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토가’의 90년대는 정말 ‘리즈’ 시절이었나

2015.01.05

MBC [무한도전]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이하 ‘토토가’)에는 서태지, 또는 서태지와 아이들이 출연하지 않았다. 1990년대를 정의하는 큰 축이 되는 서태지가 없는 것은 안타까웠다. 하지만 그 또는 그들의 부재는 제작진의 의도와 상관없이 필연적인 결과일지도 모른다. 그들은 ‘토토가'의 가수들과 함께 1990년대에 활동했지만, 사실상 다른 세계에 있었기 때문이다.

서태지와 아이들은 1992년 데뷔해 1996년 해체했고, 그들로부터 지금까지 시장을 지배하는 한국 댄스 음악의 시대가 시작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토토가’에 출연한 댄스 음악 가수들을 초라하게 만드는 비교대상이기도 했다. 서태지는 댄스 음악을 했지만 동시에 싱어송라이터였고, 그에 비해 많은 댄스 음악 가수들은 ‘(기획사의) 꼭두각시’나 음악성이 떨어지는 상업적인 가수로만 취급받곤 했다. ‘토토가’에 출연한 S.E.S.를 비롯해 핑클과 H.O.T.는 이 주제의 단골손님이었다. 서태지가 대단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서태지, 또는 서태지와 아이들이 ‘토토가’에 출연했다면, 1990년대 안에서 ‘토토가’의 가수들을 폄하하고 차별했던 이유도 되돌아온다.

물론 ‘토토가’가 증명하듯 당시 ‘반짝’ 할 것이라던 댄스 음악은 당시의 어떤 노래들보다 더 강한 생명력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시절 ‘토토가’의 가수들에 대한 평가는 2000년대 후반~2010년대 가수들에도 반복된다. ‘토토가’가 화제가 되자 1990년대 음악이 ‘리즈’ 시절이었다는 기사와 칼럼이 이어진다. 아이돌 중심 음악시장에 대한 한탄과 ‘파트 쪼개기’를 비웃는 것은 물론, 아이돌 위주의 획일화된 시장에 대한 비판도 반복된다. 몇 년 전에는 샤이니의 ‘링딩동’과 故 신해철의 ‘우리 앞에 생이 끝나갈 때’의 가사를 비교하며 전자의 유치함을 비웃는 인터넷 게시물이 퍼졌다. 보다 못한 고인이 그런 현상을 직접 비판할 정도였다. ‘토토가’의 가수들은 어느새 ‘레전드’로 격상됐지만, 좋은 음악/나쁜 음악, 훌륭했던 과거/형편없는 ‘요즘 것들’의 이분법은 여전하다.


물론 1990년대는 좋은 시대였다. 윤상, 유희열, 김동률, 신해철, 정석원 등 싱어송라이터들을 주축으로 음악적 실험성과 다양성이 있었다. 여기에 힙합의 도입과 트로트의 건재까지 훑고 나면 ‘1990년대 황금기’론은 그럴 듯 하다. 하지만 현실에 부딪힌 록 뮤지션의 좌절을 담은 영화 [정글스토리]의 개봉이 1996년이었다. 그 영화의 주연이 윤도현이었다.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을 놔둔 채, ‘1990년대 황금기’론은 1970~80년대 ‘진짜 가수’와 ‘진짜 노래’에 비해 ‘90년대 대중음악’의 척박함을 주장하던 논리를 반복한다. ‘90년대’와 ‘2000년대’로 대상을 달리한 열화된 복사 버전일 뿐이다.

2014년에 아이유는 팝 ‘봄 사랑 벚꽃 말고’, 리메이크 ‘나의 옛날이야기', 서태지의 ‘소격동’ 등 여러 스타일을 오가며 모두 성공시켰다. 태양의 ‘눈코입’과 소유x정기고의 ‘썸’은 때로는 노래 하나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증명했고, 악동뮤지션은 앨범 단위의 결과물을 제시한 신인이었다. 서태지, 김동률, 유희열, 윤상은 음악적으로든 상업적으로든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 Mnet [쇼 미 더 머니] 등의 이슈와 함께 힙합이 떠오르기도 했다. 인디신의 성과를 아예 빼도 이렇다. 그 한 해 전에는 싸이, 버스커버스커, 조용필, 지드래곤, EXO가 같이 활약했었다. 늘어놓고 보니, 다양성만이 아니라 현재의 음악이 ‘후퇴’한다는 지적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1990년대는 다른 시대보다 음악이 더 위대했기 때문이 아니라, 현재에 대한 영향력 덕분에 특별하다. 그 시기에 활동하던 상당수의 아티스트가 현재까지 현역이다.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의 심사위원들은 또 어느 시대의 인물들인가. 그것이 1990년대 음악의 위대함에 대한 증거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 음악 산업의 변화와 더 이상 한 세대의 문화가 정치 같은 외부 요인에 의해 단절되지 않는 시대의 변화와 더 큰 관계가 있다. 그래서 ‘7080’과 달리 1990년은 ‘복고’라고만 할 수 없는 현재성이 있고, ‘토토가’는 아예 1990년대를 현재나 다름없게 만들었다. [무한도전]의 멤버들 자체가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활동하며 정상을 지키는 사람들이다. 덕분에 ‘토토가’는 그 시절의 의상과 안무를 그대로 보여줄수록 재미있고, 때때로 희화해도 기분 상하지 않았다. ‘공감’과 ‘재현’을 바탕에 두기에 가수들을 전설로 추앙하거나, 능력을 증명하라며 경쟁에 몰아넣을 필요도 없었다. 가수나 대중이나 한바탕 신나게 놀았고, 그래도 흥이 남았다면 노래방이나 ‘밤과 음악 사이’에 가면 된다. 거기까지다. 그래도 1990년대 음악에 대해 무언가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면 너무 뻔하지만 확실한 모범답안을 기억하자. 20년 후 지금의 10-20대에게 빅뱅과 소녀시대의 노래가 어떤 평가를 받을 것 같은가?

글. 서성덕(대중음악평론가)
사진제공.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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