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 늦게 도착한 스파이더맨

2014.05.07

*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의 중요한 내용이 있습니다. 영화를 안 본 분들은 읽지 마세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의 피터 파커(앤드류 가필드)는 어린 시절 부모가 죽었고, 다시 삼촌이 죽었다. 숙모 메이(샐리 필드)가 간호사 공부를 시작할 만큼 집안 사정은 나빠졌고, 스파이더맨이 된 뒤에는 거의 매일 생명의 위협에 시달린다. 오직 여자친구 그웬 스테이시(엠마 스톤)만이 자신의 정체를 알고, 감싸 안는다. 그러나, 원작 만화에서 이미 정해진 결말. 그웬 스테이시는 죽는다. 

“한 번 행복하면 두 번 불행하게 하라.”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의 마크 웹 감독은 원작자 스탠리가 스파이더맨에 관해 했던 말을 충실히 지킨다. 행복했던 로맨스는 비극이 되고, 해리 오스본(데인 드한)과의 우정은 그가 자신의 숙적 그린 고블린이 되는 이유가 된다. 결국 그웬 스테이시는 스파이더맨과 그린 고블린이 싸우던 중 죽는다. 슈퍼 히어로의 사랑과 우정이 블록버스터 액션과 함께 펼쳐지며 산산조각 난다.

마크 웹 감독은 데뷔작 <500일의 썸머>에서 일과 사랑 모두 쉽지 않은 청년이 인생의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그렸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는 그 청년에게 거미 인간의 가면을 씌운 것과 같다. 피터 파커는 자신의 정체가 밝혀지면 여자친구의 목숨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만남이 계속될수록 고민은 깊어진다. 연인과 데이트 한 번 마음껏 할 수 없다. 스파이더맨일 때는 미디어가 활약상을 중계하는 슈퍼스타. 하지만 누구도 시민을 구하느라 더러워진 코스튬을 옷장 안에 집어넣으며 한숨짓는 청년은 모른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피터 파커와 그웬 스테이시가 문학 수업을 듣는 것으로 끝났다. 그 때 교사는 문학이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된다고 말한다. 마크 웹 감독은 2편에서 로맨스를 통해 그 답을 찾는다. 로맨스가 피터 파커의 불행에 가장 중요한 이유이자 그의 내면을 이해하는 필터가 된다. 마크 웹 감독은 원작 캐릭터 특유의 수다까지 옮겨올 만큼 원작의 분위기를 내면서도 그것을 자신의 방식으로 소화했다. 그 점에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는 스탠 리나 제작사 소니가 아닌 마크 웹 감독의 작품이다. 다만, 이것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가 뛰어난 슈퍼 히어로물이라는 것과는 별개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와 <스파이더맨 2> 모두 로맨스를 다루지만 그것이 작용하는 방식은 다르다.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 2>에서 피터 파커(토비 맥과이어)의 여자친구 메리 제인(커스틴 던스트)이 출연한 연극의 제목은 “진지함에 관하여”다. 샘 레이미 감독은 이 말을 충실히 이행한다. 스파이더맨 생활은 그가 그나마 하던 피자 가게 아르바이트마저 관두게 한다. 싸움도중 입는 부상은 수많은 상처를 입힌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의 피터 파커는 스파이더맨의 능력을 이용해 그웬 스테이시에게 거대한 이벤트를 벌인다. <스파이더맨 2>는 피터 파커가 메리 제인을 두고 시민을 구하러 가는 것으로 끝난다. 샘 레이미 감독도 로맨스를 중요하게 다뤘지만, 그는 그 로맨스에도 스며드는 슈퍼 히어로의 고민에 진지하게 접근한다. 마크 웹 감독은 이 지점을 놓쳤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에서 라이노(폴 지아마티)는 거리에 총을 난사하고, 스파이더맨에게 이를 가는 악당이다. 하지만 그는 스파이더맨이 아이와 대화하는 동안에는 공격하지 않는다. 피터 파커는 직접 스파이더맨의 사진을 찍어 언론사 데일리 뷰글에 팔아야할 만큼 궁핍하지만, 악당 일렉트로(제이미 폭스)에 대비하기 위한 실험은 계속할 수 있다. 무슨 일을 하는지도 정확히 묘사되지 않는다. 메이의 대사가 아니면, 그가 얼마나 가난한지 알기 힘들다. 샘 레이미 감독은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통해 궁핍이 슈퍼 히어로로서의 활약을 관두게 만드는 현실을 보여줬다. 마크 웹 감독도 자신의 방식으로 피터 파커를 설명했다. 하지만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에서는 누구보다 불행한 슈퍼 히어로가 악당과 싸우면 구경꾼들이 우루루 몰리고, 아이가 슈퍼 히어로와 악당의 싸움 한가운데로 들어온다. 마크 웹 감독은 피터 파커가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세계를 진지하게 설계하지 못했다.

그래서, 마크 웹 감독이 던진 “나는 누구인가”라는 제목은 다시 그에게 “슈퍼 히어로 영화란 무엇인가”로 되돌아간다. 원작의 불행도, 액션도, 수다도 꽤 성공적으로 가져왔다. 흥행도 그럭저럭 될 것이고, 데인 드한을 스타로 만들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좋은 오락물일 것이다. 하지만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배트맨 비긴즈> 전체를 통해 배트맨 한 명이 고담시의 범죄율을 낮추는 방법을 진지하게 설득했다. <다크 나이트>가 슈퍼 히어로가 등장하는 진지한 느와르가 될 수 있었던 이유다. 마블 스튜디오는 아예 하나의 거대한 세계관 속에서 여러 편의 슈퍼 히어로물을 제작 중이다. <아이언맨>부터 <어벤져스>의 여정을 통해 마블 스튜디오는 슈퍼 히어로와 일반인이 섞여 사는 것이 당연한 세계를 창조했다.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저>에서 캡틴 아메리카, 스티브 로저스(크리스 에반스)가 정보조직 쉴드의 배신자를 찾는 과정은 <본 아이덴티티> 같은 첩보물에 가깝다. 다만 비행기에서 뛰어내려도 아무 문제없는 슈퍼 히어로가 주인공이다. 슈퍼 히어로의 액션이 현실적인 스토리와 위화감 없이 결합한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같은 뛰어난 감독이 만들던 것을, 마블 스튜디오는 제작사 단위에서 만든다. 한마디로,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슈퍼 히어로 영화에서 세계관이 중요해졌고, 그 세계관을 통해 슈퍼 히어로 영화가 새롭게 변하고 있다. 마크 웹 감독은 분명히 전편보다 나은 속편을 만들었다. 다만 세상에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에 비해 잘 만든 작품들이 너무 많아졌다. 괜찮기는 하지만, 많이 늦게 나온 오락물. 역시 피터 파커는 불행할 수밖에 없나보다.




목록

SPECIAL

image 며느라기

MAGAZINE

  • imageVol.171
  • imageVol.170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