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돈나가 죽기라도 했대?

2015.03.11

얼마 전 발매된 마돈나의 새 앨범 [Rebel Heart]의 첫 싱글 ‘Living For Love’를 둘러싸고 제법 시끄러운 일이 있었다. 요점은 작년 12월 20일 공개된 이 노래가 영국 BBC의 Radio 1채널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노래는 문제가 제기된 2월까지 단 1번 방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팬들은 그 이유가 1958년생, 올해 만 56세의 마돈나의 나이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Radio 1에서 ‘Living For Love’가 방송되지 않는다고 마돈나의 위상이 흔들릴 것은 없다. 또한 이 노래는 BBC의 또 다른 라디오 채널 Radio 2에서는 문제없이 나오고 있다. BBC는 두 채널에서 대중음악을 중심으로 방송하고, 청취율은 Radio 2가 더 높다. 그러나 2013년 가을, Radio 1의 대표는 그린데이와 뮤즈의 당시 노래들이 수준 미달로 플레이리스트에 오르지 못했다고 밝혔다. 비슷한 시기에 로비 윌리엄스는 Radio 1이 더 이상 자신의 싱글을 틀지 않는다는 사실에 상처받았다고도 말했다. BBC는 Radio 1을 15세에서 29세, Radio 2를 30대 이상의 청취자에 맞춰 음악을 방송한다. 그리고 각 목표의 취향을 반영하기 위해 매주 ‘플레이리스트’를 발표하고, 디제이들은 ‘플레이리스트’를 선곡의 가이드라인으로 삼는다. Radio 1에서 노래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이 ‘플레이리스트’에 없다는 의미다. 단지 나이에 따른 분류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젊은이들이 주로 듣는 음악은 그 시대의 흐름을 가장 잘 반영할 수 있는 지표이기도 하다. 전 세계 대중음악에 큰 영향력을 가진 영국, 그것도 BBC라면 더욱 그렇다. 실제로 Radio 1은 대중음악 시장에서 높은 수준의 음악과 선도적인 취향으로 이름 높다. 다시 말해 마돈나가 Radio 1에서만 방송되지 않는 것은 팬들에게는 ‘Radio 2로 밀려났다’고 볼 수 있는 일이다. 팬들의 분노에 더해 마돈나의 새 앨범에 참여한 디플로, 가비지의 보컬인 셜리 맨슨 등이 마돈나를 지지하면서 이 논란은 더욱 커졌다.


BBC는 ‘나이 문제’를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Radio 1은 음악적 가치와 젊은 청자들과의 연관성에 따라 각각의 노래를 선택하며, 아티스트의 나이는 전혀 고려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현재 폴 매카트니가 참여한 두 곡, ‘Only One’과 ‘FourFiveSeconds’가 방송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두 노래가 폴 매카트니와 카니예 웨스트의 협업으로 큰 관심을 모았고, 후자의 경우 리한나도 참여했다는 사실을 모른 척 하면, 꽤 괜찮은 해명이다. 그러나 나이가 아닌 ‘음악적 가치와 젊은 청자들의 연관성’을 감안한다면, 오히려 마돈나에 대한 문제는 더욱 논쟁거리가 될 법하다. 마돈나가 통산 3억 장의 앨범을 판매하고 1천만 명의 공연 관객을 동원한 ‘팝의 여왕’이기 때문이 아니다. 과거의 영광은 오늘의 음악적 수준이나 대중적 인기를 보증하지 않는다. 하지만 ‘Living For Love’는 전성기가 지난 대중음악 스타가 최신 유행에 따라 만들어낸 수명연장용 싱글을 훌쩍 뛰어 넘는다. 이 노래는 90년대의 마돈나를 연상시키는 피아노와 가스펠 합창단에게 현대적인 하우스 비트를 소개한다. 전설적인 베테랑은 자신의 유산을 활용할 줄 아는 후배, 디플로와 함께 ‘시대적 연관성’을 지니면서도 자신만의 스타일이 담긴 결과를 내놓았다. 한 마디로 마돈나도 내놓는 음악이 아니라 마돈나이기 때문에 가능한 경우다. 마돈나의 퍼포먼스가 그래미 시상식 시청률 최고의 순간을 기록한 이유다.

BBC는 여전히 마돈나를 Radio 2에서 나오도록 분류하는 중이다. 마돈나의 음악이 뛰어날지라도 젊은 세대에게 어울리지는 않는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답이란 없을 이 소동은, 여성 뮤지션에게 나이듦이란 무엇인지 질문하도록 한다. 배우나 다른 분야보다, 무대에 오르고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팝 뮤지션은 나이에 따라 무엇이 가능한지 제한을 겪고, 심지어 그 평가에도 영향을 받는다. 올해 오스카를 수상한 줄리안 무어가 60년생이라는 이유만으로 출연 장르에 영향을 받거나, 연기의 성과에 차이가 있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하지만 마돈나의 새로운 음악에 대한 평가라는 함수에는 그의 나이가 들어간다. 우리는 엄정화의 새로운 댄스뮤직을 만날 수 있을 것인가? 20년 후에도 이효리는 여전히 멋진 앨범을 만들어 낼 것인가? 마돈나가 ‘오래된 미래 예측’이라며 트위터에 올린 자신의 젊은 시절 인터뷰 영상이 답이 될 것이다. “우리는 인종차별이나 성차별만이 아니라 연령차별도 겪고 있다. 당신이 특정한 나이를 넘어서면 더 이상 대담하거나 성적으로 어필할 수 없다. 여기에 규칙이라도 있는가? 당신이 40살이 되면 죽기라도 하는가?”

글. 서성덕(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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