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호의 근육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판타지

2015.06.05

합성인 줄 알았다. 지난 5월 17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샤이니 단독 콘서트에서 민호는 개인 퍼포먼스 타임에 상체 근육을 공개했다. 과거 KBS [출발 드림팀]에서 ‘불꽃 민호’로 활약하던 시절에도 식스팩을 보여준 적이 있지만, 운동 없이도 마르고 체지방이 적어 그냥저냥 타고난 모양새가 드러나는 수준이었다. 그에 반해 이번 공연에서의 몸은 훨씬 공들여 만든 티가 났다. 가슴과 팔 등 몸 전체의 부피가 전에 비해 늘어났고, 복근은 단순히 말라서 보이는 게 아닌 식스팩의 조각조각이 제법 단단히 자리를 잡은 상태였다. 컬러 스키니진이 어울리던 마른 소년은 이십 대라는 나이를 증명하듯 근육질의 남자가 되어 나타났다.

하지만 그의 몸이 합성처럼 느껴졌다면 단순히 의외의 몸매를 드러내서만은 아니다. 민호의 근육질 몸이 반전이 될 수 있는 건 여전히 그 몸 위에 소년의 얼굴이 있기 때문이다. 2개월 동안 강도 높은 트레이닝으로 몸을 만들었지만 그의 얼굴에는 단기 트레이닝으로 근육을 불리고 체지방을 뺀 사람 특유의 피로함이나 노화가 느껴지지 않는다. MBC [무한도전]에서 30㎏을 감량했다가 연관검색어로 ‘노화’가 붙어버린 정준하는 극단적인 케이스일지 모르지만, 포근한 인상의 미남인 배용준조차 근육질 화보를 찍었을 땐 인상이 너무 날카롭고 지쳐 보인 바 있다. 그에 반해 민호의 얼굴은 평소보다 약간 더 마르다는 것을 빼면 여전히 피부는 맑고 눈은 그렁그렁하다. 물론 나이 덕도 있다. 팀 불량헬스의 최영민 실장은 “이십 대 초중반은 무적이다. 호르몬이 지방을 엄청나게 태우기 때문에 체지방을 빼는 것도 훨씬 쉽다. 또 피부도 몸인 만큼 젊을수록 회복이 빠르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상당히 선명한 가슴 라인과 군살 없는 허리 라인에도 불구하고 윤기 있는 그의 몸은 여타 근육질 아이돌의 육포처럼 체지방과 수분을 극단적으로 뺀 몸과는 또 다르다.

근육질로 돌아온 민호가 그럼에도 소위 ‘짐승돌’과는 다른 이미지인 건 이 지점이다. 그는 열심히 몸을 만들고 체지방을 태우되 어느 선을 넘진 않았다. 최영민 실장은 “지금 민호의 몸은 체지방 10퍼센트 수준으로 보인다”고 예상하는데, 그의 설명대로 “체지방이 10퍼센트 이하로 줄어들면 면역체계를 비롯한 건강에 이상이 생긴다.” 하지만 여러 부위 중 식스팩에만 집착하는 한국 연예계에선 그 선을 넘어서까지 복근을 더 선명하게 만드는 아이돌들이 종종 있다. 그에 반해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근육이 선명하게 드러나되 건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선까지 밸런스를 유지하는 민호의 몸은 짐승 같은 테스토스테론을 뿜어내기보다는, 여전한 얼굴과 함께 기존에 가지고 있던 체육 소년의 이미지에 강인함을 더해준다. 여기에는 짐승이나 터프함보다는 튼튼 혹은 건강함 같은 표현이 어울린다.


샤이니의 신곡 ‘VIEW’ 뮤직비디오에서의 민호는 그가 기존에 보여주던 순수 소년의 판타지를 어떻게 지켜내며 또한 심화하는지 보여준다. 상의를 벗진 않지만 민소매 티셔츠에서도 언뜻언뜻 드러나는 굵어진 팔과 어깨로 과거보다 단단해진 육체를 보여준 그는, 자기 파트너에게 집적대는 남자에게 강하게 항의하다가 머리에 병을 맞고 간호를 받는다. 이것은 좀 더 노골적인 욕망이 꿈틀대는 어른의 세계에 진입한 소년의 호된 신고식과도 같다. 하지만 그의 단련된 육체는 맞아서 징징대는 아이가 아닌, 강하게 성장했지만 이 세계에 뒤섞이진 않는 굳건하고도 순수한 남자의 서사를 만들어낸다. 수줍게 뒤에 숨기보다는 자기 곁의 사람을 위해 나설 수 있지만 주먹을 섞진 않고, 비겁한 공격을 받지만 쉽게 부서지지 않는다. 누군가는 자기 안의 소년을 죽이고 남자가 된다. 하지만 민호 안의 소년은 성장할 뿐 죽지 않는다. 이처럼 ‘VIEW’ 뮤직비디오는 순수한 열정으로 가득한 체육 소년이 어느 순간 남자로서의 욕망을 자각하는 변곡점의 순간을 잡아낸다.

그래서 지금의 민호는 자신이 히까리를 좋아한다는 걸 깨닫고 히데오에게 승부를 걸던 [H2]의 히로, 혹은 미나미를 위해 공을 던지기로 마음먹은 [터치]의 타츠야를 닮았다. 더는 남자라는 걸 숨길 수 없는 근육질의 몸과 함께 그의 이성적 매력, 그리고 그가 이성에게 느끼는 매력은 좀 더 손에 잡힐 듯 육화되지만 여기에는 놀라울 정도로 섹슈얼리티가 거세되어 있다. 이것은 명백한 판타지다. 하지만 모든 종류의 아이돌 판타지가 그러하듯, 중요한 건 현실이냐 판타지냐가 아니라 그 판타지가 얼마나 직관적으로 받아들여지느냐다. 민호는 해맑은 소년의 얼굴과 굳건한 남자의 몸을 통해 이 서사를 하나의 선명한 이미지로 표상해낸다. 그저 승부만을 즐기던 야구 바보가 어느 순간 자기 곁의 소꿉친구에게 눈을 돌리던 순간처럼, 여기에는 일렁이되 혼탁하지 않은 설렘만이 남는다. 이것은 빛나는 소년기의 유예가 아닌, 그와 우리가 맞이한 또 다른 빛나는 순간이다.

글. 위근우
사진 제공. SM 엔터테인먼트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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