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OA가 세 벌의 코스튬으로 도착한 곳

2014.12.10

AOA의 ‘짧은 치마’, ‘단발머리’, ‘사뿐사뿐’은 코스튬 3부작이라 할 만하다. ‘짧은 치마’의 붉은 미니스커트, ‘단발머리’의 스튜어디스와 경찰을 비롯한 각종 유니폼, ‘사뿐사뿐’의 고양이를 연상시키는 의상까지 AOA는 명확한 캐릭터가 떠오르는 의상들을 입었다. 그사이 “짧은 치마를 입고 내가 길을 나서면 모두 나를 쳐다봐 (중략) 근데 왜 하필 너만 날 몰라주는데”라며 연인에게 화내던 여자는 “단발머리 하고 지난날은 잊고 나 새롭게 태어날 거”라며 새로운 만남을 시작하고, ‘사뿐사뿐’에서 “너에게 사뿐사뿐 걸어가 장미꽃을 꺾어서 그대에게 안겨줄 거야”라며 적극적으로 애정을 고백한다.

소속사 FNC 엔터테인먼트(이하 FNC)가 장기적인 안목으로 세 곡을 발표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AOA는 ‘흔들려’로 밴드 콘셉트의 팀에서 섹시한 이미지로 큰 변화를 겪었고, ‘단발머리’는 그들의 운명을 가를 싱글이었다. 3부작 같은 장기적인 계획을 갖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 용감한 형제는 나름의 일관성을 갖고 세 곡을 만들었다. 세 곡은 모두 전자음을 자제한 펑크(funk) 스타일이고, ‘사뿐사뿐’은 오르간과 브라스까지 더해 펑키한 느낌을 더욱 강조했다. 경쾌한 리듬 속에서 노래 속 여성은 남자 때문에 울기만 하는 대신 짧은 치마 입고 거리에 나서고, 새로운 연애를 기대하면서 머리카락을 자르며, 마음에 드는 상대에게 먼저 다가선다. 그러나 짧은 치마를 입는 이유는 여자만이 안다. 적극적이지만 노골적이지는 않고, ‘짧은 치마’의 나른한 목소리나 ‘사뿐사뿐’의 고양이 같은 목소리처럼 유혹적인 뉘앙스만 남긴다.

그런데, 프로듀서의 일관된 의도와 한 번의 히트가 중요한 제작사의 염원은 아이러니하게 독특한 정체성을 안긴다. 용감한 형제가 은근히 섹시한 여성 캐릭터를 그리는 것과 반대로, FNC는 ‘짧은 치마’의 무대에서 AOA가 바닥에 앉고, 다시 눕고, 치마 지퍼를 풀고, 무대를 향해 엉덩이를 흔들도록 했다. 코스튬은 선정성 논란까지 일으킨 안무와 함께 화끈하다고밖에 할 수 없는 캐릭터를 전달하기 위한 장치였다. 그것만이 답이었느냐는 의문과 별개로, 선정적인 안무와 직접적으로 판타지를 떠올리게 하는 코스튬은 인지도가 부족했던 팀에게 시선이 쏠리도록 했다. 반면 확 터지는 대신 섹시한 여운을 남기는 곡은 쉽게 질리지 않았다. 제작사와 프로듀서의 전혀 다른 의도가 기묘한 시너지를 낳았다. 오디오는 은근히 섹시한데, 비주얼은 대놓고 야한 팀.

‘단발머리’, ‘사뿐사뿐’은 ‘짧은 치마’의 독특한 결과물을 이어간다. 세 곡을 3부작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이 지점이다. 우연에 의한 결과물이었을 가능성이 높지만, 제작사와 프로듀서는 첫 번째 성공을 2편과 3편에서 차츰 팀의 색깔로 만들어간다. 도박에 가까운 시도였던 1편의 성공을 잇는 2편처럼, ‘단발머리’에서 용감한 형제와 FNC는 그들이 하던 방식을 되풀이했다. 용감한 형제는 다시 펑크를 바탕으로 은근히 섹시하고 적극적인 여성 캐릭터를 그렸고, FNC는 더욱 코스튬을 강조했다. 그러나 ‘짧은 치마’ 이후 인지도를 얻은 팀에게 그때처럼 선정적인 안무를 소화하도록 하지는 않았다. 여전히 캐릭터는 선명하지만, 춤은 노골적이지 않았다. 반면 용감한 형제의 곡은 후렴구에서 ‘짧은 치마’보다 더 세게 치고 나가면서 보다 선명한 인상을 남긴다. ‘단발머리’만이라면 이런 절충은 은근하지도, 노골적이지도 못했다. 캐릭터는 노골적으로 판타지를 자극하는데, 노래와 안무는 어떤 쪽으로도 확실한 색깔을 내지 못했다. 그러나 용감한 형제와 FNC는 ‘단발머리’의 절충을 지나 ‘사뿐사뿐’에서 한 방향으로 합쳐진다.  


‘사뿐사뿐’에서도 FNC는 AOA에게 고양이를 연상시키는 코스튬을 입힌다. 하지만 이번에는 용감한 형제도 단지 가사에 “나는 그대의 귀여운 고양이”처럼 직접적인 언급을 하는 것 외에 멤버들에게도 고양이처럼 앙칼진 목소리를 주문한다. 반면 FNC가 입힌 무대 의상은 두 곡과 달리 고양이를 연상할 수 있는 뉘앙스만 전달한다. 안무 역시 섹시함을 직접적으로 전달하려는 대신 곡의 펑키한 리듬에 맞춰 고양이처럼 동작을 한다. ‘사뿐사뿐’의 뮤직비디오는 양쪽의 방향이 일치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단발머리’만 해도 가사와 상관없이 멤버들이 입은 유니폼이 의미하는 직장 생활을 보여줬다. 하지만 ‘사뿐사뿐’에서는 가사와 마찬가지로 보석을 훔치는 도둑에 빗대 남자에게 남몰래 다가서는 여성의 캐릭터를 그린다.

이 과정에서 ‘사뿐사뿐’은 AOA뿐만 아니라 걸 그룹 시장에서 중요한 방점을 찍는다. 용감한 형제는 ‘사뿐사뿐’을 장르적으로 앞의 두 곡과 비슷하게 만들되, 구성은 훨씬 드라마틱하게 만들었다. 앙칼진 목소리로 시작하는 도입부부터 곡은 강한 인상을 남기기 위해 노력하고, 후렴구에 이르기까지 목소리를 겹쳐놓거나, “햇살은 나를 비추는 Spotlight light light”처럼 단어의 반복으로 기억에 남는 부분을 남긴다. 또한 도입부, 1절, 브릿지, 후렴구에 이르기까지 파트가 바뀔 때마다 치고 나가는 전개로 임팩트를 주고, 후렴구는 “사뿐사뿐~”에 이어 “La la la la~”로 둘로 나누어 한 번 더 분위기를 더욱 띄운다. 시작부터 끝까지 후크의 연결이나 다름없는 곡인 셈이다. ‘짧은 치마’와 ‘단발머리’는 가볍게 흔들기 좋은 리듬과 은근히 섹시한 분위기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그런데, ‘사뿐사뿐’은 그것에 더해 모든 부분에서 귀를 환기시키는 순간을 만들고, 펑키 리듬의 흥겨움을 잃지 않으면서 확실한 클라이맥스도 만들어낸다. 노골적이지 않으면서도 선명하게 섹시한 캐릭터를 만들고, 펑키한 리듬의 흥겨움을 유지하면서도 기승전결에 따라 감정을 끝까지 끌어올린다. 아주 혁신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사뿐사뿐’은 걸 그룹에 필요한 섹시함과 가요의 상업적인 구성을 다른 분위기로 풀어냈다.

선정성 논란을 일으켰던 팀이 섹시한 캐릭터는 남기고 선정성은 지워냈고, 장르적 특징을 유지하면서 상업적인 임팩트는 더욱 남겼다. 그사이에 팀은 보다 노골적인 코스튬 없이도 캐릭터를 표현할 만큼 뚜렷한 정체성을 갖는다. 걸 그룹에 관한 선정성 논란이 이어졌던 올해, 그중 한 팀이었던 AOA는 그 시기를 거쳐 섹시하되 선정성 논란과는 상관없을 만큼 경쾌한 분위기를 동시에 전달한다. 그것은 어렵기는 하지만, 섹시한 콘셉트를 가진 걸 그룹이 보다 많은 대중에게 다가서는 방법이다. 이쪽이나 저쪽이나 섹시한 것은 같다. 하지만 그 사이의 미묘한 차이가 팀의 운명을 가른다. 그다음에 또 어떤 캐릭터와 음악을 들고 나올 것이냐가 고민될 수밖에 없겠지만, 적어도 지금의 AOA는 지금 그들만이 가진 영역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다음 앨범에서는 코스튬을 입지 않아도 상상력을 불러일으킬 만큼은 말이다.

글. 강명석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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