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라기 월드]의 크리스 프랫, 귀여운 남자의 특권

2015.06.18

상품 설
[쥬라기 월드]에서 크리스 프랫이 연기하는 오웬은 공룡을 조련하고 교감을 나누는 인물이다. 그의 역할이 그저 허무맹랑하다고 할 수 없는 건, 단지 이 영화가 공룡을 복원해내는 거대한 허구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크리스 프랫은 이미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서 외계인은 물론, 말하는 너구리, 춤추는 나무와 친구가 되어 세상을 구한 전력이 있다. 나아가 두 편의 블록버스터로 큰 주목을 받기 전 그는 10년째 그저 그런 조연을 전전하던 웃기고 퉁퉁한 배우에 불과했다. 가장 완벽한 몸매를 가진 미모의 코미디언 안나 패리스와 결혼하는 행운을 누리기도 했지만, 그녀가 제작과 주연을 맡은 로맨틱 코미디 [당신은 몇 번째인가요?]에서 크리스 프랫에게 돌아온 역할은 더 뚱뚱한 분장을 하고 등장하는 ‘구남친’일 뿐이었다. 말하자면 크리스 프랫은 광고 속의 북극곰처럼 적당히 귀여운 것만으로 존재 가치를 증명하던 사나이가 온 우주의 짐작을 뛰어넘어 슈퍼 히어로이자 스타로 거듭난 거짓말 같은 신화의 산 증인이다. 이 남자가 보여주는 인물이 어떤 상상력을 요구하건 이상하게 수긍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인 것이다.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휩쓸려 가게 만든다는 것은 그런 점에서 크리스 프랫이 가진 가장 큰 저력이다. 비록 작은 역할들이었지만, 영화 속에서 크리스 프랫이 보여주는 인물들은 한 결같이 천진난만하고 낙천적이었다. 느물거리는 밉상으로 출연한 [원티드]에서조차 그는 각성한 제임스 맥어보이의 한 방에 쓰러지는 순간 상대방의 멋진 모습에 감탄하던 대책 없는 ‘남자아이’였다. [머니볼], [제로 다크 서티]에서와 같이 진지하게 연기에 접근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시트콤 [팍스 앤 레크리에이션]의 앤디처럼 도무지 상식적이지 않은 행동을 하면서도 미워지지 않는 선을 지켜내는 연기에 관한 한 크리스 프랫은 선천적인 재능을 가졌다. 그는 [쥬라기 월드] 홍보를 앞두고 ‘앞으로 일어날 실수들에 대해 미리 하는 사과’를 공개했고, 이 발군의 유머감각은 아무리 덩치가 크고 인기와 유명세를 얻어도 대중이 이 남자에게 계속해서 너그럽고 여유로울 수 있는 이유의 핵심이다. 무엇을 하든, 세상은 그에게 악의를 의심하지 않는다. 어떤 역할, 어떤 상황에서건 크리스 프랫이 줄곧 지켜온 것은 선량함에 대한 신뢰다. 그러니 서부 영화 [황야의 7인]에 출연하건, 차기 [인디아나 존스]의 유력한 주인공으로 거론되건 시샘하거나 얄미울 일도 없다. 몸매와 상관없이 내내 귀여운 남자의 특권이란 생각보다 강력한 것이다.

성분 표시
다이어트 45%
[팍스 앤 레크리에이션]의 앤디를 더 긍정적이고 행복한 인물로 그리기 위해 크리스 프랫은 일부러 살을 찌워가며 캐릭터와 밀착하려 애썼다. 그 덕분에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감독 제임스 건은 당초 크리스 프랫을 만나는 것조차 거부할 정도로 그에게 전혀 기대를 갖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오디션의 마지막에 그를 만나는 순간, 제작진은 적임자의 등장을 확신했고 ‘마블 최초의 뚱뚱한 히어로’를 구상할 정도로 크리스 프랫을 열렬히 환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히어로가 되기 위해 크리스 프랫은 8개월에 걸쳐 혹독한 다이어트를 감행, 35kg을 감량해 CG의 도움 없이도 복근을 공개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이전에도 크리스 프랫은 [제로 다크 서티]에서 베테랑 군인 연기를 하기 위해 근육질의 몸으로 환골탈태 한 바 있으나 금세 요요의 공격에 무너진 경력이 있다. [GQ]에 이어 [맨스 헬스]의 커버를 장식하며 ‘몸짱’의 시절을 즐기고 있는 그는 과연 지금의 몸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까.

사랑꾼 40%
[테이크 미 홈 투나잇]의 촬영장에서 안나 패리스와 만나 사랑에 빠진 크리스 프랫은 결혼 후 아들 잭을 낳아 단란한 가정을 꾸렸다. 특이하게 곤충 표본 수집을 좋아하던 안나 패리스는 사냥과 낚시를 즐긴 성장배경 때문인지 화석과 박제, 곤충 표본 등에 심취해 있던 크리스 프랫과 취미를 나누며 더욱 가까워졌다고 밝힌 바 있다. 아내를 향한 사랑을 거리낌 없이 밝히기로 소문난 크리스 프랫은 심지어 아내의 머리카락을 ‘프렌치 땋기(일명 디스코 땋기)’로 다듬어 묶어줄 수 있다고 자랑하기도 했는데, 한 인터뷰에서는 인턴 기자를 동원해 그 손놀림을 직접 확인하기도 했다.

크리스 15%
[당신은 몇 번째인가요?]에서 정작 아내 패리스와 사랑에 빠지는 주인공을 연기한 것은 크리스 프랫이 아닌 크리스 에반스였다. 두 크리스는 올해 슈퍼볼 경기를 두고 공개적인 내기를 벌인 뒤 각자의 히어로 복장을 입고 병원을 방문해 어린이들을 만나는 선행을 펼치며 돈독한 사이를 과시하기도 했다. 크리스 헴스워스와는 마블 유니버스의 가족으로서 관련이 있으며, 크리스 파인과 [스타 트랙]에 출연했던 재커리 퀸토와 조 샐다나가 각각 [당신은 몇 번째인가요?]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 출연한 바 있으니, 언젠가 4명의 크리스가 함께 모여 우정을 나누는 장면을 목격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취급 주의
장난의 과유불급에 대비하라
갓난아기인 아들의 마사지조차 유쾌하게 만들 정도로 크리스 프랫의 장난기는 타고 넘친다. 하지만 [팍스 앤 레크리에이션] 촬영장에서 그는 자신의 누드를 보고 놀라는 에이미 포엘러의 반응을 리얼하게 이끌어내려고 진짜 속옷까지 벗어버리는 깜짝 장난을 감행했다가 방송사 임원들에게 경고를 받기도 했다. 하와이에서 젊은 시절을 보내고, [디 오씨]에서도 종종 벗던 버릇이 남아 있었던 것이라고 해두자.

자신이 귀여운 것을 스스로 안다
잘 모르는 노래도 일단 불러보고, 살짝 모자란 독일어도 일단 시도하고, 슬쩍 부끄러운 영국 억양도 자신 있게 해 보인다. 귀여우면 다 괜찮다는 것을 아는 사람의 자신만만.

글. 윤희성(객원기자)
디자인. 전유림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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