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만도 양현석도 아닌 윤종신

2013.11.06

윤종신은 현재 한국에서 SNS를 가장 잘 활용하는 제작자다. 그의 트위터 팔로워 숫자가 51만 명을 넘기고, 매달 발표 중인 싱글 <월간 윤종신>이 유튜브와 앱 등을 통해 공개되고 퍼져서만은 아니다. 그는 SNS에서 중요한 것은 관계 그 자체를 맺고 전파하는 방식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윤종신이 제작한 김예림의 노래 ‘Voice’의 티저 영상에서 그는 SNS로 유희열, 정재형 등을 불러 노래의 아이디어를 모은다. 그 과정에서 그들이 보낸 목소리는 ‘Voice’에 실렸다. <월간 윤종신>부터 최근의 김예림과 박지윤까지, 윤종신이 제작한 콘텐츠는 사적인 관계가 반영되고, 그 과정은 SNS를 통해 중계된다.

그가 세운 기획사 미스틱89는 이 관계들을 사업으로 보여주는 것과 같다. 소속 뮤지션 조정치와 하림은 오랜 음악적 동료고, 김예림, 도대윤, 김정환은 Mnet <슈퍼스타 K>를 통해 알았다. 영화와 드라마 감독 장항준과 그의 아내 김은희 작가는 오랜 친구 사이다. 김예림과 박지윤의 곡에는 김광진부터 프라이머리까지 알고 지내던 선후배들이 참여했다. 그리고, 김예림의 ‘All right’과 박지윤의 ‘미스터리’는 발표 직후 모든 음원 차트에서 1위를 기록했다. 김예림과 박지윤은 걸 그룹도 아니고, 드라마 OST를 부르지도 않았다.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춤을 추거나 폭발적인 열창을 하지도 않는다. 미스틱89가 그들을 대대적으로 홍보할 만큼 큰 회사도 아니다. 대신 ‘All right’은 김예림의 저음이 가진 독특한 질감을 전달하는 데 집중하고, ‘미스터리’는 힙합과 재즈와 가요 사이의 어디쯤에서 박지윤의 도도한 목소리를 부각시킨다. 남자에게 섹시함을 강조하거나 애교를 떨지 않는 여자. 김예림과 박지윤은 현실에서는 가장 많지만, 가요계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여성의 캐릭터로 성공을 거뒀다.

윤종신의 소셜 네트워크가, 그것을 활용하는 제작자 윤종신의 역량이 빛나는 것은 이 지점이다. <월간 윤종신>에 참여한 김현철, 윤상 등은 1990년대 발라드를 대표하고, 김예림과 박지윤의 앨범에 참여한 페퍼톤즈, 조휴일 등은 인디 씬의 록 뮤지션들이다. 최근 영입한 김연우와 뮤지 역시 요즘 흥행하기 쉬운 조건을 가진 뮤지션들은 아니다. 김예림의 음악에는 포크, 록, 재즈 등 한국에서 성공하기 쉽지 않은 장르들이 섞여 있다. 윤종신이 지난 몇 년간 손댄 음악들은 비주류거나, 비주류로 밀려나고 있는 장르와 스타일이다. 윤종신에게 인간관계는 음악적인 출발점이자 음악을 하는 방식이며, 그는 결국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만드는 음악들로 미스틱89를 성장시켰다.

윤종신이 이 모든 것을 계획하고 행동했을 리는 없다. 오히려 이것은 신념의 문제다. 적자를 보는 <월간 윤종신>을 계속 발표하는 신념. 그런 와중에도 예능 프로그램을 하며 웃음과 진지함을 동시에 가져갈 수 있다는 신념. 그 신념들 위에 제작자로서 자신의 취향을 더 큰 판으로 벌리려는 또 다른 신념. <월간 윤종신>부터 커버와 뮤직비디오를 비주얼 디렉터들에게 맡기면서 ‘미스터리’처럼 음악의 리듬을 그대로 편집으로 살린 감각적인 뮤직비디오가 나왔고, 예능과 음악 양쪽을 오가다 보니 <슈퍼스타 K>에서 김예림 등을 발굴할 수 있었으며, 김예림과 박지윤은 그가 진행하는 MBC <라디오 스타>에 출연하며 홍보를 할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을, 윤종신은 자본과 시스템 대신 자신이 번 돈을 투자하고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맺는 방식으로 진행시킨다. 음악인 윤종신이 형성한 관계로 만들어낸 음악을 예능인 윤종신이 맺은 관계를 통해 알린다. 예능과 음악, 또는 장필순부터 김구라까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었던 그의 활동과 인맥이 제작자 윤종신을 통해 합쳐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가 형성한 꽤 큰 관계망은 점차 하나의 시장을 형성한다. 윤종신이 직접 작곡한 ‘All right’과 프로듀싱을 맡은 ‘미스터리’는 모두 몸을 조금씩 흔들 수 있는 바운스를 담고, 가수의 음색을 강조한 짧고 직관적인 멜로디로 대중이 쉽게 다가갈 수 있게 만든다. ‘All right’처럼 우울하거나, ‘미스터리’처럼 세련되고 쿨한 감성이 대중적인 어법과 더해져 더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였다. 그것은 윤종신이 객원가수로 데뷔했던 015B부터 이적, 윤상, 김동률, 유희열 등 1990년대 가장 세련된 음악들을 만들던 일련의 싱어송라이터가 표현한 도회적인 감성과 맞닿아 있다. 점점 주류에서 밀려나던 그 감각과 정서를, 윤종신은 발라드의 전성기와는 다른, 현재의 바운스를 더한 자신의 방식으로 시장 안에 되돌려 놓는다.

1990년대의 음악들을 기억하던 사람들, 너무 울기만 하는 가요와 지나치게 쿨한 팝 모두 듣기 불편한 사람들, 판타지만 있는 아이돌과 우울한 인디의 중간을 찾는 사람들, 자신의 정서적 고향이 홍대의 어디쯤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분명히 존재하지만 음악 산업에서는 좀처럼 구체화되지 않았던 그 시장이, ‘All right’이나 ‘미스터리’를 통해 유의미한 결과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1990년대의 음악들을 들었던 음악 팬이, 뻔하지 않은 음악들을 찾고 있는 지금의 리스너들이 가장 쉽게 피신할 수 있는 영역. 윤종신은 그 시장을 만들 가능성을 얻었다. 윤종신이 이수만과 양현석의 시장을 가져올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이 지금 윤종신이 만들어가는 영역을 뺏어가지도 못할 것이다. 남은 것은 그의 소셜 네트워크가 만든 음악 속으로 얼마나 더 많은 팔로워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가일 것이다. 참고로, 이수만은 과거 예능감이 좋은 뮤지션이었고, MC였다. 누구도 미래는 속단할 수 없는 법이다.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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