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이 김구라를 요리하는 법

2015.07.08

tvN [집밥 백선생]의 김구라는 함께 요리를 배우는 출연자들에게 반말을 한다. 연하인 손호준과 박정철은 물론, 윤상에게도 “형”이라 부르지만 ‘요’ 자는 붙이지 않는다. 반면 요리를 가르치는 백종원은 네 남자에게 “~쥬?”라는 특유의 말투로 존대를 하지만, 때로는 그들에게 “말해줘야 해! (요리 과정을) 한눈에 못 보니까”라며 반말도 섞는다. 백종원은 모두에게 존대를 하지만 반말도 할 수 있다. 반면 김구라는 모두에게 반말을 하지만, 백종원에게는 하지 못한다. [집밥 백선생]이라는 제목을 거론하지 않아도, 쇼의 1인자는 백종원이다. 

“백주부를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에서 김구라의 외침은 김구라의 현재다. 출연자들의 인터넷 방송 시청자들로 승부를 하는 [마리텔]의 1위는 늘 백종원이고, [집밥 백선생]에서는 손수건으로 백종원의 땀까지 닦아준다. 물론 재미를 위한 행동일 것이다. 그러나 김구라는 유재석과 SBS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를 진행할 때도 스튜디오를 반을 가르듯 한편에 앉아 끊임없이 유재석의 진행에 끼어든다. 반면 [집밥 백선생]에서 김구라가 참견하는 것은 백종원이 아닌 윤상의 요리다. [집밥 백선생]에서 김구라가 백종원과 이연복 셰프를 비교했을 때, 백종원은 짐짓 기분 나쁜 척하며 김구라가 그 주제를 더 끌고 가는 것을 막았다.

백종원은 부드러운 어투로 요리를 가르친다. 그러나 그는 자신과 출연자들의 관계를 명확히 한다. 출연자들의 요리 과정에 따라 칭찬과 질책을 번갈아 하고, 그들 사이의 등수를 매긴다. 돼지고기를 주제로 했을 때는 요리가 가장 맛없는 출연자에게 호오가 갈리는 부위인 돼지 콩팥을 먹게 하겠다고도 한다. 손호준을 대하는 방식은 그가 출연자들 간의 관계를 바라보는 방식을 보여준다. 그는 손호준에게 “잘못하면 관심 밖으로 벗어나”라며 이것저것 일을 시킨다. 쇼에서 스스로의 위치를 파악하고,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해 쇼의 한 부분을 만들어낸 것이다. 

김구라는 반말 여부로 암묵적인 서열을 확인하고, 백종원은 필요할 때면 반말을 할 수 있는 자신의 영향력을 알고 있다. 성인 남자끼리 요리를 가르치고 배우는 데 권력관계가 들어갈 필요는 없다. 그러나 [집밥 백선생]은 요리가 소재지만, 백종원과 김구라의 관계를 축으로 한 중년 남자들의 버라이어티 쇼이기도 하다. 김구라는 말할 것도 없이 가족의 경제문제를 책임지는 한국의 전형적인 중년 남자고, 윤상은 기러기 아빠이며, 박정철은 요리에 관심이 많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기존 중년 남자와는 다른 캐릭터를 보여준다. 30대 초반의 ‘막내’ 손호준은 이 중년 남자들의 서열 관계를 보다 확실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김구라는 [집밥 백선생]에서도 중년 남자들이 모인 쇼에서 늘 하던 대로 한다. 서열을 확인하고, 어떻게든 자신의 영향력을 확보하려 한다. 그러나 백종원은 수많은 사업체를 이끄는 또 다른 중년 남자다. 그는 힘 있는 중년 남자가 다른 남자들을 어떻게 다룰 수 있는지 알고 있다. 김구라는 자신의 싸움법을 자신보다 더 잘 아는 상대를 만났다.


그래서 [집밥 백선생]은 김구라가 방송을 하는 방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백종원이 김구라의 토크를 적당한 수준에서 쳐내면, 그의 화살은 다른 출연자에게 돌아간다. 백종원과 대화하지 않을 때에도, 그는 끊임없이 다른 출연자들의 요리에 대한 경쟁심을 드러내고 때로는 그들의 일에 참견한다. 그만큼 그의 모습은 다른 프로그램보다 더욱 불편한 부분이 있다. 표면상 백종원에게 똑같이 요리를 배우는 입장이지만, 김구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역량과 영향력을 입증하려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역설적으로 [집밥 백선생]의 정체성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요리에 다 같이 익숙하지 않지만 그 안에서도 어떻게든 순위를 가르고 서열을 정하는 이 중년 남자들의 모습은 [집밥 백선생]을 볼 많은 중년 남자들에게 익숙한 세계이기도 하다. 김구라는 이 세계에서 모든 일에 사사건건 끼어드는 짜증 나는 부장 같은 존재다. 김구라가 궂은일을 자주 하는 손호준을 유독 칭찬하며 챙기는 것은 중년 남자가 자신과 경쟁 관계가 아닌 조직의 막내를 챙기는 것을 연상시킨다. 반면 형도, 막내도 아닌 데다 그와 다른 생활 방식을 갖는 박정철에게는 좀처럼 말도 안 붙이는 것은 그의 한계다. 이런 김구라가 힘과 정치력을 모두 갖춘 백종원을 건드렸다 결국 물러나는 것은 그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중년 남자에게 몰입감을 줄 수 있다. 

[집밥 백선생]은 지난 6월 30일 전국 시청률 6.3%(닐슨 코리아 기준)를 기록하는 등 계속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해나가는 중이다. 그만큼 시청자층이 기존 케이블 요리 프로그램보다 넓다. 여기에는 그들이 주인공으로 삼는 중년 남자 시청자의 유입도 상당할 것이다. 그리고, 쇼의 중심에는 중년 남자들이 지배하는 버라이어티 쇼의 생존법에 익숙한 김구라와, 그를 역시 그 세계의 방식으로 제어하는 백종원이 있다. 한편에서는 물어뜯으려 하고, 한편에서는 웃지만 철벽처럼 방어하는 이 아슬아슬한 관계는 언제까지 유지될까. 백종원이 지금 같은 표정과 말투를 유지하며 김구라를 조용히 눌러 앉힐 수 있다면, 그는 정말 ‘방송 천재’일지도 모르겠다. 김구라는 왜 요리를 배우는 프로그램에서도 서열을 확인해야 하는지는 여전히 의문이지만. 

글. 강명석
사진 제공. tvN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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