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폰 런], 성차별과 싸우는 소녀들의 게임

2015.02.25

총 대신 탐폰을 쏜다. 적들은 여성의 생리가 나쁘다고 생각하는 자들이다. 지난 2일 애플 앱스토어에 올라온 모바일 게임 [탐폰 런]은 미국의 두 고등학생, 소피 하우저와 앤디 곤잘라스의 작품이다. 그들은 기술계 내 성차별 문제를 극복하려는 취지에서 시작된 교육 프로그램 ‘코딩하는 소녀들(Girls who code)’에서 이 게임을 만들었고, 작년 말 TED 강연 자리에서 “여성의 생리를 언급하는 것이 금기시되는 분위기가 이상하다”고 여겨 게임을 고안했다고 밝혔다.

“위험한 총을 아무렇지도 않게 쏘는 게임은 많잖아요. 나쁘지도 않은 탐폰을 쏘는 것이 문제가 되나요?”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나눈 두 소녀의 말처럼, 이 게임 속 탐폰은 마치 총을 쓰는 게임의 총알처럼 느껴진다. 여성의 월경이 공개적으로 거론되는 것이 터부시된 역사는 길고, 이것은 그만큼이나 줄곧 제기된 여성 문제 중 하나다. 이런 상황에서 [탐폰 런]은 반복적‧습관적으로 하게 되는 게임의 속성을 이용해 금기시 됐던 대상을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어버린다. 두 사람은 잘못된 인식을 고치는 계기가 어렵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게임의 특성을 통해 보여줬다.

은 언론이 [탐폰 런]을 주목한 것은 단지 탐폰을 쏜다는 아이디어 때문만은 아니다. 두 사람은 TED에서 “업계 내 성차별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란다”고도 했는데, 그들의 발언처럼 최근 미국 게임 업계는 성차별 문제가 포함된 한 사건 때문에 논란을 겪었다. ‘게이머게이트’라 불리는 이 사건은 작년 8월 게임 개발자 조이 퀸의 전 남자친구가 조이 퀸이 일부 게임 저널리스트들과 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이 발언 이후 그의 게임에 대한 호의적인 프리뷰 및 기사가 여론조작의 결과라는 음모론이 퍼졌다.


초기의 ‘게이머 게이트’운 동은 게임 언론의 부패를 청산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고, 음모론 역시 증명되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조이 퀸을 향한 성적 조롱을 일삼으며 업계 여성 종사자 전반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여성혐오적 성향을 가졌던 사람들이 운동에 뛰어들었다. 누군가는 조심스럽게 일리 있는 의혹만을 제기했고, 누군가는 조이 퀸과 다른 페미니스트들에게 “강간하겠다”, “죽여 버리겠다”는 협박을 하기도 했다. 반대로 이 사건을 성차별이라 주장한 조이 퀸의 입장에 동의한 여성 운동가들도 합세했다. ‘게이머 게이트’는 각자가 여성에 대해 갖고 있는 입장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과정이었고, 어떤 사람들의 시각은 비윤리적이기도 했다.


소피 하우저와 앤디 곤잘라스의 게임은 이런 상황에서 성차별에 대해 유쾌한 방법으로 문제제기를 했다. 게임을 하는 입장에서 총알은 되지만 탐폰은 안 된다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탐폰 런]은 캐주얼 게임의 특성을 활용해 ‘생리를 유별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체험시키며 월경에 일상성을 부여한다. 그것은 여자이기 때문에 터부시되던 것들을 논리는 물론 감각으로도 수긍하게 만드는 시도이기도 하다. ‘게이머 게이트'가 미국 게임 산업 속의 여성이 겪는 현재라면, [탐폰 런]은 그것에 대응하는 여성의 미래처럼 보인다. 게임이 사회적 통념이 여자에게 은밀한 것, 공개할 수 없는 것으로 만든 것을 유쾌하게 공론화하는 방법이 된 것이다. 

글. 임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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