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몬스터 “불안, 방황, 혼란, 외로움. 그게 저인 거예요”

2015.03.27


“내가 지코 형이나 바비와 다르다면, 되게 불안하다는 거 같아요.” 방탄소년단의 리더 랩몬스터는 “방황이 심했던” 2년을 보냈다. 데뷔 직후 있었던 행사에서는 언더그라운드 래퍼 비프리가 얼굴을 보며 그를 비난했고, Mnet [4가지쇼]에서는 언더그라운드 출신 래퍼와 아이돌 사이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지난해 연말 iKON의 바비와 있었던 디스전은 성공과 불안이 혼란스럽게 뒤섞인 이 여정의 클라이맥스였다. “굉장히 화가 났죠. 왜 나를 욕할까. 그런데 그다음에 이해하게 됐어요. 그 사람들이 그럴 수 있겠다고. 진심으로. 그러고 나서 생각했죠. 내 안에 집중해보자.” 그리고 발표한 믹스테잎의 첫 공개곡 ‘각성’. “아이돌인지 아티스트인진 사실 중요한 적 없었지 니들이 날 보는 시선 그게 나일 뿐이었었지 타이틀에 연연하고 수식어에 목맸네.”

나스를 통해 랩을 알았고, 래퍼들의 인터뷰와 다큐멘터리를 보며 힙합과 영어를 함께 배웠다. 로우톤에 독특한 억양을 가진 그의 랩도, 머리 좋은 남자 연예인으로 tvN [문제적 남자]에 출연할 만큼 화제가 된 영어 실력도 그때 익혔다. 그래서 음악과 공부 사이에서 갈등했고, 마음껏 음악을 하면 불안은 끝날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데뷔를 기다리는 시간은 길었고, 언더그라운드 시절 알고 지냈던 누군가는 ‘각성’의 가사처럼 “회사 가더니 병신 다 됐다”고 했다. 방탄소년단의 리더. 이름은 랩 괴물. 하지만 쏟아지는 남들의 이야기에 불안해지는 20대 초반. “농담으로 그런 말이 있어요. ‘I don’t give a fuck’ 하는 사람들이 사실 가장 ‘I do give a fuck’ 한다고. 남 신경 안 쓴다는 사람이 제일 신경 쓴다는 거예요. 제가 그랬죠.”

영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는 문학이 결국 “나는 누구인가?”를 말하는 작업이라는 장면이 나온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 채 사라지게 됐지만, “나는 누구인가?”는 언제나 창작의 시작이다. 랩몬스터가 좋아하는 뮤지션들의 사운드를 바탕으로 랩을 한 믹스테잎을 내기로 한 것도, 믹스테잎의 커버 이미지를 흑과 백으로 꾸민 것도 “나는 누구인가?”에 답하기 위해서였다. “전략 같은 것 다 집어치우고 내가 뭘 하고 싶은지만 생각했죠.” ‘I don’t give a fuck’과 ‘I do give a fuck’ 사이. 그래서 인디아 아리의 ‘Just Do You’를 듣고 ‘Do you’라는 표현이 계속 마음에 남아 ‘Do You’를 만들었다. “내가 추락하는 그 순간 내가 손잡아줄 건가”라던 ‘각성’이 “그러니까 그냥 너는 니 걸 해”라는 결론의 ‘Do You’로. 쉼 없이 이어지는 스케줄 속에서 10곡이 넘는 믹스테잎을 만드는 것은 어쩌면 오기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불안을 바탕으로 시작된 작업은 하나 하나 곡을 만들어가는 성실함이 더해져 불안한 마음 밑바닥에 붙어 있는 희망을 찾아내도록 했다. “믹스테잎은 최후의 보루 같은 거예요. 누가 뭐라고 해도 누구도 이 안쪽으로는 들어올 수 없는 거예요. 이 선 바깥에서는 계속 고민하겠지만요. 좋은 음악들을 듣고 좋은 음악을 갈망한다는 나만의 기준을 갖고 만들었으니까요. 어쨌든 좋잖아? 그래서 그냥 괜찮아라는 거.”


믹스테잎을 만들면서 [문제적 남자] 같은 예능도 눈치 보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출연할 수 있게 됐다. 랩몬스터가 존경하는 타이거 JK가 새 앨범 피처링을 제안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만든 ‘농담’에서 자신의 팬을 ‘빠순이’라 했던 이들에게 그대로 맞받아쳤다. “홍대 예능쇼에 몇 안 되는 힙수니들이 느이 그 고정.” “힙합 신도 많은 여자분들이 음반을 사고 공연을 보러 가잖아요. 그런데 아이돌이라는 이유만으로 비난하는 것에 대해 뒤집어서 말하고 싶었죠. 시장의 현실을 봤을 때 너희도 크게 다르지 않고, 그분들이 없으면 너희들도 존재할 수 없다고.” 방탄소년단의 음악을 듣지도 않은 사람이 스키니 진을 입고 스모키 화장을 한다는 이유로 비난을 했었다. 그때 랩몬스터는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꽁해” 있었다. 믹스테잎을 거치며 스스로에 대해 알고 난 후, 그는 이 모든 시선들을 ‘농담’으로 받아칠 수 있었다. ‘각성’에서 자신의 현재를 인정하고, ‘I Believe’처럼 불안 속에서도 끝까지 흔들리지 않는 자신의 본질에 대해서도 탐구했다. 피아노 하나에만 의지한 ‘목소리’처럼 형식적인 시도도 했다. 그렇게 자신에 대한 뜨겁고 혼란스러운 마음을 “차갑고 치밀하게 만든 음악”으로 표현한 뒤에야, 아무런 부담 없이 ‘농담’을 만들 수 있었다. 하고 싶은 말들을, 구성은 신경 쓰지 않고 마음 가는대로. “자존감이에요.” ‘각성’으로 시작해 ‘농담’까지, 아이돌 스타가 시간을 쪼개가며 정식 발매되지 않는 믹스테잎을 만들며 얻은 것.

랩몬스터는 “가장 좋아하는 뮤지션 Top 2 안에 드는” 드레이크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신나 했다. 그의 새 앨범은 “쉴드는 못 치겠지만” 여전히 좋아한다. “노래를 잘하지 않아도 보컬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줬죠. 하하. 처음 들었을 때 뭐 이런 노래가 다 있지? 이랬어요. 랩을 잘하기도 하지만 음악으로서 좋아요. 음악을 그림처럼 하나의 느낌으로 펼쳐놓는 거. 저도 그런 음악을 하고 싶어요.” 언더그라운드 시절에는 좋은 랩에 집중했지만, 방탄소년단을 함께하며 한 곡으로서의 음악을 생각하게 됐고, 이제는 랩을 쓰면서도 자신이 그리는 곡의 이미지를 생각한다. 랩으로 가득한 믹스테잎의 곡들에서도 기승전결을 갖춘 드라마틱한 구성을 쓸 수 있었던 것은 아이돌 그룹을 하며 대중적인 곡 쓰기에 대해 익힌 결과였다.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할 것 때문에 불안했고, 하고 싶은 것을 하는 대신 타인의 시선에 또 불안했다. 불안과 상처는 고민을 멈추지 못하게 만든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고민은 종종 상상치 못한 도약을 가능케 한다. 2년 전, 자신이 누구인지 몰라 혼란스러웠던 아이돌 그룹의 리더가 ‘Do You’라고 선언할 수 있을 만큼. “불안, 방황, 혼란, 외로움. 그게 저인 거예요. 팀이 성공하고 솔로로 인정받는다고 해도 다른 방황이 시작되겠죠. 그런데 그게 뭐 어때요? 저는 받아들였는데. 그리고 계속 곡을 쓰겠죠. 불안하지만 그래도 나를 믿으면서.”

글. 강명석
사진. 이진혁(KoiWorks)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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