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열│② 김연우부터 이수현까지 객원 보컬로 본 토이 음악사

2014.11.18

4명으로 시작된 토이의 객원 보컬진은 7집에서 11명이 됐다. 이는 단순히 보컬진이 늘어났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장필순부터 김동률, 빈지노까지 보컬진들의 음악 성향은 다양해졌고, 토이의 음악도 변화했다. 때로는 객원 가수의 캐릭터에서 영감을 얻어 곡을 만들었고, 때로는 오랫동안 함께 작업하며 가수에 맞는 음악 스타일을 찾아온 게 유희열이기 때문이다. 1집부터 7집까지 참여한 가수들을 따라가면 자연스레 토이의 음악 역사를 읽을 수 있는 이유다. 7년 만에 돌아온 토이를 환영하며, 토이 음악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김연우부터 악동뮤지션의 이수현까지 이어지는 객원 보컬의 변화를 정리했다. 더불어 해당 시기마다 유희열의 음악을 가장 잘 설명해줄 수 있는 가수들을 뽑아 토이 음악의 분기점들을 살펴봤다.


김연우: 토이표 발라드의 시작
김연우의 목소리는 미성이면서도 힘 있게 고음을 소화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유희열은 이 목소리를, 2집의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처럼 잔잔한 피아노와 기타 반주로 시작해 현악기로 점점 사운드를 고조시키는 발라드에 녹였다. 기교 없이 깨끗하게 올라가는 김연우의 목소리와 “가끔 널 거리에서 볼까 봐 초라한 날 거울에 비춰 단장하곤 해”와 같은 가사는 이런 사운드와 함께 더욱 애절해졌다. 성시경의 표현처럼 “어딘가 약하고 늘 뒤에서 여자의 행복을 바라는” 토이표 발라드의 시작이었다. 이후 3집에는 김연우가 참여하지 않았지만, 변재원이 부른 3집 타이틀곡 ‘바램’에서 토이의 초기 발라드 감성은 그대로 이어진다. 유희열은 이후 김연우에게 기존 발라드보다 빨라진 템포에 전자음이 들어간 4집의 ‘거짓말 같은 시간’을 주며 변화를 시도했는데, 그때도 김연우의 목소리는 애절하게 녹아들었다. 스스로는 김연우를 믿고 “아무렇게나 까불며” 썼다고 했지만 김연우의 장점을 다양하게 활용하며 토이표 발라드를 조금씩 변화시킨 영리한 프로듀싱이었다.

이승환: 장르를 다양하게
유희열은 1995년부터 2001년까지 이승환의 앨범에 참여해 재즈, 록, 디스코 등 다양한 장르의 곡을 만들었다. 이승환의 4집에서 디스코와 록 등을 작곡하고 5, 6집에는 이승환과 공동 프로듀서로 활동한 것이다. 그 사이 토이의 2, 3, 4, 5집까지 발매됐으니 당시 유희열의 작업량은 엄청났다. 하지만 그는 이승환이 놀랄 정도로 빠르게 곡을 만들었고 장르의 관습을 캐치해 자신만의 것으로 소화하는 데에 점점 익숙해졌다. 유희열이 토이 3집 이후부터 일렉트로니카, 라틴, 재즈까지 장르를 넓히게 된 것이 우연은 아니었던 셈이다. 이승환이 부른 토이 3집의 ‘애주가’는 그 과정에서 나온 곡이다. 왈츠 박자를 바탕으로 전개되는 이 곡은 이전의 토이 앨범에서 볼 수 없는 곡이었지만 “형 난 잘 모르겠어. 내 입엔 쓰기만 해. 어른들의 세곈 이상해” 등 소년 같은 토이의 감성은 녹아 있다. 이승환은 ‘애주가’와 5집의 ‘좋은 사람 Sad Story’ 등 토이 앨범에 참여한 곡은 적지만 2000년대 전까지의 토이 음악에 큰 영향을 준 뮤지션인 셈이다.

故 신해철: 토이의 유머
토이 3집에서 또 하나 독특한 곡은 故 신해철이 피처링으로 참여한 몇 안 되는 곡 중 하나인 ‘마지막 로맨티스트’다. MBC < FM 음악도시 >의 게스트 유희열과 DJ 신해철은 서로를 놀리며 친해졌고, 유희열이 그때 알게 된 신해철의 캐릭터를 활용해 ‘마지막 로맨티스트’를 만들었다. 당시 강한 로커였던 신해철이 느릿하게 흘러가는 재즈 선율에 기대 “오, 내 사랑 달링. 아름다워요. 한 떨기 장미보다 눈부셔” 등의 가사를 대놓고 느끼하게 부르는 것은 그 자체로 능청스럽고 재미있다. 후반부에 록으로 전환되는 이 곡은 끝까지 중요한 요소가 담겨 있다. 노래를 끝낸 뒤 유희열에게 “됐냐?”라는 인사를 남기고 걸어 나가는 신해철과 “네!”라고 깍듯이 대답한 유희열의 캐릭터가 깨알같이 녹아든 부분이다. 故 신해철이 부르지 않았다면 안 됐을 것 같은 디테일이다. 즉, ‘마지막 로맨티스트’는 가수의 캐릭터를 세밀하게 잡아내는 유희열의 능력과 그의 유머를 동시에 보여주는 곡이라 할 수 있다.

조규찬: 완성도 높은 변화에 대한 욕심
조규찬은 토이 1집부터 5집까지 꾸준히 유희열과 함께 작업했다. 유희열이 “정말 음악이 좋아서” 했던 시기부터 “당시 빠져 있던 화성적인 음악이 트렌드와 맞지 않아 지치”고 “더 이상 예전 어법의 발라드를 쓰고 싶지 않았던” 때까지 함께해온 것이다. 조규찬이 부른 1집 타이틀곡 ‘내 마음속에’와 그가 형제인 조규천, 조규만과 함께 부른 토이 5집의 ‘Complex’를 비교하면 그 변화를 볼 수 있다. 유희열의 어색한 랩이 곁들어진 ‘내 마음속에’가 이별 후 아픔을 R&B에 가까운 발라드로 담담하게 풀어냈다면, ‘Complex’는 복잡한 화성이 이어지지만 대중적인 기승전결을 갖췄다. ‘Complex’가 수록된 5집에는 이 외에도 라틴, 일렉트로니카 등 다양한 장르의 곡들은 물론, 중저음의 목소리를 가진 조원선이 넓은 음역대를 소화하게 만든 곡도 있다. 5집은 자신의 스타일을 굳히고 다양한 장르를 체화했던 토이가 새로운 음악을 만들면서도 대중적으로 감성을 건드리는 것 또한 놓치지 않으려 했던 고민의 결과물인 셈이다.

김형중: 청춘의 찬가
2000년대 나온 토이의 5집 타이틀곡은 김연우가 아닌 김형중이 부른 ‘좋은 사람’이었다. ‘좋은 사람’은 “나는 혼자여도 괜찮아. 널 볼 수만 있다면” 등 기존 토이가 그린 연애 감성을 담고 있지만 신나게 달리는 듯한 비트와 드럼이 곁들여져 곡의 분위기는 밝아졌다. 김형중의 창법은 깔끔한 김연우의 창법과 달리 바이브레이션이 섞여 있고, 후반부에서 감정을 터트리는 것 또한 김연우보다 훨씬 드라마틱했다. 이 곡을 계기로 토이의 대중적인 음악은 김연우가 불러온 슬픈 발라드에서 조금은 밝고 신나는 스타일로 변화한다. 이지형이 부른 6집 타이틀곡 ‘뜨거운 안녕’ 또한 ‘좋은 사람’처럼, 울적하게 감정을 토로하지 않고 시원하게 터트리는 청춘의 찬가에 가깝다.

이규호: 통제의 미학
5집 발매 후 6년 6개월 만에 나온 6집의 ‘나는 달’은 당시 사운드에 대한 유희열의 관심을 보여준다. ‘나는 달’에서 흘러나오는 드럼과 베이스는 그가 사운드 디자이너와 하나하나 만들어낸 것이고 유희열은 그만큼 음악을 정교하게 직접 다 통제하고 싶어 했다. 그 결과 ‘나는 달’은 짝사랑에 대한 은유적인 가사와 함께 서서히 감정을 고조시키면서도 일관되게 흐른다. 이 외에도 유희열은 6집의 ‘오늘 서울은 하루 종일 맑음’을 통해 소수의 멜로디 라인으로 기승전결을 드라마틱하게 가져가는 구성을 보여주고, ‘그대, 모든 짐을 내게’에서 이병우의 기타와 윤상의 목소리만으로 곡을 꽉 채우기도 한다. 각각의 곡이 저마다의 명확한 분위기를 갖고, 유희열의 통제 안에서 완성도가 높아진다. 그렇게 6집은 멜로디나 가사만큼이나 하나의 곡으로 어떤 그림을 그릴 것인지에 집중했던 유희열을 보여준 앨범이 됐다.

성시경: 밝지만 여린 타이틀곡
6집을 낸 유희열이 KBS <라디오천국>을 시작하고 성시경이 군대를 가기 전까지, 둘의 교류는 부쩍 많았다. 심야 라디오를 통해 서로를 ‘디스’했던 ‘모다대첩’을 말하는 건 아니다. 성시경은 토이 6집의 ‘딸에게 보내는 노래’를 불렀고 유희열은 다음 해 나온 성시경의 앨범에 곡을 준다. 이 과정을 통해 유희열은 성시경의 보컬을 다양하게 활용하는데, ‘뜨거운 안녕’처럼 빠른 비트 위에서 감정을 강하게 터트려야 하는 곡과 처음부터 끝까지 천천히 감정을 끌고 가는 곡을 모두 부르게 한 것이다. 전자는 성시경의 ‘안녕 나의 사랑’이, 후자에는 ‘딸에게 보내는 노래’가 속한다. 토이 7집 타이틀곡 ‘세 사람’은 이 두 가지 스타일이 섞여 있는 듯하다. 곡의 분위기는 ‘뜨거운 안녕’보다 부드럽고 가벼워졌지만 그 안에서 성시경은 ‘딸에게 보내는 노래’처럼 여리게 감정을 이어간다. 유희열은 성시경과의 여러 작업 끝에 밝은 곡에서 여린 목소리로 슬픔을 배가시키는 성시경의 특성을 뽑아 토이의 타이틀곡으로 완성시킨 셈이다.

빈지노: 라디오에서 SNS로
유희열의 앨범 작업 외적인 활동은 고스란히 그의 다음 앨범에 반영된다. 과거에는 여행, 라디오가 그랬다면 <라디오천국> 하차 후의 유희열에게는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 SBS <일요일이 좋다> ‘K팝스타 3’ 등이 젊은 세대와 계속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되고 있다. 인터넷 서핑은 하루 종일 해도 SNS는 하지 않았던 그가 페이스북에 가입하게 된 일은 빈지노, 크러쉬가 함께한 ‘U&I’로 이어졌다. 가사 전반의 내용은 SNS로 감정을 교류하는 것이며 “니 SNS 업데이트될 때 내 입가엔”처럼 구체적인 가사가 나오기도 한다. 그리고 유희열은 이 곡을 “자신이 부르려다” 새로운 세대의 감성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인 크러쉬, 빈지노, 프라이머리에게 맡긴다. 빈지노의 히트곡 ‘아쿠아맨’에는 페이스북이 사랑을 확인하는 중요한 창구로 등장하고, 크러쉬와 편곡에 참여한 프라이머리는 달달한 연애의 감정을 세련되게 표현할 수 있는 R&B가 섞인 힙합을 주로 해왔다. 그래서 ‘U&I’는 유희열이 갑자기 힙합을 시도하거나 “힙합 대세에 묻어가려고 한” 것보다 데뷔 20년 차인 그가 젊은 세대의 감성을 익히고 그에 맞춰 음악을 표현하는 태도를 보여준 곡에 가깝다.

이수현: 어린 여성보컬의 증가
토이 7집은 어린 여성보컬의 참여가 두드러진다. 사실 이 흐름의 시작은 6집의 ‘오늘 서울은 하루 종일 맑음’을 부른 윤하였다. 몇 마디의 멜로디로 기승전결을 보여줘야 하는 그 노래에서 윤하의 어린 목소리는 혼자 사랑을 잃고 방황하는 느낌을 배가시켰다. 7집에서는 이수현이 기교 없고 맑은 목소리로 캐롤 ‘Goodbye Sun, Goodbye Moon’을 불러 동화 같은 곡의 분위기를 살린다. 은유적이고 여성적인 가사를 쓰는 이규호가 작사를 함께 했고, 특히 “기쁨 두고 가 해님아. 우리 슬픔 가져가 달님아” 등은 어린 여성보컬이 아니라면 제대로 살리기 힘들었을 것이다. 소녀가 사뿐사뿐 길을 걸으며 흥얼거리는 듯한 곡 ‘피아니시모’와 짝사랑에 대한 마음을 혼자 읊조리는 ‘그녀가 말했다’ 모두 각각 김예림, 권진아처럼 소녀와 성숙한 여자 사이에 있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여자의 목소리로 완성됐다.

글. 한여울
디자인. 정명희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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