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리티

디오,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소년

2014.11.17

소년은 불퉁하다. 무언가 억울한 듯 그늘이 드리워진 얼굴로 입술을 꾹 다문 그에게선 십 대 소년 특유의 매력으로 묘사되곤 하는 싱그러움을 찾아볼 수가 없다. 엄마는 마트로, 아빠는 먼 나라로 일을 나가 늘 쓸쓸한 작은 집에서 소년은 시들시들하다. 그는 곁에서 조잘조잘 떠드는 어린 여동생에게 “조용히 해라”라며 무뚝뚝하게 틱틱거리고, 밥을 챙겨 먹으라는 엄마의 당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매번 라면만 끓여 먹는다. 급식비가 미납되어 점심을 먹을 수 없게 되자, 넉살 좋게 친구들에게 빌붙는 대신 뛰쳐나가 엄마에게 전화로 화를 낸다. 그러나 사실 소년은 일찍 철들었다. 그는 엄마가 자신에게 새 휴대폰을 사주기 어려운 형편임을 알며, 그래서 조르고 또 조르는 대신 편의점에서 몰래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사장이 임금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오히려 도둑놈 취급을 할 땐, 길바닥에 내동댕이쳐지면서도 매서운 눈으로 “돈 주세요”, “유통기한 지난 건 먹어도 된댔잖아요” 하고 악다구니를 쓴다.

<카트>의 고등학생 태영은 딱 그 나이대의 소년들만큼 시큰둥하고, 딱 그만큼 속이 깊다. 엉망진창인 세상 속에서, 지금 당장은 무엇을 어떻게 바꿀 수도 없다는 걸 아는 소년의 자격지심과 열패감이란 그런 것이다. 대신 태영에겐 주먹을 꼭 쥐고 어떻게든 살아갈 듯한 치기가 있다. 거기엔 힘들지언정 도무지 쉽거나 나쁜 길을 선택할 것 같진 않은 정직함 역시 함께 있다. 불의한 세계에 맞서는 <카트>의 이야기 안에서 태영의 존재가 중요한 건 그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 겨우 두 번째 작품을 끝냈을 뿐인 신인 배우로서 EXO 디오는 자신의 몫을 정확하게 해낸다. 사실 데뷔작인 SBS <괜찮아 사랑이야>에서도 그는 아버지에게 얻어터져 늘상 피투성이가 되는 위태로운 고등학생이었고, 결국은 부모와 형에 관한 트라우마를 가진 장재열(조인성)의 환시였다. 말하자면 디오는, 소년기만의 순수함과 그늘을 복합적으로 가장 잘 보여주는 인물 중 한 명이다. 왜소한 어깨와 자그마한 키, 깨끗한 흰자가 도드라지는 동그란 눈은 아직 어린아이 같지만, 야무지게 빚어진 입술과 짙고 까만 눈썹, 의외로 무겁고 낮은 톤의 목소리는 몸보다 정신이 앞서 자라버린 소년의 것이다. 새하얀 교복을 입고 우두커니 서 있는 것만으로도 스물둘의 그는 이미 완벽한 고등학생이다.


f(x)의 2집 < Pink Tape >에 수록된 ‘Goodbye Summer’는 디오의 소년성을 영리하게 이용한 곡이었다. 우정이 사랑으로 변하는 학창시절의 한 지점을 포착한 이 노래는, 디오의 피처링을 통해 학교와 교실의 공기, 소년과 소녀의 미묘한 감정을 눈으로 보듯 촤르륵 펼쳐놓는다. 덕분에 사람들은 듣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각자의 경험을 돌아보게 된다. 하지만 디오 특유의 분위기를 완성하는 건 좀처럼 보통 아이돌 같지 않은 행동 그 자체다. 데뷔 무대에서 곡을 소개하다 긴장한 나머지 ‘웅장한 오케스트라’를 “우… 우월한 오케스트라”라고 실수한 이후, 예능이나 인터뷰에서 농담의 소재로 삼기보다는 두고두고 진지하게 반성하는 태도부터 그렇다. 팬서비스 차원의 애교를 부리는 것도 힘들어하며, 같은 팀 멤버들의 장난에는 무덤덤하게 응수한다. 까만색 옷이나 트레이닝복을 즐겨 입는 무취향적인 취향도 적당히 무심한 그의 성격을 보여준다. 무대에서, 팬들 앞에서, 공항에서 디오가 ‘아이돌이기 때문에’ 하는 일은 없다. 비록 아이돌이라는 직업에 적응하느라 느끼는 고역스러움을 때때로 노출할지라도 말이다.

“전 어릴 때부터 눈물도 별로 없었어요. 힘든 건 바로바로 표출하는 게 아니라 마음에 깊이 담아두는 성격이라 그런가 봐요. 그래서 우는 연기가 정말 어려워요”(<매거진M>)라고 스스로 말했듯, 그는 무던하고 조숙한 원래의 성격 그대로 사람들 앞에 선다. 그래서 디오는 아이돌 중에서도 유일무이한 캐릭터다. 섹시함, 귀여움, 남자다움 등의 범박한 카테고리와 콘셉트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전에 없이 구체적인 이미지를 제시하는 아이돌인 것이다. 아이돌은 환상을 자극하기 마련이며, 디오는 현실에 있을 법한 소년의 모습으로 그것을 더욱 충실히 충족시킨다. 많은 이들이 그를 주목하게 되는 건 아마 그 때문이 아닐까. 앞으로도 디오를 향한 애정공세가 계속될 것은 의심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누구에게나 소년기는 있으니까. 그리고 대부분의 소년기는 그가 그려내는 것처럼 복잡하고 예민하며, 때론 좌절하고 상처받은 기억들로 채워져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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