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thcode’는 어떻게 EXO의 초능력을 되찾아주었나

2015.03.30
멤버 중 두 명이 나갔다. 이제 과거 같은 인기는 힘들지 않겠느냐는 말이 떠돌았다. 음원은 부득이하게 예정보다 빨리 ‘금요일 밤 12시 타이틀 곡 선 공개’됐다. 그러나 EXO의 ‘CALL ME BABY’는 공개 직후 음원차트를 석권했다. 신나라 레코드에서는 새 앨범 [EXODUS]의 물량이 모두 소진 돼 음반 예약 판매를 일시 중단했다. 놀라운 반전이다. 그러나 예상된 결과이기도 하다. EXO의 컴백 프로모션 ‘Pathcode’는 팬들이 EXO의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에 문자 그대로 “내 지갑을 가져요”라고 외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것이었다. ‘Pathcode’는 유튜브를 통해 공개되는 멤버들의 티저 영상을 중심으로 인스타그램, 트위터, 홈페이지, 그리고 서울 삼성동에 있는 SM아티움, 명동, 신촌, 홍대 등에서 온‧오프라인으로 동시에 진행됐고, 팬들은 다음 티저를 보기 위해 마치 탐정처럼 SM이 준 단서들을 따라가 새로운 콘텐츠들을 발견했다. 그리고 이 티저들을 쭉 따라가다 보면 멤버들의 탈퇴로 흔들렸던 EXO의 세계관은 어느새 다시 정립되고, 팬들은 그들이 좋아하던 EXO의 이야기를 그대로 즐길 수 있다. 그 점에서 ‘Pathcode’는 그 자체로 하나의 대형 창작물이고, SNS를 통해 창작자와 팬이 함께 만들어낸 새로운 스토리텔링이라 할 수 있다. [아이즈]가 지난해부터 오늘까지 이어진 EXO의 컴백 프로모션의 ‘Path’를 추적한 이유다. 이것은 지금 대중음악산업에서 한 곡이 대중에게 호응을 얻기까지의 기획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기획은 그 자체로 예술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증명이다.


10개의 구슬
SM의 이수만 회장은 EXO를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에 활동할 수 있는 팀으로 기획했다. 멤버들은 K와 M으로 나뉘어 활동하고, 초능력을 가진 채 한 쌍으로 움직이는 활동 방식에는 팬들이 그 자체로 즐길 수 있도록 스토리를 부여했다. 때문에 두 멤버의 탈퇴는 이 판타지를 깨뜨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지난해 Mnet [MAMA]에서 공개된 EXO의 티저 영상은 미로에서 빠져나온 10개의 구슬과 남은 두 개의 구슬을 보여줬다. 이 티저 영상을 시작으로, EXO는 12명이 아닌 10명으로 시작되는 그들의 세계관을 다시 시작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Pathcode’ 프로모션을 총괄한 SM의 비주얼 & 아트 디렉터 민희진 실장은 “그룹에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일어났기에 산만하게 흩어져 있는 모든 부분들을 규합”해서 “재편된 EXO의 세계관 정립과 그 목표를 다시 한 번 각인 시키는 것”을 목표로 팬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프로모션을 기획했다. 연이은 악재로 판타지 속에서 멤버 각각이 초능력을 가진 것으로 설정된 EXO의 세계관은 흔들릴 수밖에 없었고, ‘Pathcode’는 이것을 다시 정립하면서 위기에 빠진 팬들과의 유대를 회복하려 했다. 마치 게임처럼 팬들이 직접 참여해서 풀어나가는 프로모션은 여기서 비롯됐다. 멤버 카이의 티저는 유튜브에서 공개됐고, 그 직후 카이는 인스타그램에 “Here I Am. BARCELONA 10:10”이라는 글을 올렸으며, 바르셀로나의 10시 10분인 한국 시각 오후 6시 10분에는 타오의 티저가 공개됐다. 이 과정에서 팬들은 트위터에서 제시되는 단서와 문제 등을 통해 새로운 사진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두 멤버의 탈퇴라는 현실의 사건은 미로에서 탈출한 10명의 멤버들이 초능력을 되찾는 과정이라는 판타지의 설정에 녹아들었다. SM 이성수 A&R 그룹장은 이 과정을 한 단어로 정의했다. “각성”. 판타지 속 멤버들은 초능력을 되찾았고, 현실의 팬들은 다시 모였다. 


런던에서 콜로라도까지
‘Pathcode’의 멤버 티저 영상은 전 세계 10개의 도시와 시간대를 기준으로 공개됐다. 그만큼 ‘Pathcode’는 방대한 프로모션으로 보이기도 했지만, 이것은 EXO의 세계관을 보여주기 위한 정교한 작업이기도 했다. EXO는 원래 EXO 플래닛이라는 행성에서 온 존재라는 설정을 기본으로 한다. 각각 다른 공간과 시차는 “이 남다른 특이성을 대중에게 체감하게 만드는” 장치이자 “예상치 못한 시간과 공간 속에서 인간은 불안과 동시에 쾌락을 느끼기 마련”(민희진 실장)이기에 선택한 방법인 것. 이를테면 티저 영상 속 카이는 런던의 군중 속에 섞여 있다 순간 이동을 통해 사라지고, 시우민은 헤드폰을 끼고 스케이트보드를 든 채 베를린 거리를 걸어 다니다 마지막에 들고 있던 컵을 얼리는 초능력을 보여준다. 티저의 마지막 디오는 EXO의 멤버들을 상징하는 구슬을 들고 있다. “멤버가 지닌 초능력이 가장 부각될 수 있는 시공간”(민희진 실장)을 선택의 기준으로 삼아 각각 다른 도시와 시간, 서로 다른 톤을 가진 멤버들의 영상을 통해 일상에 섞인 초능력자들의 이야기를 풀어나간 것이다. 


수수께끼는 한없이 많다
타오의 티저 공개 당시, 그의 새로운 사진을 보려면 그의 티저 영상에 등장한 신문 속 ‘338O : ?’라는 문구에 담긴 비밀을 풀어 공식 홈페이지에 입력해야 했다. 338O는 타오를 12진법으로 표현한 암호로, EXO 멤버 각자의 등번호에 408(EXO의 데뷔일이 2012년 4월 8일이다)을 더한 후 이를 12진법으로 바꾸고, 마지막에 영어로 표기한 멤버 이름의 마지막 글자를 붙이는 식이다. 또한 EXO는 멤버마다 고유의 초능력과 함께 각각의 짝이 존재한다. 타오의 짝은 세훈이고, 그래서 338O에 대응하는 답은 세훈을 12진법으로 바꾼 35AN이었다. 하지만 EXO 컴백 전 [EXO PLANET #2] 콘서트에서 판매된 굿즈, ‘패신저 키트’에서 찬열의 암호는 12진법을 사용한 331L(469를 12진법으로 표현한 후 ‘L’을 붙인 값)이 아니라 61C였다. ‘12’진법을 사용하지 않은 것이다. SM은 아직 공식적으로 입장을 내놓지 않았고, 티저에서는 여전히 12진법에 기초한 암호가 등장했다. 그러나 오프라인에서 일어난 작은 사건은 팬들에게 이른바 ‘떡밥’이 돼 수많은 해석을 낳는다. 이것은 한 가수의 컴백에 대한 단서라기보다는 오히려 마블이나 DC의 슈퍼히어로물에서 다음 스토리에 대한 암시가 등장했을 때 그들의 팬덤이 들썩거리는 것과 유사하다. ‘Pathcode’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수많은 해석이 나왔고, 카이가 들고 있던 핸드폰에 적힌 EXO 프로모션 트위터 계정 같은 쉬운 힌트부터 티저마다 조금씩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단서들이 제공됐다. 만약 이제 모든 수수께끼는 풀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말을 기억하자. “(티저의) 표현이나 의미에 있어 디테일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했다. 작은 것 하나까지도 의미와 파급력을 의도했다.”(민희진 실장) 아직 ‘떡밥’은 수없이 많다. 


우주, 초능력, 그리고 노래 한 곡
[EXO PLANET #2]에서 공개된 EXO의 행성, ‘Evolution-M10’은 실재하는 행성 Kepler-22를 참고했다. Evolution-M10의 소속 별자리가 백조자리인 것을 비롯해 질량, 반경, 표면온도는 모두 Kepler-22와 같다. EXO의 세계관 안에서는 Kepler-22가 EXO의 행성일 수도 있는 것이다. ‘Pathcode’에는 이런 거대한 설정은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EXO 멤버들의 능력과 관계를 보여주는 설정들이 디테일하게 배치돼 있다. “10개의 영상이 직접적으로 이어져 하나의 이야기로 구성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 “맥락이 같은 상황을 각기 다른 표현법으로 연출하며 멤버들의 뚜렷한 개성을 심어줬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핵심은 “그 다름이 결과적으로 다시 하나로 이어지게 되는 것”(민희진 실장)에 있다. 이 세계관이 완벽하게 완성됐다고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우주로부터 베를린 거리의 한 소년까지 이어지는 세계관이 팬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들이 듣는 ‘CALL ME BABY’는 단순한 노래 한 곡이 아니라 판타지의 설정에 현실의 사건까지 섞여 만들어진 모든 스토리텔링의 클라이맥스다. 


탈출
[EXODUS]의 앨범에 사용된 EXO의 로고는 보는 각도에 따라 여러 해석이 가능하다. 티저 영상에서 보여준 대로 두 개의 도형이 하나로 합쳐진 것일 수도 있고, 조금만 보는 각도를 달리하면 삼차원의 정육면체에서 선 하나만을 뺀 것일 수도 있다. 이 2차원에서 그려낸 3차원의 도형처럼, ‘Pathcode’는 복합적인 방식의 프로모션이자 스토리텔링이었다. 티저 영상 속의 EXO 멤버들은 전 세계를 돌아다니고, 그 에피소드가 하나로 연결되며, 그것은 [EXODUS]가 의미하는 대로 상징적인 탈출이 된다. 이것은 EXO의 세계관 내에서는 EXO 멤버들의 탈출을 의미하지만, 프로모션 적으로는 TV와 같은 특정 미디어에만 메여 있던 프로모션, 또는 제작자가 제공하는 콘텐츠로만 이뤄진 프로모션으로부터의 탈출처럼 보인다. EXO와 팬들이, 여러 SNS와 오프라인이, 실제 사건과 판타지가 정육면체의 꼭짓점을 이루듯 각각의 역할을 하면서 ‘Pathcode’의 프로모션을 완성했다. 그 결과 EXO의 스토리는 현실과 가상, 또는 미디어와 미디어 사이의 어디쯤에서 만들어져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된다. 개별적인 영상이나 노래가 아니라 내용물을 중심으로 그것들을 연결하는 미디어, 그 사이에서 창작자의 프로모션에 참여하는 팬들까지 더해져 만들어낸 스토리다. 미디어 바깥에서, 한 중심이 아닌 여러 거점에서 나온 요소들이 결합된 이야기가 위기의 그룹을 구하고, 한 산업의 중요한 이슈가 됐다. 대중문화산업의 스토리텔링이 스크린 속 작품에만 머물러 있던 2차원에서 그 바깥까지 확장된 3차원으로 변하는 순간이다.

글. 임수연




목록

SPECIAL

image 지금, 초등학교

MAGAZINE

  • imageVol.171
  • imageVol.170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