사람이 아니라 멋이 나는 사람이었으면 하는 거다.

스타일리스트. 이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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