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 아냐?”라는 질문에 대답하는 법

2014.07.23

지난 7월 8일, 뮤지컬 <프리실라> 프레스콜에서 드랙 차림으로 마돈나의 ‘Material Girl’을 공연한 조권을 다룬 기사와 댓글은 유독 한 가지에 집중했다. 화려한 여자 옷을 입고 신명나게 춤추는 조권이란 존재에 말이다. 온갖 창의적인 기사 제목과 댓글이 난무했지만 그들이 제기한 의문은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다. “조권 정말 게이 아냐?”

비단 조권뿐 아니라 성소수자 배역을 연기한 배우나 ‘여성적’인 남자 유명인들에게 이 질문은 통과의례 같은 것이다. 어떤 이는 이 질문에서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무례함을 읽고, 또 어떤 이는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인식을 읽어내기도 한다. 나로 말하자면 경우에 따라 좀 곤란한 질문이라고는 생각한다. 성적지향은 사람의 특성 중 하나고, 다른 사람의 특성에 대한 호기심은 그 자체로 비난할 종류의 일은 아니다. 이렇게 묻고 답하는 과정에서 성소수자들이 더 많이 가시화되어 사회가 그들에 익숙해지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다. 하지만 답변자가 선선히 자신의 성적지향이 동성애라고 시인했을 때, 탐문하던 이들은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무관하게 단순히 호기심을 풀었다며 무던하게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조권의 ‘여성성’이 강조된 기사 제목이나 혐오로 가득한 댓글을 보면 전혀 아닌 듯한데, 이 질문은 왜 이렇게 빈번하게 제기될까.

사실 성별에 따른 규범을 벗어난 이들에게 간간이 주어지는 성적지향에 관한 문답은 굳이 신경 쓸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정형화된 루트를 따른다. 질문자는 이 질문으로 자신의 파격성을 과시하고, 답변자는 확실히 “아니”라고 부정할 기회를 갖는다. 수년 전 영화 <왕의 남자>와 ‘미녀는 석류를 좋아해’ CF에 등장해 선이 고운 외모를 뽐냈던 이준기가 자신이 얼마나 ‘상남자’인지를 설파했던 것처럼. 여기에 성소수자를 긍휼히 여긴 ‘개념 발언’ 한두 마디가 양념처럼 덧붙여지기도 한다. 2000년 커리어의 정점에서 커밍아웃한 홍석천을 제외하면 이 질문에 “나는 게이”라는 답변이 나온 적은 거의 없고, 이에 대한 예상 답변 또한 정형화되어 있다.


그렇기에 조권이 <프리실라> 프레스콜 이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은 인상적이었다. ‘정말 게이 아니냐’는 시선에 그는 이렇게 답변한다. “조권이 뮤지컬에서 게이 역할을 한다. 충분히 화제가 될 수 있는 타이틀이죠. 하지만 조권 진짜 게이 아냐? 이게 뭐가 그렇게 중요할까요. (중략) 저한텐 하나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저런 말들이 오히려 그분들[께] 더한 상처가 될 수도 있습니다.” 성적지향에 관한 의심에 굳이 해명하지 않는다는 태도는 할리우드의 성소수자 친화적인 유명인들이 주로 취해온 태도다. 대표적으로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맷 데이먼을 들 수 있겠다. 그는 커밍아웃한 게이 레즈비언들이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게 된 할리우드의 분위기를 반기며 “나는 [내가 게이라는] 그런 소문을 절대 부정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일단 내가 그 질문에 화가 났고, 내 게이 친구들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한다.

게이 배역을 맡아서 연기를 잘했는데, 혹은 ‘여성적’인 모습을 자주 노출하는데 ‘정말 게이 아니냐’는 질문에 ‘게이 친구들’은 왜 기분이 상할까. 굳말하지 않으면 모든 이가 이성애자로 가정되는 사회에서 거의 ‘짜고 치는’ 저 문답은 동성애자의 존재를 상정하고 있지 않다. ‘남자는 남자답게, 여자는 여자답게’ 행동하라는 규범으로부터 벗어난 당신을 이해할 수 있도록 납득할 만한 설명을 요구하는 것뿐이다. 그것이 탁월한 연기력이든, 아니면 누나들과 함께 자란 유년시절이든 이유가 있을 것이고, 설마 ‘게이라서’ 그렇다는 답변이 나오진 않을 것이란 인식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다. 이 질문은 ‘그렇게 심각한 것’이 아니기에 말이다. 질문자도 답변자도 이 점을 전제로 하기에 이 질문에 대한 무비판적인 “아닙니다”라는 대답은 동성애자를 재차 ‘없는 사람들’로 만든다. 그렇기에 대놓고 “게이가 맞다”라고 말할 수 없다면, 차라리 답변을 거부하는 것이 단연코 낫다.

조권이 정말 동성애자 혹은 양성애자일 수 있다. 드랙 복장이 퍽 어울리던 그는 복장전환자일 수 있고, 트랜스젠더일 수도 있다. 아니면 그냥 이런 연기가 어울리는 비트랜스젠더 이성애자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조권이 답변을 거부했기에 이 점에 관해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그런데 그가 성소수자이든 아니든 그의 대응에는 눈여겨볼 점이 있다. 조권은 성소수자가 존재한다는 점을 분명히 알고, 그들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는 말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태도에 감사하면서, 조권이 요청한 대로 그의 끼와 재능에 집중해 <프리실라>를 즐겁게 감상하려 한다.

MECO
퀴어니 성소수자니 LGBT니 하는 단어 언저리를 맴돌고 있다. 본업은 섹슈얼리티와 별 상관이 없는 대학원생 겸 등골브레이커. 사람 좀 만나보겠다고 트위터와 블로그를 시작했다. 꿈은 높았지만 현실은 네트워크에서도 건어물 인증.

사진제공. 설앤컴퍼니│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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