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① ‘효리답다’의 뜻을 완성하다

2015.01.06


앞으로 해도 이효리 거꾸로 해도 이효리. 엎어 치든 메치든, 온전한 그대로의 이효리. 언젠가부터 이효리는 이름의 수미상관만큼이나 안정적으로 느껴진다. 그가 현재 제주도에 내려가 누리고 있는 자연주의적 삶의 평온함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유기견 보호와 채식, 쌍용차 해고 노동자, 렌틸콩 등 그가 발언하는 이야기의 범위는 소셜테이너부터 [킨포크]적인 삶까지 걸쳐 있다. 하지만 얼핏 산만하고 상관없어 보이는 주제들 속에서 이효리는 그 모든 것을 관통하는 일관된 정체성을 보여주고 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이효리라는 하나의 단일한 프리즘을 통해 나온 다양한 빛의 스펙트럼이 현재 그가 내놓은 말과 행동에 가깝다.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한우 홍보대사로서 “천하무적! 한우!”를 외치던 이효리가 갑자기 채식을 선언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극적인 변화의 계기를 궁금해하기보다는 ‘드라마 퀸’ 여자 연예인의 변덕 정도로 받아들였다. 당시 정규 4집 앨범의 표절 문제로 활동을 중단해 여론도 썩 좋지 않은 상황에서, 매체들은 그가 자신의 머리와 신념으로 용기 있게 한우 홍보대사를 그만둘 가능성을 모색하기보다는 그저 한우 농가에 대한 민폐로 이효리의 행동을 규정했다. 하지만 그것이 편견 가득한 해석이라 하더라도 외형적으로만 보면 이효리의 행보는 어딘가 갈지자처럼 보인 게 사실이다. 이효리라는 인물이 흥미로운 건, 비틀대는 것처럼 보이는 과정 속에서 부딪히고 고민하고 반성하며 조금씩 온전한 자신의 생각을 지닌 존재로 다져졌다는 것이다.

가령 유기견 순심이를 입양했던 건 작은 계기에 불과하다. 하지만 약한 존재로서의 동물에 대해 연민을 갖게 된 그는 인간의 육식을 위한 공장식 사육의 문제에까지 시선이 미쳤고 결국 채식을 선택하게 됐다. 채식을 하나의 신념으로 받아들인 상황에서 자신과 대중을 기만할 수 없어 한우 홍보대사를 그만둔 것은 모순되기보다는 오히려 일관되고 성실한 사유의 흐름을 따른다. 논란이 됐던 가죽 재킷 착용도 마찬가지다. 동물 보호라는 관점에서 모피 착용을 반대했지만 가죽 재킷 역시 동물에게서 나온 것 아니냐는 비난에 “아직도 좋아하던 가죽 재킷을 못 버리”는 자신이 부끄럽다고 트위터에 밝히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한 걸음씩 더 나아갔다. 실천을 통해 자기 안의 모순을 발견하고 그것을 더 높은 단계로 지양해가는 과정은 전적으로 변증법적이다. 그 정반합의 계단을 올라 순심이를 바라보던 시선은 굴뚝 위에 오른 해직 노동자에게까지 향한다.


오랜 시간, 그리고 지금도 이효리를 따라다니는 트렌드 세터라는 수식은 그래서 어떤 면에서 부당하다. 적어도 연예 활동 바깥에서만큼은 그렇다. 트렌드 세터라는 관점에서, 채식을 하고 모피를 입지 않으며 사회적으로 발언하는 이효리의 행동들은 좋게 보면 유행의 선도고 나쁘게 보면 안젤리나 졸리 코스프레다. 본인의 신념과 행복한 삶을 위해 옳다고 믿는 것을 발언하고 라이프스타일을 가꾸는 주체로서의 이효리는 이 관점에선 배제되어 있다. 실제로 최근 김헌식 동아방송예술대학 교수는 칼럼을 통해 이효리의 사회적 발언을 ‘의식과 개념도 몸에 걸칠 수 있다는 장식주의’ 정도로 폄하했다. 쌍용차 문제에 대해 ‘실제에 대한 냉철한 인식’을 요구한 건 당연하지만 과거 섹시 스타였던 그가 다른 방식으로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한다고 해서 그것을 ‘도덕 윤리 프레임 비즈니스’라고 규정하는 건 논리적으로 빈약하다.

오히려 이효리는 사회적 발언으로 스타성을 강화하기보다는 자신이 스타이기에 할 수 있는 사회적 발언을 하고 있다. 그는 최근 트위터를 통해 쌍용차의 신차 티볼리 매출이 늘어 해고 노동자를 복직시킬 수 있다면 무료로 광고 모델을 할 수도 있겠다고 밝힌 바 있다. 비록 쌍용차는 이 제의를 정식으로 받아들이진 않았고 설혹 신차 매출이 크게 오르더라도 해고 노동자가 복직될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이효리가 오직 자신만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연대의 손길을 내밀었다는 걸 부정하긴 어렵다. 왕년의 섹시 스타와 성숙한 시민이라는 정체성은 이효리 안에서 결코 모순되거나 불화하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의 이효리는 그 어느 때보다 이효리다. ‘이효리답다’는 대중의 평가나 기대를 벗어나 자신의 생각과 자신의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뜻에서 그렇다. 약자에 대해 연민하고, 그들을 보호하지 않는 시스템에 의문을 가지고, 그 의문을 오해 없이 전달하려고 노력하는 그는 다분히 근대적인 인간이다. 물론 그 전에도 故 신해철이 있었고, 김제동이 있었으며, 최근 더 활발해진 이승환도 있다. 다만 버트란드 러셀을 읽고 철학과에 입학한 故 신해철 같은 이가 근대적 이상을 품고 세상과 싸워나가는 모범적 엘리트였다면, 이효리는 대중이 원하는 모습에 갇혀 있던 아이돌 출신 섹시 스타가 어떻게 스스로 세상과 부딪히고 모순을 깨달으며 성숙한 근대인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래서 그는 어쩌면 지금 가장 흥미로운 타입의 롤모델일지도 모르겠다. 우리 모두 다른 누구도 아닌 또렷한 자기 자신이 될 필요가 있는 지금 이곳에서.

글. 위근우
사진. 이효리블로그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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