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tlight] 한주완│① 당신의 배우를 소개합니다

2013.10.02

① 당신의 배우를 소개합니다
② 한주완's story
③ 포토갤러리

 



“그에게서는 언제나 비누 냄새가 난다.” 영원한 첫사랑의 상징, 청신한 청춘, 강신재의 소설 <젊은 느티나무>의 첫 문장이 문득 떠오른다. 반듯한 이목구비에 짙은 눈망울, 높지도 낮지도 않게 안정된 톤으로 울리는 목소리까지 배우로서 무기가 될 장점들을 두루 갖췄다. KBS <왕가네 식구들>의 최상남 역으로 대중에게 막 사랑받기 시작한, 하지만 독립영화 팬들 사이에서는 이미 보석 같은 배우로 기대를 모으던 이 청년의 이름은 한주완이다.

청춘, 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엔 사실 어린 나이는 아니다. “남들에겐 의무 교육이 저한테는 선택 교육이었다”고 웃음을 터뜨리는 그는 앳된 외모와 달리 올해 서른, 친구들과 노는 게 마냥 즐거워 공부는 뒷전이었고 고등학교도 간신히 졸업했다. 최상남은 하릴없이 방황하는 동네 꼬맹이 왕대박(최원홍)에게 “시시한 인생을 살지 않으려면 꿈이 있어야 하고, 너의 꿈을 위해서라면 부모님을 마음껏 울려도 좋다”고 충고했지만 정작 한주완이 꿈을 찾은 것은 군대까지 마치고 돌아와서도 여전히 친구들과 노는 데 빠져 있던 스물넷의 어느 날이었다. “몇 년 동안이나 똑같은 날들이 반복되니까 점점 불안해지고 과연 ‘이런 게 진짜 재미일까’ 의문이 들었어요. 고민 끝에, 단순한 쾌락이나 욕망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평생 내가 제일 사랑하고 잘할 수 있으면서 좋은 의미로 공유될 수 있는 일을 찾게 해달라고 기도했어요.” 친구의 권유로 무작정 서울예대 연극과 입시를 준비했고, 스물다섯에 신입생이 된 그는 꿈을 찾게 되면서 더 이상 불안하지 않아졌다. 그리고 노점상 단속에 맞서다 분신한 아버지를 대신해 떡볶이 장사를 하려는 고등학생(<소년 마부>), 자동차 보험 사기범을 비슷한 방식으로 등치는 오토바이 청년(<부서진 밤>), 자신을 마음에 두었다는 사실을 감추려 하는 남자 선생님에게 저돌적으로 애정을 표현하는 고등학생(<지난여름, 갑자기>) 등 현실감 있는 캐릭터의 결을 보다 섬세하게 그려낼 수 있었던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연기가 아닌 경험들 덕분이었다. “연극과를 졸업하고 돈을 벌기 위해 닥치는 대로 일을 했어요. 인테리어 기사이신 아버지를 따라 막노동판에도 종종 다녔고, 노량진에서 활어를 나르거나 남대문 시장에서 커피를 배달하기도 했는데, 그러면서 저도 모르게 타인의 삶이 가진 질감이나 밀도를 좀 더 배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연대의식, 사회 질서와 인간 존엄성, 연기에 있어서의 허구와 실제 등 어떤 주제에 대해서든 가볍지 않은 사유의 흔적을 드러낸다는 면에서 한주완은 생각이 많은 사람이지만 결코 지루한 남자는 아니다. 배우가 연기를 하는 것만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으로서 나름의 역할을 하는 과정을 통해 유기적인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다고 믿는다는 그는, 매끈한 스타의 얼굴 대신 드물게 선명한 자아를 지녔다. 물론 “세상을 바꾸는 것보다 이 세상에서 나 자신이 바뀌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는 그가 얼마나 높은 곳까지 오를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무엇을 예상하든 이 배우가 그 너머를 보여줄 거라는 기이한 믿음이다.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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