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화내지 않고 카카오톡을 가르친다는 것

2015.01.22

“여기 이거, 자꾸 뭐라고 뜨는 거야?” 또다. 엄마의 카톡(카카오톡)에 공지 업데이트를 알리는 ‘N’이 떴거나, 줄기차게 고개를 내미는 ‘강남 OO 안과’ 프로모션 창이거나, PC에서 카톡에 로그인했음을 알리는 메시지가 들어왔거나. 뭐라도 그리 중대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엄마에겐 당장 해결해야 할 심각한 사안이다. 내가 일을 하고 있든 외출 준비를 하든 잠시 멈추어야 할 만한.

올 것이 왔다고는 생각했다. 요금을 아낀다며 요즘 거의 찾아볼 수조차 없는 2G 휴대폰을 수년째 고집하던 엄마가 카톡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겨울부터였다. “나만 카톡을 못 쓰니까 친구들이랑 모임 사람들이 연락하기 너무 불편하다더라”는 말씀을 슬쩍슬쩍 던지면서도 스마트폰은 비싸서 절대 안 사신다던 엄마는 결국 내가 쓰지 않는 구형 스마트폰으로 카톡을 하겠다고 선언하셨다. 기꺼이 어플을 깔아드렸지만 그것이 시작이었다. “친구를 초대하려면 어떻게 해야 돼?” (설명한다.) “사진은 어디를 눌러야 보내지는 거야?” (시범을 보인다.) “내가 보낸 내용을 얘가 봤는지 어떻게 알아?” (숫자 1이 사라지면…) 5분 후, “일대일 대화를 어떻게 시작한다고?” (다시 설명한다.) “앨범을 어떻게 찾는지 모르겠네.” (사진을 신경질적으로 클릭한다.) “주소록에 입력한 사람이 왜 친구로 안 뜨는 거야?” (아까 적어드렸잖아요!) …펑!

이상하게도, 부모님에게 IT 기기 사용법을 가르친다는 건 애인에게 운전을 가르치는 것만큼이나 급속히 갈등을 유발하는 일이다. 정확히 말하면 가르치는 쪽이 쉽게 화를 내게 되는 일이다. 사회생활을 하며 갈고 닦은, 혹은 억지로 짜내기라도 했던 참을성은 사라지고 같은 말을 두 번 이상 하는 순간부터 언성은 높아지고 표정은 굳어진다. “아니, 이걸 몇 번 얘기해요?” 성질을 못 이겨 소리라도 버럭 지르고 돌아서면 그 순간부터 후회뿐이다. 별것도 아닌데 왜 화를 냈을까. 먼 훗날 지독히도 자책할 텐데, 곁에 계실 때 잘 챙겨 드려야지. 대단한 효도는 못 해도 작은 일부터, 다짐하다가도 “여기, 이상한 게 또 떴는데?” 소리가 들리면 발걸음부터 쿵쾅대며 뛰쳐나가 “아, 왜, 또!”를 외치고 다시 후회하기가 무한 반복되는 것이다.

불행 중 다행이랄 것까지는 없지만, 이 불효의 굴레에 나만 끼어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지난해 한국정보화진흥원의 발표에 따르면 중장년층 스마트폰 보급률은 41%(2013년 기준)였다. 한국갤럽의 최근 3년간 조사 결과를 봐도 50대 이상의 스마트폰 사용률은 빠르게 늘고 있다. 카카오톡으로 동창 모임도 열고 자식 청첩장과 손주들 사진도 주고받는 세상에 들어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안내자가 필요하다.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어르신들을 위한 스마트폰 활용법’ 같은 강의를 종종 개설하지만, 아무래도 믿을 건 자식이다. 그런데 자식은 자신의 보호자였던 부모에게 뭔가를 가르쳐야 하는 상황이 낯설고 당황스럽다. 심지어 자신에겐 너무나 간단한 것도 부모님은 영 이해하지 못하니 괜히 목소리가 높아진다는 게 주변 모두의 고백이었다. 한 후배는 어머니에게 스마트폰 사용법을 가르쳐드리다 답답한 마음에 툴툴댔는데, 어머니가 “나는 너한테 한글 가르칠 때 한 번도 짜증 낸 적 없다”며 서운해하셨다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엄마는 내가 높은음자리표를 좌우 바꿔 그렸을 때는 물론, –가 ‘빼기’라는 뜻이면서 ‘음수’이기도 하다는 개념을 깨칠 때까지 혼내지 않고 참을성 있게 설명해준 사람이었다. 결국 후배는 어머니에게 ‘20대처럼 스마트폰 활용하기’ 같은 책을 선물해드렸다고 했고, 나는 엄마의 수첩에 카톡 사용 방법을 하나하나 적어드리면서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의 정원(한석규)을 생각했다. 아버지(신구)에게 VCR 사용법을 설명하다 울컥해 방을 나가버리고, 속상한 마음에 잠 못 이루다 종이에 커다랗게 VCR 조작 순서를 적어 남기던.

그러니까, VCR일 수도 있고 스마트폰일 수도 있고 IPTV나 언젠가 새로 나올 세탁기일 수도 있다. 나날이 더 편리한, 그러나 누군가에겐 낯설어 두려운 것들이 쏟아져 나온다. 내게 자전거 타는 방법과 현미경 사용법 등 세상 모든 것들의 작동 원리를 가르쳐주셨던 아버지가 얼마 전 난감한 얼굴로 조그만 캡이 씌워진 로션 통을 내밀며 “이런 건 어떻게 여냐?”고 물으셨을 때, 진짜 올 것이 왔음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제 나는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부모님이 뒤처지거나 단절되지 않고 살아가실 수 있도록 돌봐드릴 차례가 된 것이었다. 그것은 초고령 사회로 향하고 있는 고령화 사회에서 나이 들어가는 개인으로서도 의미 있는 깨달음이었다. 나이 든 세대가 정보와 기술로부터 소외되지 않아야만 보다 독립적인 생활, 아랫세대와의 더 온전한 소통이 가능하다. 새로운 개념에 익숙하지 않을 뿐이니 단번에 알아듣지 못한다 해서 짜증을 낼 이유가 하나도 없다. 언젠가 나 역시 젊은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노인이 될 것이다. 그 자연스러운 순환의 원리를 이해하며 마침내 마음의 평화를 찾았다고 생각한 어젯밤, 문득 엄마가 물으셨다. “그런데, 이 스마트폰에 ‘밴드’도 깔 수 있지?”

글ㆍ사진. 최지은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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