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익의 백종원 비판은 옳은가

2015.07.13

백종원은 음식 세계관의 ‘리트머스지’인가? 그에 대한 평가나 반응이 개인의 재료-요리-셰프에 대한 시각을 드러낸다는 말이다. 다시 한 번,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이 지적하고 나섰다. 핵심은 크게 두 갈래다. 첫 번째는 재료 및 요리론. “백종원은 셰프가 아니다”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주방은 거쳐 가는 곳이지, 음식의 맛이 결정되는 곳은 아니”며 “요리사는 창조자 아닌 전달자”라는 의견을 밝혔다. 두 번째는 ‘집밥론’의 켜를 쓴 세대론이다. “적당히 짜고 달게 잘 만드는” 백종원의 인기를 “젊은 세대가 요리를 못 배운 탓”이라 분석했다. 여기에 “엄마가 맞벌이로 집을 비워 사랑을 못 받은 80~90년대 생들에게 백종원이 ‘대체 엄마 노릇’을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재료론부터 보자. 황교익은 기본적으로 ‘자연의 맛’, ‘원초적인 맛’을 강조한다. 자연과 생산자가 자기 일을 잘하면 재료가 좋고 맛있으며, 요리사는 별로 할 일이 없다는 논리다. [농민신문] 기자였던 그의 농민과 재료에 대한 애정은 존중한다. 하지만 전제부터 틀렸다. 농수산물 생산의 장으로서 자연은 그다지 원초적이지 않다. 지금의 농수산물은 일부 자연산 해산물을 제외하면 품종개량을 거친 것이다. 맛이든 생산량이든, 인간에게 이롭고자 자연을 ‘극복’한 결과가 현재의 식재료다. ‘자연의 순수함’을 따지기에 인간은 너무 먼 길을 왔다. 한국의 사정만 놓고 보아도, 식재료의 현실은 그다지 좋지 않다. 황교익조차 지적하는 것처럼, 과일은 당도(브릭스) 한 가지로 줄을 세워 맛이 비슷하다. 사과라면 새콤한 홍옥 사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새벽시장? 과대평가 되었다. 질도, 물건 다루는 방식도 탐탁지 않다. 생산자가 재료 자체의 맛이나 최선의 조리법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도 많다. 전기밥솥 이상의 답을 못 주는 쌀 생산자, 껍질이 질겨 먹을 수 없는 흑토마토가 ‘원래 그렇다’는 재배 농가를 만난다. 좋은 재료의 생산자일수록 훌륭한 요리사를 찾는다. 다큐멘터리 [지로 스시의 꿈]에서는 어시장에서 최고의 재료를 남겨 두었다가 장인 오노 지로의 아들 요시카즈에게 판다. 재료만으로 음식이 완성된다면, 이들이 이런 제스처를 보일까? 게다가 현대 사회에서는 재료가 요리가 되려면 유통 포함, 여러 연결 고리를 거쳐야 한다. 어느 한쪽의 중요성만 강조해서 될 일이 아니다. 맛에 도움 안 되는 편 가르기일 뿐이다.

다음은 집밥론의 켜를 쓴 세대론이다. 한마디로 근거가 약하다. tvN [집밥 백선생]의 출연자 윤상과 김구라는 40대 중후반이다. SNS에 올라오는 후기를 보면, 이보다 더 나이 많은 시청자층도 백종원의 요리법을 직접 시도해본다. 다들 ‘처음 해 본다’고 말한다. 윤상이나 김구라 포함, 많은 남자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세대를 살았다. 그래서 요리를 하고 싶어도 시작점조차 모른다. 그만큼 요리에 대한 진입장벽이 높다. 그 장벽을 백종원이 낮춰준다. 황교익은 “그런 비법은 인터넷에 널렸다”라고 말하지만, 원래 레시피는 널렸다. 심지어 인터넷이 없던 시절에도 요리책은 많았다. 그렇다고 모두가 따라서 요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감자를 15분 삶는다’고 하면 냄비를 꺼내고 감자와 물을 담고 가스 불을 켜고 감자의 크기에 따라 삶는 시간을 조정하는 행위가 모두 생략돼 있다. 직접 요리를 하는 방향으로 라이프스타일이 조직되지 않은 사람이라면, 생략된 단계의 존재 자체를 이해하는 것부터 일이다. 


백종원은 그 간극을 메워준다. 생선조림을 위해 감자를 꺼내 들고는 “남자라면 당구공, 당구를 모르는 여자라면 테니스공 보다 조금 작은 크기”를 쓰라고 알려준다. 백종원은 “대체 엄마”라서 인기를 누리는 게 아니다. 그는 좋은 선생님이다. 배워야 할 사람이 모르는지조차 모르는 것들을 미리 짚어 좌절과 실패를 막아 준다. 모성애와는 아무 상관 없다. 오히려 ‘집밥=누구나, 그래서 나도 할 수 있는 밥’으로 패러다임이 바뀌면 결국 엄마가 해주는 밥의 가치는 더 높아진다. 자가 요리는 역지사지의 근간을 마련해준다. 정신 및 육체적으로 소진되는 요리 세계를 이해하게 해준다. 그리고 엄마의 희생은 절대 폄하해서 안 되지만, 어쨌든 엄마도 사람이다. 부담을 덜어주어야 모두가 행복하다. 

황교익은 “아이가 일곱 살이 될 때까지 엄마가 집에 머물면서 자식에게 맛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만큼 음식에 있어 보수적인 세계관을 가졌고, 이것을 대중을 향한 꾸짖음의 형식을 통해 전파한다. tvN [수요미식회]에서도 보여주는 그의 정체성, ‘꾸짖는 선생님’과도 맞물린다. 그는 이 위치에서 잘 모르는 대중에게 음식에 대해 말한다. 반면 백종원은 ‘너그러운 선생님’'의 캐릭터로 대중이 모르는 것을 가르쳐 준다. 돌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요즘 음식 저널리즘 세계의 추세는 ‘나의 음식’을 중심 삼는다. 내가 할 줄 알아야 최소한의 이해가 가능하고, 맛을 논하는 전문가로서 신빙성을 담보한다는 철학이다. 그래서 심지어 더 좋은 음식 저술가가 되기 위한다는 목표만으로 요리학교에 진학하는 경우도 있다. [집밥 백선생]에서도 백종원이 ‘해 먹을 줄 알아야 음식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고, 그래야 외식도 성장한다’고 말하는 것과 같은 의미다. 스스로 할 줄 알아야 이해와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다. 아무리 ‘엄마의 밥’이라 해도, 결국은 남이 해주는 음식이다. 황교익은 그 음식을 기준으로 음식 맛을 논한다. 음식을 직접 해 먹는 사람이라면 “짠맛과 단맛의 밸런스를 적당히 맞추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안다. 황교익은 모르는 것 같다.

글. 이용재(음식평론가)




목록

SPECIAL

image 2017년의 시위

MAGAZINE

  • imageVol.171
  • imageVol.170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