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루토>, 영웅이 된 소년에게 박수를

2014.11.20
지금까지 2억 부 이상 발행되며 전 세계인들에게 사랑받아왔던 <나루토>가 지난 10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누군가는 1화의 나루토와 700화의 나루토 그림을 비교하며 그의 성장과 ‘정변’에 대해 논했고, 누군가는 그동안 나루토가 익혔던 방대한 양의 술법을 정리하며 완결을 축하했다. 그만큼 15년이라는 연재 기간은 한 캐릭터의 인생을 논하게 만들 정도로 막대하다. 그 과정에서 <나루토>는 나이를 먹으면서 소년만화에서 세상을 구하는 영웅에 대한 거대한 서사로 진화해나갔고, 나루토의 시작과 끝은 소년만화의 주인공이 어떻게 성장해나가는지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예가 됐다. 그래서 <나루토>의 완결을 아쉬움과 함께 축하하며, 나루토의 성장 과정을 담았다. 소년이 영웅이 되고, 자신의 정의가 무엇인지 정립하는 과정이 여기 있다.


* <나루토>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 탄생
태어나보니 부모가 없었다. 마을 사람들로부터는 따돌림을 당했다. 아무도 그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기 때문에 장난이라도 치면서 이목을 받고자 했다. 역대 호카게님들의 바위 조각에 페인트 낙서나 하고, 할 수 있는 기술은 에로 변신술 정도에 그칠 정도로 실력도 형편없었다. 나루토는 많은 소년만화의 주인공 중에서도 유독 보잘것없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닌자가 되길 원하지만 재능이 없어 겨우 닌자 아카데미를 졸업했을 정도. 하지만 나루토의 아버지 미나토는 나뭇잎 마을의 수장, 호카게였고 엄마 쿠시나는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구미(九尾) 인주력(구미가 봉인된 자)이었다. 능력을 사용할 수 없을 뿐, 잠재력은 높은 소년만화의 주인공이었던 것. 그리고 나루토는 졸업 후 받는 닌자 수업에서 인생 최고의 친구이자 라이벌, 우치하 사스케를 만난다. 


2. 노력
나루토는 중급 닌자 시험을 치르고, 본선 대결에서 맞붙게 된 휴우가 네지는 “태어날 때부터 재능이란 정해져 있는 법이다. 노력하면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건 환상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나루토는 원래 자신이 가장 약했던 기술인 분신술로 네지를 이기면서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 가치인지 많은 사람들 앞에서 증명했다. 열정을 가진 주인공이 노력을 통해 성장하고, 전력상 열세였던 상대를 이기면서 한 단계 발전하는 것은 소년만화의 변치 않는 전개 중 하나다. 그리고 이것을 통해 <나루토>를 비롯한 소년만화는 노력의 중요성을 전달한다.


3. 라이벌과의 애증
나루토와 사스케는 둘도 없는 친구 사이였지만 전설의 3닌자 중 하나였던 오로치마루에 의해 갈라진다. 오로치마루는 중급 닌자 시험을 엉망으로 만든 후, 사스케에게 그를 더 강하게 만들겠다고 유혹한다. 자신을 제외한 우치하 일족을 몰살했던 형 이타치에게 복수를 하겠다는 일념을 가졌던 사스케는 이 제안을 받아들여 나뭇잎 마을을 떠나려 한다. 나루토는 그의 탈주를 막으려고 노력했지만 그와의 정면 대결에서 패했다. 나루토가 그동안 쌓은 능력치의 한계를 보여주는 동시에, 그가 끊임없이 노력하고 발전하도록 만드는 라이벌 관계가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나루토는 자신의 한계를 느끼고 2년간 절치부심하며 수행을 떠난다. 남은 것은 파워업이다. 


4. 재능의 발견
2년간의 수행 끝에 돌아온 나루토는 납치된 친구 가아라의 구출 작전에 막대한 공을 세우고, 어린 시절에는 그를 구박하던 마을 사람들의 신임을 얻기 시작한다. 주인공이 드디어 세상에서 두각을 내기 시작했고, 이것은 그의 능력을 대폭 상승시키는 것으로 이어진다. 이때 즈음 나루토는 수련을 통해 능력을 높이는 것은 물론, 그 과정에서 무엇이든 굉장히 빠르게 배우면서 성장하는 특별한 재능이 자신에게 있음을 알게 된다. 주인공이기 때문에 다른 캐릭터들과 차별화되는 능력을 설정한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무엇이든 빨리 배우는 나루토의 재능은 결국 무엇이든 배우는 노력이 있어야 발견될 수 있는 것이며, <나루토>는 이 과정에서 나루토의 노력을 강조하면서 재능도 노력을 통해서만 발현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 자체가 나루토가 최고의 닌자가 되는 과정과 일치하고 있었던 것이다. 


5. 각성
재능과 노력을 결합한 나루토는 어느덧 뛰어난 닌자가 돼 있었다. 자신의 차크라(정신과 신체를 융합해 만드는 에너지)에 외부의 에너지를 더하는 선인 모드까지 자유자재로 쓸 만큼 ‘레벨업’이 됐다. 하지만 아직 한 단계가 더 남아 있다. 여섯 가지의 특별한 술법들을 구사하는 페인 6도의 본체와 싸우게 된 나루토는 그가 닌자 세계의 무질서로부터 나타난 존재라는 깨달음을 얻는다. 닌자의 인(忍)은 증오와의 싸움이고, 모든 닌자가 그 증오와 싸우며, 증오의 연쇄가 시작된다. 나루토는 이런 깨달음을 얻으며 끝없는 싸움을 끝내려면 단지 적을 물리쳐 이기는 것으로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나루토는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들을 죽이려 들었던 사람까지도 용서하고자 할 때 더 이상의 비극을 막을 수 있다는 신념을 갖게 된다. 이것은 복수의 일념으로만 살아가는 우치하 사스케와는 정반대의 입장이었고, 이런 정신적인 각성이야말로 나루토가 우치하 사스케를 넘어설 수 있는 바탕이 된다. 처음에는 더 강한 닌자를 꿈꾸던 나루토는 더 강한 ‘필살기’가 아닌 정신적 각성을 통해 진정한 주인공의 자격을 얻는다. 이것이야말로 소년만화가 줄 수 있는 건강한 메시지가 아닐까.


6. 전쟁과 평화
능력과 정신적 성숙 모든 것을 갖춘 나루토는 사스케와 최후의 대결을 시작한다. 지금까지 있었던 대결 중 가장 팽팽한 긴장감이 오갔고, 대결의 여파로 두 사람은 한쪽 팔을 잃는다. 나루토는 사스케를 자신의 진정한 친구라고 생각했고, 모든 짐을 짊어지려는 그를 보며 가슴이 아팠다고 고백한다. 결국 나루토는 복수가 또 다른 복수를 낳으며 얽히고설키는 악연을 끊고 자신과 함께 진정한 닌자로 거듭나지 않겠느냐고 사스케를 설득한다. 증오로 가득한 세상에서 사랑에 굶주렸던 이들의 악순환이 끊어지는 순간이었다. 가장 큰 대결을 끝으로 나뭇잎 마을을 비롯한 닌자 세계에는 다시 평화가 찾아왔고, <나루토>는 나루토가 벌여온 치열한 대결을 통해 오히려 사랑과 평화의 소중함을 역설한다. 이상적으로만 보였던 나루토의 신념이 사스케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현실이 되고, 사랑과 희생이 세상을 구한다. <나루토>는 그렇게 소년만화의 이상을 구현하며 15년의 여정을 마쳤다. 물론 그동안 고생한 주인공을 위한 행복한 후일담도 준비돼 있지만, 그것은 직접 확인해보도록 하자. 이 바르고, 노력 많은 닌자의 길고 길었던 모험에 박수를 보내면서.

글. 임수연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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