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그녀의 책장

[엑소더스], 언론사 총격테러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2015.01.16

무장 괴한들이 언론사에 난입해 총을 쐈다. 편집장, 논설위원, 만평가가 사망했다. 언론사는 풍자 만평을 주로 내는 주간지였고, 이슬람교의 예언자 무함마드를 조롱한 만평을 낸 적이 있다. 범인은 알제리 이민 2세로 파리에서 태어난 무슬림이었다. 이들이 예멘의 알카에다 조직과 접촉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점잖은 시절에는 잠복하던 반이민 반무슬림 정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2005년 알제리계 폭동 이후 10년 만에 다시 프랑스는, 사무엘 헌팅턴의 표현으로 ‘문명의 단층선’이 되었다.

안전벨트를 단단히 메고 손잡이를 꽉 잡을 시간이다. 이 사건은 그야말로 폭발적인 논란거리의 총집합이다. 누구라도 조금만 좌표가 어그러지면 제국주의자, 인종주의자, 반이민 극우파가 되거나, 테러 옹호자, 종교 근본주의자, 반지성주의자, 표현의 자유의 적이 된다. 엉뚱한 곳에 서 있다가는 그대로 급류에 휩쓸려간다. 나는 대가의 뒤에 숨겠다. 폴 콜리어는 제3세계 빈곤 문제를 연구해온 경제학자다. 연구의 연장선으로 그는 2013년 저서 [엑소더스]에서 1세계 독자들이 훨씬 관심 가질 문제를 다룬다. 이민이다.

콜리어는 극우파의 이민혐오를 간단히 기각한다. 이주는 다양성을 공급하는데, 다양성은 혁신을 발생시키는 동력이다. 동시에 그는 이민 자유화도 기각한다. 공동체 정체성은 협력이라는 좋은 외부효과를 생산한다. 협력이 훼손되면 사회는 더 불평등해지고 나빠진다. 이것이 이민, 특히 자국 문화공동체를 유지하는 ‘디아스포라’형 이민이 끼치는 비용이다. 결론은 이렇다. 다문화정책보다는 동화정책이 좋다. 그래야 협력이 덜 훼손된다. 이민 자유화나 이민 봉쇄보다는 제한정책이 좋다. ‘제한선’은 계산이 가능하다. 몇 가지 변수를 알면 다양성과 협력의 최적균형점을 구할 수 있다.

우리는 보통 ‘이상적인 세계’를 먼저 상상하고, 거기서 현실이 부족한 대목을 찾는다. 이상적인 세계에서 인류는 모두 세계시민주의자여야 한다. 하지만 콜리어는 이상 대신 그래프를 그린다. 책에는 이주율과 디아스포라(집단 정착) 크기 함수로 이주의 최적균형을 계산하는 대목이 나온다. 우스울 정도로 간단한 직선과 곡선 몇 개로 버틸 도리가 없는 설득력을 보여주는데, 단호한 세계시민주의자인 나는 거기서 완전히 저항을 포기했다.

알제리계 이민 2세가 저지른 언론사 총격테러는 유럽이, 어쩌면 인류가 이민 문제를 다시 고민하게 만들 것이다. 누구는 이슬람이 폭력적 종교라며 반이민 깃발을 들 테고, 또 누구는 유럽의 태도가 위선이고 백인우월주의라 할 테다. 그 백가쟁명을 음미하기 전에 우선은 무게중심을 낮춰보는 것도 좋겠다. 총격테러를 둘러싼 논란의 근저에 깔린 것이 이민 문제라면, 이 책은 최상급 안내서다. 저마다의 이상적인 세계(그게 백인 세속주의자의 세상이든 세계시민주의든)로부터 출발하는 사변에 이만한 면역이 없다. 이럴 때는 무게중심이 낮아야 급류에 휩쓸리지 않는다.

천관율
[시사IN] 기자. 6년 동안 정치 기사를 썼다. 2014년 11월부터 사회 기사를 쓴다. 농땡이를 보다 못한 조직이 발로 뛰는 부서로 보냈다는 소문이 돌았는데, 정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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