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일러 스위프트, 스스로 왕관을 쓰다

2014.11.20

테일러 스위프트는 만 24살이다. 5장의 앨범을 발표해 3천만 장을 팔았고, 최근의 3장은 사상 최초로 발매 첫 주에 연속으로 백만 장 이상을 팔았다. 그래미상을 7번 받았고, 그 중 2번째 앨범 < Fearless >로 받은 ‘올해의 앨범’은 역대 최연소 기록이다. 이 과정에서 그는 사생활을 시장에 내놓지도, 행위 예술에 가까운 시도로 화제를 독점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굿 걸’이자 ‘옆집 소녀’로서 10대 시절을 돌파하고 살아남았다. 단지 사생활 관리나 콘셉트 경쟁을 넘어, 자신의 노래를 통해 팬들로 하여금 ‘그녀도 나와 같은 사람’이라고 느끼도록 한 결과다. 말하자면 테일러 스위프트와 음악과 이미지는 떼어낼 수 없는 한 덩어리로 10년에 가까운 시간을 버텼다. 이 모든 것은 그만의 고유한 자산이다. 하지만 그 자산을 쌓는 과정에서 부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새 앨범 <1989>는 이제 무시할 수 없게 된 부채에 관한 이야기다.

테일러 스위프트가 노래에 자신의 이야기, 특히 연애사를 담아내는 것은 유명하다. ‘Dear John’은 존 메이어에게 보내는 노래다. 이 노래는 그 대상도 유명하지만, 그 주제에 있어서도 테일러 스위프트 클래식에 가깝다. 말하자면 ‘너는 나의 사랑을 배신했고, 나는 이 관계의 무고한 희생자’라고 말하는 것이다. 물론 테일러 로트너에게 보내는 사과라고 알려진 ‘Back To December’ 같은 노래도 있지만, 그 바닥에 깔린 핵심은 ‘사랑’과 ‘관계’에 대한 ‘집착’에 가까운 감정이다. ‘Picture to Burn’에서 “가서 네 친구들에게 내가 신경질적이고 미쳤다고 해. 나는 내 친구들에게 네가 게이라고 소문 낼 테니까”라고 노래할 때 그는 16살이었다. 10대 중반의 연애 감정을 담아내던 그는 팬들에게 공감 어린 말을 걸어주는 친구였고, 안티들에게는 미성숙한 이성관계의 화신이 되었다. 여기에 송라이터가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평론가들과 닐 영을 포함한 선배 아티스트들의 언급으로 힘이 실리면서 나름의 균형이 생겼다.

그러나 테일러 스위프트의 연애사가 농담의 대상이 되면서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위에 언급한 이들을 포함해 조 조나스와 제이크 질렌할 등 유명인사와 공개적인 연애의 역사(와 노래)가 이미 있었다. 여기에 2012년 코너 케네디와 원 디렉션의 해리 스타일스를 연이어 (짧게, 3개월쯤) 만나면서 그의 사생활과 노래를 결부시키는 것이 조롱에 가까워졌다. 2013년 초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티나 페이는 그에게 “마이클 제이 폭스의 아들에게 접근하지 말라”고 농담을 던졌고, 마이클 제이 폭스는 토크쇼에서 “내 아들이 쓰레기라는 노래를 듣고 싶지는 않지”라고 받았다. 테일러 스위프트가 더 이상 ‘15세 소녀’의 감정을 대변할 수 없다는 지적과, 그의 스타일이 마일리 사이러스를 닮아간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도 대략 이 즈음일 것이다. 


하지만 테일러 스위프트는 디즈니의 아역 스타가 성인식을 치르는 요란한 과정을 되풀이 하지 않았다. 대신 올해 여름, 월 스트리트 저널에 ‘음악의 미래’에 관한 논평을 실었다. 그는 새로운 음악을 창조하려는 젊은 여성들에게 예술로서 음악의 가치를 역설하고, 그것을 스스로 깎아 내리지 말라고 전한다. 노래 자체와 그것을 전달하는 방식에 있어서 언제나 새로워야 하고, 팬들과 긴밀하게 연결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역설한다. 이 글에 이어 스포티파이처럼 무료 이용이 가능한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자신의 앨범 전체를 뺐다. <1989>는 어디에서도 스트리밍으로 들을 수 없다. 똑같이 스트리밍을 거부해도 라디오헤드의 톰 요크가 하는 것과 테일러 스위프트가 하는 것의 대중적 파급력은 차원이 다르다. 요컨대 그는 자신의 위치를 ‘기특한 소녀’에서 ‘선도적인 젊은 아티스트’로 바꾸어 놓았다. <1989>의 발매에 즈음해 <타임>과 <비즈니스위크>는 커버스토리로 테일러 스위프트를 다뤘다. <타임>의 기사 제목은 ‘테일러 스위프트의 파워’다. <비즈니스위크>는? ‘테일러 스위프트가 현재의 음악 산업 그 자체’라고 선언했다.

그리하여 <1989>는 새로운 테일러 스위프트의 음악적 귀결이다. 그는 이 앨범을 자신의 첫 번째 공식적 팝 앨범이라 부른다. 자신의 밴드와 결별하고 대규모의 프로듀싱 팀을 꾸린 것, 자연스레 기타가 사운드의 중심에서 밀려난 것 등 표면적인 이유는 많다. 하지만 테일러 스위프트의 음악이 팝적인 센스를 버린 적은 없다는 점에서, 자신의 내면을 말하는 것보다 대중적 스타로서의 자신을 투영한다는 의미의 ‘팝 앨범’의 가까울 것이다. 이 과정에서 그는 ‘굿 걸’이자 ‘순수한 희생자’, 다시 말해 관계에 대한 10대의 해석을 버린다. 대신 그 뿌리가 된 ‘집착’으로 상징되는 어두운 일면만을 가져가기로 선언한다. ‘Blank Space’는 가사부터 비디오까지 비유조차 없는 직설이자 선언이다. 때때로 자조에 가까운 것처럼 보이지만, 절대 장난이 아닌 청각적/시각적 퀄리티가 그저 납득하게 한다. ‘그냥 보면 안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Shake it off’에서 ‘어느 소녀’가 아닌 ‘팝스타’로서 자신을 노래한다. “사람들 말대로 나는 데이트를 많이 하지만 그걸 오래 유지하지는 못해, 하지만 그 사람들은 내가 계속 음악을 하고 있다는 걸 모르지.” 이런 영리함이라니. 역대 어느 팝 스타도 자신의 성인식을 이토록 우아하고 치밀하게 치른 적은 없다.

글. 서성덕(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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