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콘서트]는 왜 이렇게 재미없을까

2015.01.21
사진제공. KBS

요즘의 KBS [개그콘서트]에서는 여자를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개그우먼은 많지만 여자의 이야기를 소재로 하는 코너는 없다. 대신 남자들이 바라보는 여자만 있다. 개그우먼들은 최근 종영한 ‘시청자 의견’의 교사와 ‘선배, 선배’의 대학생처럼 예뻐서 사랑 받거나 못 생겨서 놀림 받는 역할이 대부분이다. 새 코너 ‘왕입니다요’는 [개그콘서트]의 현재다. 왕은 남녀평등을 위해 여자도 관료로 임명하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여자 관료의 미모를 확인하자, 그를 자신의 침소로 데려간다. 직장에서 일하는 여자가 성적 대상이 되지만, 누구도 이것을 불편해하지 않는다.

[개그콘서트]의 연출자는 여자다. 그가 여자를 의도적으로 비하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사둥이는 아빠 딸’에서 “김치녀가 될 거에요”라는 대사에 대해 아무 고민도 안한 것은 분명하다. 제작진은 “인터넷에서 통용되는 말을 어린이들이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점에 경각심을 일깨우자는 의도”라 해명했다. 그러나 진의를 떠나 제작진은 ‘김치녀’라는 단어의 사회적 맥락을 고려하지 않았다. 그들은 일부 남성들의 여성 혐오에서 시작된 이 단어가 쓰는 것만으로도 불쾌함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았다. 누군가 우연히 이름이 ‘부엉이’인 코너에서 등산객이 추락사 하는 아이템을 낼 수는 있다. 하지만 이것이 사회적으로 가진 맥락은 물론 죽음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 아무도 문제 삼지 않은 것은 실수만으로 말할 성질의 것은 아니다. 알았다면 악의적이고, 몰랐다면 나태하다.

여자를 성적 대상으로만 바라보고, ‘김치녀’라는 단어를 쓰고, 부엉이의 잘못된 인도로 사람이 죽는 아이템을 내도 제작진이 통과시킨다. 아이템을 내야 하는 [개그콘서트]의 남자 코미디언에게 이것은 그린라이트다. 더 이상 아이템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없다. ‘시청자의 의견’은 10대 남학생, ‘젊은이의 양지’는 취업 준비생, ‘가장자리’는 결혼한 남성들의 이야기가 소재다. ‘10년 후’ 같은 조폭물, ‘핵존심’처럼 남자의 쓸데없는 자존심이나 ‘유민상 장가보내기 프로젝트’처럼 미혼남의 이야기도 있다. 남자의 일생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남자 자신의 이야기는 가득한 반면, 사회 풍자를 하는 코너는 ‘도찐개찐’ 정도가 전부다. 대신 ‘명인 본색’처럼 엉터리 요리사를 일본인으로 설정해 국민감정에 기대는 쉬운 코미디만 한다. 여자에 대한 코너가 좀처럼 없는 이유다. 남자가 만든 남자 이야기 속에서 여자에 대한 이해가 들어갈 여지는 적다. 여자 코미디언은 등장하지 않거나, ‘선배, 선배’처럼 남자에게 놀림을 받을 뿐이다.


‘속상해’에서는 못생긴 여자를 그린다. 그러나 정작 못생긴 여자는 정태호가 연기한다. 제작진이 ‘정 여사’에서도 여장을 했던 정태호에게 비슷한 아이템을 허락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못생긴 여자마저 남자가 연기하면서, [개그콘서트]에는 다양한 시선이 들어갈 여지가 줄어든다. 이국주는 tvN [코미디 빅리그]에서 자신의 큰 몸을 이용한 개그를 한다. 그 역시 자신의 외모를 놀림거리로 사용한다. 그러나 이국주는 사람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인정하고, 받아친다. 여자의 외모에 대한 이야기라도 여자가 다루면 다른 방식이 될 수 있다. [개그콘서트]도 예전에는 박지선과 오나미가 ‘29’에서 자신의 외모를 비하하며 역설적으로 못생긴 여자에 대한 사회의 시선을 드러내기도 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분장실의 강 선생님’, ‘희극 여배우들’처럼 여자 코미디언의 세계에 대해 다루는 코너들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 오나미는 ‘사둥이는 아빠 딸’에서 아빠에게 못생긴 외모를 지적 받는 역할을 하고, 에로배우 ‘세레나 허’ 캐릭터로 주목 받던 허안나는 ‘10년 후’에서 별 대사도 없이 남자의 사랑을 받는 캐릭터로 소비된다.

[코미디 빅리그]는 오랫동안 뜨지 못했던 이국주를 스타로 만들었다. 이런 경쟁력에는 다양한 시선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썸&쌈’에서는 학교 동창이 ‘갑’의 위치에 있는 거래처를 찾아가 계약을 성사시키려는 여자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두 여자는 그들의 외모를 놀림감으로 삼기도 하지만, 여자들끼리의 애증과 먹고 살기 위해 애쓰는 직장인의 비애도 보여준다. 그 뒤에는 이것을 지켜보는 남자 동료와 ‘썸’ 타는 과정이 이어지면서 이야기가 풍부해진다. ‘10년 째 연애 중’에는 서로에게 더 이상 설레지 않지만, 익숙한 만큼 서로를 잘 이해하는 커플이 등장한다. 남자가 여전히 정성껏 사랑하는 여자는 이국주다. [코미디 빅리그]에서는 남녀의 시선이 교차하면서 터프하지만 귀엽고, 일반적인 기준에서 미녀는 아니지만 남자친구에게 사랑스러운 여자가 나올 수 있다. 캐릭터가 다양한 만큼 긴 호흡의 스토리에서도 웃음을 만들 여지가 많다. 반면 [개그콘서트] ‘은밀하게 연애하게’의 여주인공은 남자에게 애교만 부리는 경찰이고, ‘가장자리’에는 제사음식을 제대로 못 차리거나 우악스러운 성격이 웃음의 대상이 되는 아내들이 나온다. 코너 전체에 남자의 입장과 시선만이 반복되면서, 에피소드는 제대로 된 서사를 갖지 못한 채 단발적인 웃음만 반복한다.

[코미디 빅리그]는 남녀 할 것 없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때로는 경쟁하거나 협력한다. 그런데 [개그콘서트]는 과거보다 더 한 쪽의 입장만을 강화한다. 당장 대다수의 남자 코미디언이 더 실력이 있어서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김지민 만큼은 [개그콘서트]의 ‘쉰 밀회’에서 예쁜/못생긴 여자의 이분법에서 벗어난 캐릭터를 연기했었다. 그러나 다양성이 부족할수록 아이디어는 한정되고, 다른 사회 구성원들과의 공감대는 사라진다. 논란이 될 수 있는 아이디어가 여과 없이 방송되고, 가능성 있는 여자 코미디언이 능력을 키울 기회는 더욱 사라진다. 그 사이 시청률은 점점 떨어지고, 과거처럼 [개그콘서트]의 개그맨이나 유행어가 크게 인기를 얻는 경우는 줄어든다. 그래서 [개그콘서트]가 ‘김치녀’ 등의 대사로 일으킨 논란은 정치적, 사회적 문제로 시작됐지만 오히려 경제적인 결론으로 끝난다. 다양한 구성원의 시선이 없는 집단은 비효율적인 성과를 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쉰 밀회’는 종영 당시 [개그콘서트] 코너별 시청률 1위였다.

글. 강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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