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에서 ZARA HOME에 가다

2014.09.18

ZARA는 일종의 폭격기다.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해외여행 필수 쇼핑 장소’로 거론되던 이 브랜드는 여행지의 기억보다 다소 높은 가격표를 달고 한국에 상륙했음에도 자리를 잡았고, 시장을 접수했고, 그 기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심지어 세일 기간에는 시작되는 날짜를 친구들끼리 알려주거나, 서로 다른 매장에서 재고 현황을 전해주는 ‘대란’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리고 올해 연말, 어쩌면 ZARA의 두 번째 공습이 시작될지도 모르겠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쇼핑을 가능케 했던 ZARA의 리빙 브랜드 ZARA HOME이 국내 매장 개점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이름에 걸맞게 해당 브랜드에서는 침구와 잠옷부터 액자와 방향 제품까지 집 안에 둘 수 있는 거의 모든 물품을 시시콜콜 구매할 수 있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이것은 리빙계의 ZARA니까 말이다.

물론, 생활용품을 쇼핑하는 것은 구입하는 행위 자체로 기쁨을 얻기 십상이며 다분히 충동적이기까지 한 의류 쇼핑과는 다른 분류의 영역이다. 아무리 예쁜 그릇과 이불을 발견한다 하더라도 쓸모와 보관 공간을 고려하지 않고서 그것들을 덥석 구매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적어도 우연한 기회로 머물게 된 멕시코에서 ZARA HOME 매장을 발견하기 전까지 나는 그렇게 믿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구경이나 할 요량으로 방문한 그곳에는 화사하고 보드라운 면 의류들과 작정하고 꼼꼼하게 살펴보지 않는다면 충분히 세련돼 보이는 장식품들, 흔히 접하는 국내 쇼핑몰에서는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직물들로 가득했다. 이십만 원 정도의 예산이라면 침구 세트를 장만하고도 실내용 슬리퍼, 혹은 협탁에 놓을 동물 모양 초를 더 고를 수 있을 정도의 가격은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심지어 분홍색 세일 스티커가 붙은 물건들은 일단 사고 나서 필요를 고안해내고 싶을 정도였다. 결국 선반 하나하나를 탐색하며 갖고 싶은 물품을 고르던 나는 여행자라는 신분을 원망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좋아하는 캐릭터가 그려진 파우치를 하나 구매하는 것으로 간신히 욕망을 달랬다.


사실 쇼윈도의 견본 공간에 매혹되는 경험을 처음 준 것이 ZARA HOME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정갈한 MUJI는 의류와 문구까지 아우르며 군더더기 없는 생활 방식을 제시했고, 간결한 이케아는 실용주의가 곧 미학이 될 수 있음을 설득했다. 최근 국내 리빙 업계에 가장 큰 영향을 준 두 브랜드는 각자의 고유한 분위기와 태도를 견지하고 있으며, 그것은 각 브랜드가 출발한 국가의 정체성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ZARA HOME을 한마디로 정의하는 것은 쉽지 않다. 미키마우스가 그려진 아동용 샤워 가운과 고급스러운 페이즐리 식탁보, 유행을 반영한 꽃무늬나 얼룩말 무늬의 쿠션 커버는 분명 전혀 다른 취향의 사람들을 겨냥한 것들이다. 대신 ZARA HOME은 미키마우스 테마의 멜라민 식기와 수건, 페이즐리의 컵과 접시, 다양한 무늬의 온갖 것을 만들어 각자가 자신의 취향 안에서 마음껏 물건을 고르게 한다. 심지어 원한다면 커튼이나 냅킨을 묶어두는 고리, 서랍의 손잡이 등 부자재 시장에서나 구할 수 있는 사소한 물품에서까지 취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리고 한편으로 이것은 ZARA가 SPA 브랜드로서 지금까지 보여준 태도이기도 하다. 더 좋은 품질의 것도, 더 저렴한 가격의 것도 찾으려면 찾을 수 있겠지만 ZARA에서 소비자들은 손쉽게 가장 ‘그럴듯한’ 것들을 구한다. 명품을 흉내 낸 디자인들과 최신 트렌드를 구현한 제품들은 다양한 품목의 형태로 ZARA 매장 안에서 한데 뒤섞여 있으며, 이것은 현재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타협안 중의 하나다.

요컨대, ZARA HOME이 팔고 있는 것은 가벼운 환상이었다. MUJI와 이케아가 필요를 충족하고, 짧게 등장했다 사라진 몇몇 대형 종합 리빙 매장들이 재미를 자극했다면, ZARA HOME은 공간을 나의 취향으로 완성할 수 있다는 소박한 희망을 쇼핑의 원동력으로 삼는다. 심지어 집을 소유하는 일이 요원해진 젊은 세대에게 자신이 선택한 색채와 테마로 채워진 방과 주방은 시한부의 소속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편이기도 하다. 뜨내기인 나는 두 번째 방문에서 착용감은 물론 입고 벗을 때 편할 것 같다는 이유로 목둘레와 진동이 넓은 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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