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 오브라이언의 미치게 웃기거나 이상하게 찡한 다섯 가지 순간

2015.03.23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있지만, 한 번만 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데뷔 20주년을 넘긴 미국의 인기 코미디언 코난 오브라이언이 진행하는 TBS의 토크쇼 [코난 쇼]의 영상은 현재 유튜브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 중 하나다. 유명한 스타들은 그의 쇼에 출연하기만 하면 전무후무 우스꽝스러운 인터뷰를 만들어내고, 평범한 사람들은 [코난 쇼]에 등장해 낯선 이들의 배꼽을 잡게 만든다. 그리고 도대체 신사적이거나 차분한 진행자의 모습과는 거리가 먼 코난 오브라이언의 거침없는 언변과 놀라운 순발력은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어 한국의 팬들에게도 큰 인상을 남기고 있다. 미국 토크쇼의 ‘미친 자’, ‘노답 게이머’ 등의 별명으로 불리며 암암리에 ‘웃음 보증 수표’로 거론되던 코난 오브라이언의 중요한 다섯 가지 순간을 소개한다. 누구보다 지적이며, 의외로 다정하고, 심지어 팬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 줄 아는 이 남자의 동영상 목록을 확보한다면, 이제 외로워도 슬퍼도 걱정이 없다.


1. 이상한 나라의 코난 
코난 오브라이언의 코미디는 ‘불협화음’에서 출발하고는 한다. 어색한 상황, 낯선 환경에서 그는 세련되게 감정을 조절하기보다는 불편한 긴장을 과장되게 드러내 버리면서 오히려 지켜보는 사람들을 폭소하게 만든다. AMC [워킹데드]에 출연 중인 한국계 배우 스티븐 연과 함께 방문한 한국식 찜질방은 그런 코난 특유의 코미디가 폭발하기에 적합한 장소였다. 한국 스타일로 머리에 수건을 둘러쓴 채 뜨거운 목욕물에 괴로워하거나 때밀이를 두려워하는 그의 모습은 안쓰러우면서도 참을 수 없는 웃음을 유발한다. 박물관, 민속촌에 이르기까지, 익숙하지 않은 수많은 장소를 찾아다니면서 코난은 언제나 타인의 문화에 대한 의문을 거침없이 표현해버린다. 즉흥적으로 상황을 재해석하고 현장에서 만난 인물에 관한 농담을 만들어내는 그의 입담은 일말의 무례함을 압도할 정도로 탁월하다. 게다가 불평을 늘어놓으면서도 끝까지 적극적인 태도로 체험에 임하는 그의 모습은 직설적이면서도 미움받지 않는 원천 기술을 짐작하게 한다. 이러한 그의 방식은 [코난 쇼]의 작은 코너인 ‘클루리스 게이머’에서도 잘 드러난다. 게임에 문외한인 중년 남성이 무턱대고 신작 콘솔 게임을 리뷰하는 이 방송에서, 코난은 등장하는 캐릭터들을 제멋대로 이해하고 소리를 지르고 분통을 터트리기 일쑤다. 그의 해석 안에서 미션은 대부분 여자를 유혹하기 위한 관문이고, 슈퍼마리오는 여전히 영어에 서툰 이민자일 뿐이다. 이쯤 되면 트집을 잡기 위해 게임을 하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중요한 것은 아무리 어렵고 낯선 게임이라도 코난은 끝내 컨트롤러를 놓지 않는다는 점이다.


2. 세상 속의 이상한 코난
풍자가 웃음을 획득하는 것은 그 대상이 상대적 강자일 때다. 코난은 누구보다 이러한 코미디의 법칙을 잘 이해하는 사람이다. 190cm가 훌쩍 넘는 키에 하버드를 졸업한 성공한 백인 남성으로서 그는 자학적으로 보일 정도로 스스로 풍자의 대상이 되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특히 그는 여성들의 세계관과 퀴어 문화를 대할 때 자신을 과감하게 투영하며 섬세한 즉흥극을 만들어내고는 한다. 방문판매 화장품 회사의 영업사원 교육을 받는 에피소드에서 코난은 여자의 관심을 갈구하는 기존의 캐릭터를 유지하면서도 화장품을 직접 바르고, 실제 고객들을 응대하면서 모종의 동료의식을 형성해낸다.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인형가게를 방문했을 때도 그는 브랜드의 지나치게 구체적인 콘셉트에 경악하면서도 속속들이 소녀의 경험을 대리한다. 여성과 소녀들의 세계에서 이상한 사람은 결국 코난이며, 코난은 곧 말만 많고 아는 것 없는 아저씨들을 대표하는 것이다. 퀴어에 관해 그가 보여주는 태도는 더욱 유연하다. 선이 얇은 얼굴과 트레이드마크가 된 헤어스타일 덕분에 종종 레즈비언 같다는 놀림을 받는 그는 이조차도 농담의 소재로 활용해버린다. 실제 게이인 스태프의 도움으로 게이 전용 데이팅 앱을 체험하는 에피소드에서, 코난은 게이 고유의 문화에 대해 특별히 유난을 떠는 대신 ‘근육도 인기도 없는 남자’의 캐릭터를 유지한다. 다른 지점은 최대한 두드러지게 만들지만, 다른 점을 이유로 가치를 판단하지는 않는다. 덕분에 그의 코미디는 죄책감 없이도 충분히 고약할 수 있다.


3. 코난 주변의 현실
토크쇼 호스트가 되기 전, 코난은 [SNL]과 [심슨가족]의 작가로 활동했다. 특히 코난은 [심슨가족]의 번즈 사장을 작업하기를 좋아했다고 밝히기도 했는데, 그래서인지 종종 그는 자신을 괴팍하고 심술궂은 상사로 묘사하고는 한다. 짐 캐리를 통해 신경질적인 자신의 모습을 연기하게 시키는가 하면, 인턴 작가들과 검열 담당 직원개인 비서 등 보이지 않는 스태프들을 동원해 보여주는 ‘귀찮은 상사 코난’은 그의 쇼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캐릭터다. 그중에서도 협력 프로듀서인 조든 슐랜스키는 코난의 집요한 놀림과 공격을 수년째 받아내고 있는 인물로서, 유머 감각이라고는 없는 표정을 하고 눈치 없이 상식을 자랑하는 그의 캐릭터는 코난의 악랄한 캐릭터를 이끌어내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코난은 조든의 사무실에 침입해 그의 책상을 뒤지는가 하면, 매트로 섹슈얼을 표방하는 그에게 억지로 카우보이 복장을 입히고, 심지어 다른 직원들과 합심해 조든을 따돌리는 콩트를 만드는 등 괴롭힘의 정도를 높여왔는데, 특히 약혼을 하게 된 조든과 함께 커플 상담을 받는 에피소드에서는 두 사람의 극단적으로 대조적인 캐릭터가 만들어내는 코미디의 훌륭한 구조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악당 상사 코난의 캐릭터는 어디까지나 가상의 세계에서 통용되는 것으로, 조든을 비롯해 현재 [코난 쇼]에서 그와 호흡을 맞추고 있는 상당수의 스태프들은 NBC 시절부터 그의 팀원이었던 사람들이다.


4. 코난의 현실
공중파인 NBC의 심야 방송인 [투나잇 쇼]와 [레이트 나이트 쇼]는 코미디언들에게는 꿈의 무대다. 그러나 [레이트 나이트 쇼]의 진행자이자, [투나잇 쇼]의 차기 진행자로 점쳐지던 데이비드 레터맨은 자니 칼슨이 은퇴한 [투나잇 쇼]의 진행자 자리에 자신이 아닌 제이 레노가 발탁되자 이에 반발해 방송사를 이적해버린다. 엉겁결에 [레이트 나이트 쇼]의 진행자로 파격 발탁된 코난은 당시 무명에 가까웠고, 그가 진행하는 첫 회의 오프닝은 웃으며 출근한 코난이 사무실에서 목을 매려 하는 내용으로 꾸려질 정도였다. 16년이 흐른 뒤, 코난은 당대 코미디언들의 롤모델인 데이비드 레터맨조차 도달하지 못한 [투나잇 쇼]의 새 진행자로 기용되면서 성공 신화를 완성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NBC는 시청률을 문제로 [투나잇 쇼] 앞에 제이 레노의 프로그램을 신설하는 것은 물론, 급기야 제이 레노에게 프라임 타임을 내어주기 위해 [투나잇 쇼]의 방송 시간을 60년 만에 변경할 계획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결국 코난은 채 1년을 채우지 못한 시점에서 사퇴를 결정하고 그야말로 실업자의 처지에 놓이게 된다. 동경하던 우상을 좇다 그와 비슷한 상처를 입은 코난은 출연 금지 조항이 해지되자 데이비드 레터맨의 토크쇼에 출연한다. 그리고 NBC에 대한 앙금을 슬쩍 드러내는가 싶더니 진행자가 끼어들 틈도 주지 않고 아들에 대한 이야기를 열렬히 토로했다. 그가 시시콜콜 소상히 밝힐 수 있는 가장 큰 고난은 압도적으로 분노를 표출하는 어린 아들의 육아였던 것이다.


5. 그러나 삶은 계속 된다
NBC를 떠난 코난은 계약 파기의 대가로 공개적인 연예 활동이 금지되자 트위터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며 라이브 코미디 투어를 계획했다. 이 무렵 트위터는 그에게 마케팅에 대한 전혀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었으며, 오랫동안 보수적인 공중파 채널에서 은근히 반항아의 입지를 다져온 그에게 인터넷은 새롭게 펼쳐진 우호적인 무대였다. 코난은 투어 내내 ‘I Will Survive’를 개사해서 부르며 와신상담의 태도를 보였고, NBC의 처사에 공분하던 팬들 덕분에 공연은 늘 매진 사례였다. 기세를 몰아 코난은 보다 자유롭게 코미디를 선보일 수 있는 케이블 방송사 TBS에서 지금의 [코난 쇼]를 시작했고, 트위터와 인터넷은 순식간에 그를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시켰다. 새로운 막이 열리던 그 시기, 코난은 다트머스 대학의 졸업식에서 축사를 맡아 “실패를 받아들여 새로운 기회를 만들라”는 감동적인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이날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내내 학교 신문 편집장을 도맡으며 길러온 날카로운 비전과 시니컬하면서도 불편하지 않은 현란한 입담보다 돋보인 것은 삶의 굴곡을 지나온 사람만이 보여줄 수 있는 그의 진실한 태도였다. 투어 오프닝 영상과 [코난 쇼] 티저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코난은 힘든 시기 내내 자신의 실패를 거듭 인정하고 드러냈다. 그에게 자존심은 억지로 지켜내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재건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세상에 첫발을 내딛는 젊은이들에게 실패를 두려워 않는 배짱보다 재기를 꿈꿀 수 있는 희망을 더 소중히 말하는 사람의 축사는 그의 웃음만큼이나 널리,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글. 윤희성(객원기자)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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