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열│① Here, I stand for you

2014.11.18


유희열이 7년 만에 내놓은 토이의 7집 앨범 < Da Capo >의 가사는 “조금씩 나를 잃어가고 있어”(‘Reset’)라는 고백으로 시작해 “우리 아프지만 마요”(‘취한 밤’)라는 당부로 끝난다. 원래 예정대로라면 마지막은 12번 트랙 ‘우리’였다. 유희열은 앨범에서 ‘Reset’과 ‘우리’ 두 곡에만 자신의 개인적인 심경을 담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10월 말, 신해철의 갑작스런 사망 소식을 들은 그가 밤새 술을 마시고 돌아와 만든 ‘취한 밤’이 마지막 순간 앨범에 더해졌다. 아이러니하게도, < Da Capo >는 이로 인해 더욱 뚜렷한 완결성을 띠는 음반이 되었다.

모두 잊고 있지만, 유희열도 나이를 먹는다. 그는 이번 타이틀곡 ‘세 사람’이 5집 < Fermata >(2001)에 수록된 ‘좋은 사람’의 10년 후 버전 같다고 말했다. 같은 학교 여학생을 짝사랑하던 남학생은 어느새 30대에 접어들어 짝사랑 그녀와 친구의 결혼식에 하객으로 간다. 그만큼 오랜 시간이 흘렀다. 30대 후반에 내놓은 토이 6집 < Thank You >(2007)의 ‘뜨거운 안녕’까지만 해도 이별을 맞아 “맘껏 취하고 싶어” 하는 청춘의 현재를 노래했던 유희열은 ‘세 사람’에 이르러 이미 멀어져 버린 청춘을 회상한다. 그는 여전히 누군가 그에게 말한 대로 청춘 드라마 같은 ‘토이 표 발라드’를 쓸 수 있고 자신이 그런 스타일을 제일 잘 만든다는 걸 알지만, 삶은 청춘 드라마가 끝난 후에도 계속된다는 것 역시 안다. 그러니 분주한 결혼식장과 3월의 캠퍼스를 몇 번이나 오가는 복잡한 어른의 마음, 주위에서 “가사가 너무 많고 따라 부르기 어렵다”며 말렸을 만큼 ‘세 사람’의 구성이 다소 복잡해진 것은 필연적 결과였을 것이다. 20년 전, 하나음악의 막내로 시작했던 그는 올해 마흔넷이 되었다.

“이적, 김동률, 루시드폴 등 동년배 가수들이 가사 쓰기가 점점 어려워진다고 하던데 나도 마찬가지다. 마흔이 넘어가는데 풋풋한 사랑만 계속 얘기할 수는 없다. 예전처럼 뜨겁고 찬란했던 시절을 이야기하는 게 민망해지는 나이가 된 거다.” < Da Capo >를 공개하는 음악 감상회에서 그가 한 말은 오빠에서 삼촌으로, 그리고 곧 ‘선생님’으로 불리게 될 40대 싱어송라이터들의 고민을 보여준다. 외적인 매력으로 승부할 시기는 지났고, 언제까지 연애와 사랑 이야기만 할 수도 없다. 기혼자라면 새로운 연애에서 영감을 얻는 것도 어렵다. ‘너의 바다에 머무네’는 유희열이 아내, 딸과 함께 간 여행에서 젊은 연인들을 보고 떠올린 곡이다. 게다가 “피아노 앞에 앉아 사흘 밤을 새울 수도 있었던, 열정이 넘쳐 곡을 쓰는 순간에도 가슴이 뛰었던 20대 시절과 달리 이제는 30분 앉아 있으면 피곤하고 딴짓을 하게 된다”는 유희열의 고백에서는 비단 뮤지션만이 아니라 나이 들어가는 모든 이들이 공감할 만한 고충을 느낄 수 있다. ‘Reset’처럼 마지막 순간까지 힘차게 노래하고 싶어도 현실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다. 1, 2년 간격으로 발표했던 다섯 장의 앨범들에 비해 6집과 7집을 내는 데 각각 6년, 7년이 걸린 것은 흐르는 시간이 점점 거세지는 역풍처럼 발목을 붙든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내가 음악에 임하는 태도에 대한 불안감이 너무 컸기 때문에 어떻게든 예전만큼의 작업 시간 총량을 채워내려고 했다”는 유희열은 그 꾸준한 성실함에 더해 자신의 장기인 ‘누군가와 함께 하는 작업’을 통해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다. 페퍼톤스의 신재평과 프라이머리 등 젊은 프로듀서들의 감각을 적극 받아들였고 다이나믹 듀오, 선우정아처럼 독특한 개성을 지닌 뮤지션들과의 협업에서도 서로의 색을 잃지 않은 음악을 완성시켰다. 열여섯 살, 악동뮤지션의 이수현에게 부르게 한 ‘Goodbye Sun, Goodbye Moon’의 가사는 자신이라면 “도저히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동화적인” 표현을 쓸 수 있는 이규호와 함께 만들었다. 그가 처음으로 함께 작업한 젊은 뮤지션들의 상당수는 6년째 진행 중인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통해 만난 사람들이기도 하다. 같은 녹음실에서 지내고 같이 술 마시던 뮤지션들과 자연스레 품앗이처럼 공동 작업을 할 수 있었던 90년대와 달리 지금의 콜라보레이션은 훨씬 복잡한 비즈니스가 되었지만, 각기 다른 회사 소속의 수많은 뮤지션들이 기꺼이 토이의 음반에 참여한 것은 유희열이 그동안 해온 일들과 그들에게 제시한 음악에 대한 믿음을 보여준다.

그래서 < Da Capo >는 40대 중반에 접어드는 뮤지션이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으며 앞으로 무엇으로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과 그 대답이기도 하다. 유희열과 비슷한 시기에 다른 합주실에서 젊음을 불태웠던 서태지는 “내 기타에 스미던 둔해진 내 감성 하지만 난 아직도 멈추지 못할 뿐”(‘90s ICON’)이라 씁쓸히 털어놓고, MBC < FM 음악도시 >를 통해 청년 유희열을 세상에 널리 알렸던 신해철은 이제 세상에 없다. 유희열의 말대로 나이 들며 사람들을 만나면 점점 먹고사는 데 대한 얘기만 하게 되고, 자꾸만 들려오는 것은 돈 번 사람들 얘기와 남들의 이혼 소식이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우리 모두는 나이를 먹고 누군가는 아프고 세상을 떠나기도 한다. 모든 것이 변한다. 그러나 지난 20년 동안 음악으로, 라디오에서, TV에서 끊임없이 자신의 얘기를 해오며 누군가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온 유희열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다시 한 번 말을 건넨다. “너의 얘기를 해봐. 어떤 얘기든 좋아. 요즘 너는 어떻게 지내니”(‘우리’) 7년 만에 돌아온,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 절실했던 따뜻한 목소리다.

글. 최지은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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