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 효모 빵, 뭘 먹어야 하지?

2014.09.18
만드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없고, 가격도 비싸다. 천연 효모로 만든 빵은 파는 사람에게도, 사는 사람에게도 번거로운 음식이다. 천연 효모 자체가 과일이나 곡물 등을 물, 당분과 함께 5일 이상 발효시켜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짧은 발효 시간을 거쳐 인공첨가제를 필요로 하는 이스트와 달리, 천연 효모는 오랜 발효 시간을 통해 소화에 좋은 균을 자연스럽게 갖게 되고 빵에 넣었을 때 수분이 날아가는 것을 방지해 빵을 부드럽게 해주는 장점이 있다. 최근 작은 규모의 동네 빵집뿐 아니라 일반 백화점에서도 천연 효모 빵을 볼 수 있게 된 것은 이렇듯 맛도 좋고 몸에도 좋은 천연 효모 빵의 매력이 그만큼 크기 때문일 것이다. 늘어난 천연 효모 빵집 중 어디를 가야 할지, 엇비슷해 보이는 빵 중 무엇을 골라야 할지 고민하고 있거나 아직 천연 효모 빵이 낯선 이들을 위해, <아이즈>가 천연 효모를 만드는 재료에 따라 그에 어울리는 빵의 종류 5가지를 골라봤다. 해당 빵들마다 유명한 빵집 정보도 담았으니 이제 직접 가서 맛보기만 하면 된다.
 

바게트(사과종), 단팥빵(화이트 사워종), 크루아상(레몬종), 깜빠뉴(호밀 사워종), 호밀빵(건포도종).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1. 깜빠뉴 (호밀 사워종)
프랑스 전통 시골 빵인 깜빠뉴의 재료는 밀가루, 물, 효모, 소금이다. 이렇듯 버터나 우유 등의 부재료가 많이 들어가지 않는 빵일수록 해당 효모의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것으로 만들었는지를 보는 게 좋다. 단단한 형태가 유지되어야 하는 동시에 풍미가 중요한 깜빠뉴의 경우에는 호밀 사워종이 어울린다. 천연 효모를 이용해 빵을 만들면 반죽에 힘이 없는 문제가 발생하는데, 호밀은 빵을 힘 있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5일에 걸쳐 호밀을 물과 함께 발효시켜 얻은 천연 효모, 호밀 사워종은 이런 호밀의 장점이 극대화된 상태로 쓰인다. 올드훼션드 베이커리는 이런 호밀 사워종의 특성을 살려 깜빠뉴를 만든다. 특히 호밀의 풍미를 살리기 어려운 점을 감안해 물에 녹지 않는 단백질, 즉 글루텐이 소량으로 들어간 우리 밀과 함께 호밀 사워종을 사용한다. 그래서 소화가 잘 되는 동시에 ‘글루텐 프리’로 불리는,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인 빵을 맛볼 수 있다.

올드훼션드 베이커리
영업시간: 오전 11시 ~ 오후 9시
휴일: 매주 일요일
주소: 서울시 서초구 반포동 20-45 1층. 7호선 반포역 3번 출구에서 도보로 2분.

2. 단팥빵 (화이트 사워종)
단팥빵처럼 속 재료가 많이 들어간 빵은 천연 효모를 만드는 재료의 질감보다 빵 속 재료의 맛을 충분히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밀가루를 물과 함께 용기에 넣어 5일 정도 밀폐시킨 후 얻는 천연 효모, 화이트 사워종이 그 역할을 수행한다. 발효가 안정적으로 진행되며, 비교적 다른 재료로 만든 천연 효모보다 발효력이 좋아, 부재료가 들어간 빵에서도 천연 효모의 장점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화이트 사워종의 높은 발효력은 반죽을 부드럽게 하여 빵 안에서 단팥이 조화를 이루게 해준다. 빵의 종류에 따라 다양한 밀가루를 선택해 화이트 사워종을 만드는 쉐프조에 가면 이런 화이트 사워종의 장점을 살린 단팥빵을 맛볼 수 있다. 프랑스에서만 구할 수 있는 밀가루를 직접 가져와 부드러운 식감을 유지시키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소량의 빵을 수시로 굽기 때문에 언제 방문하든 1시간 내에 만든 빵을 구할 수 있다.

쉐프조
영업시간: 오전 7시 반 ~ 오후 11시 (평일), 오전 7시 반 ~ 오후 10시 (주말)
휴일: 명절
주소: 서울시 영등포구 문래동 3가 77-8 1층. 2호선 문래역 3번 출구에서 도보로 5분.

3. 크루아상 (레몬종)
보통 천연 효모는 달콤한 빵보다 유럽에서 식사용으로 쓰이는 담백한 빵을 만들 때 주로 쓰인다. 설탕이나 버터 등이 많이 들어가면 천연 효모의 특성을 유지시키기 어려울뿐더러 반죽의 발효가 잘 진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맛과 향이 강한 레몬으로 천연 효모를 만들면 효모의 먹이가 되는 당분과 레몬이 함께 발효되는 과정을 거쳐, 레몬에 있는 성분들이 빠져나와 반죽에 스며든다. 레몬종을 넣은 크루아상을 먹었을 때 특유의 느끼함이 덜하며 시큼하고 쓴맛을 느끼는 이유다. 브레드 05는 레몬으로 만든 천연 효모로 크루아상이나 패스추리를 만드는 거의 유일한 곳이다. 브레드 05의 강원재 오너 쉐프는 여러 재료를 활용해 천연 효모를 만들고 그에 어울리는 빵을 연구하다 레몬종이 들어간 크루아상의 장점을 발견한 이후, 꾸준히 크루아상의 질을 높게 유지하고 있다. 바게트 안에 연유와 단팥을 넣어 만든 앙버터와 함께 브레드 05의 베스트셀러 메뉴이기도 하다.

브레드05
영업시간: 오전 9시 ~ 오후 9시
휴일: 매주 월요일
주소: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408-25. 6호선 상수역 1번 출구에서 도보로 10분.

4. 바게트 (사과종)
사과종은 다른 재료로 만든 천연 효모보다 민감하다. 발효가 빨리 일어나는 것도 아니며 20도 이하, 30도 이상의 온도에서 발효시키면 발효균보다 몸에 좋지 않은 균이 먼저 생길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사과종은 바게트처럼 밋밋한 빵의 풍미를 살려준다. 효모가 자랄 때 필요한 미네랄과 칼륨, 잡균의 번식을 방지하는 유기산이 사과에 풍부하기 때문이다. 발효 온도와 시간 등 발효 환경을 적절히 제어해주면 너무 달지 않으면서도 천천히 스며드는 사과종이 퍽퍽하지 않은 바게트를 만들어준다. 다른 빵집들과 달리 2, 3주에 걸쳐 천연 효모를 만드는 르 빵은 이런 사과종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한 달에 한 번 가게 문을 닫고 바게트와 천연 효모에 대한 연구를 계속한다. 매번 최대한 달지 않은 사과를 이용하며 사과종에 맞는 온도를 정해놓은 발효 전용 공간도 만들었을 정도로 사과종에 특화된 빵집이다. 참고로 매일 아침 10시에 가면 제일 맛있는 상태의 빵을 맛볼 수 있다.

르 빵
영업시간: 오전 9시 ~ 오후 10시
휴일: 매달 두 번째 목요일
주소: 서울시 송파구 송파동 22. 8호선 석촌역 2번 출구에서 도보로 5분.

5. 호밀빵 (건포도종)
호밀빵은 몸에 좋지만, 거칠고 딱딱해 먹기가 쉽지 않다. 호밀에 들어 있는 펜토나제, 아밀라아제 등의 성분들이 반죽의 점성을 낮춰 빵이 딱딱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포도로 만든 천연 효모를 넣으면 이런 단점을 줄이고 호밀의 풍미를 높일 수 있다. 건포도종은 생과일을 이용해 만든 천연 효모보다 발효되는 시점은 느리지만, 일단 발효가 시작되면 각종 미생물과 알코올 등이 빵을 부풀리고 반죽을 쫄깃하게 만드는 속도가 빨라진다. 또한 건포도 자체가 효모의 먹이인 당 성분을 많이 포함하고 있어, 미생물을 만드는 힘 또한 강하다. 가게 이름부터 건포도를 뜻하는 영어 ‘raisin’의 ‘r’과 묽은 상태의 르방(프랑스에서 말하는 천연 효모)인 르방 리퀴드의 ‘liquid’를 합쳐 만든 리퀴드(Riquid)에 가면, 건포도종의 특징을 극대화한 호밀빵을 먹을 수 있다. 일반 건포도보다 향이 좋은 커런츠 건포도로 만든 천연 효모를 쓰고 탕종법(100도 이상 끓는 물로 반죽을 하는 방법)으로 만들기 때문에 빵 안이 떡처럼 쫄깃하다.

리퀴드
영업시간: 오전 10시 ~ 오후 9시 반
휴일: 명절 당일
주소: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328-22. 2호선 홍대입구역 8번 출구에서 도보로 10분.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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