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대, 원더걸스, 카라의 데뷔 10년이 다가온다

2015.08.18

2007년에는 원더걸스와 소녀시대, 카라가 동시에 데뷔했다. 그리고 그들은 2015년인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하는 것 이상의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그것도 멤버 변동과 소송 등 치명적인 악재를 극복하고서 말이다. 2010년에 데뷔한 씨스타, 미쓰에이, 걸스데이, 2011년의 에이핑크 역시 이미 정점이 지났다고 하기에는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고, EXID(2012~)도 이제야 본격적인 상승세를 타고 있다. 그만큼 러블리즈, 여자친구 등은 두각을 드러내고 있기는 하지만 ‘선배들’의 자리를 차지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긴 경력의 걸 그룹들이 버티고 선 상태에서 신인들이 상당히 긴 시간에 걸쳐 성공의 사다리를 느리게 올라가는 형국이고, 데뷔 2·3년 차 정도로는 아직 신인이라 해도 좋을 법한 분위기다. 이쯤 되면 걸 그룹 세대 병목현상이라 해도 될 듯하다.

7·8년 차 걸 그룹이란 한국 대중 음악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게다가 소녀시대, 원더걸스, 카라는 88~89년생 멤버들이 큰 지분을 차지해 이미 20대 후반에 해당하고, 티아라에는 내년에 서른을 맞는 멤버들이 있기도 하다. 과거 베이비복스의 한 멤버가 서른 살이란 나이를 속인 것이 밝혀져 논란 속에 탈퇴해야 했던 것과 비교하면 이들의 선전은 놀라운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이유는 다시 2007년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아이돌이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던 ‘아이돌의 겨울’을 걷어낸 이 해의 걸 그룹은 과거의 걸 그룹과 다른 시대를 열었다. 십 대 여성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아이돌 팬 문화는 성인 남성층에까지 확대됐다. ‘소비자’로서 이들의 실질적 영향력에는 이의가 제기되기도 하지만 통념적인 성 역할, 연령 역할의 장벽을 넘어 아이돌 팬이 된 ‘삼촌팬’들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세력이자 화두가 됐다. 이러한 저변의 확대와 함께, 아이돌을 수용하는 방식이 일반 대중에게 파급됐다. MBC [아이돌 스타 육상 선수권 대회]에서 행사 무대까지, 아이돌이 제공하는 기쁨은 ‘음악가’들의 그것과 다른 기댓값을 갖게 된 것이다. 무대에서는 과거 혼성그룹들이 제공하던 접근성 높은 댄스음악, 무대 밖에서는 청춘의 에너지와 사랑스러운 성격이 그것이었다. 아이돌은 드디어 하나의 ‘장르’가 되었다.

마니아와 십 대에서 일반 대중과 해외까지 시장은 확대됐고, 2007년 이후 걸 그룹이 그 자리를 빠르게 메웠다. 이 걸 그룹들은 수적으로도 많았지만 또한 ‘훌륭한 걸 그룹들’이기도 했다. 치열한 경쟁을 거치면서 다져진 기획의 결과물들이기도 했고, 또한 2000년대를 관통하면서 쌓인 거대한 인재 풀의 배출구이기도 했다. 연습생으로도 모자라 트레이너까지 데뷔시켜버릴 정도로 쟁쟁했던 걸 그룹 붐이 지나고 남은 것은 어떤 의미에서든 베테랑들이었다. 그들의 기획사 또한 과거보다 나아진 기획력과 트레이닝 노하우를 가졌고, 걸 그룹에게도 과거에 비해 더욱 강경한 팬덤의 지지가 따라붙었다. 지금의 신인 걸 그룹들이 인기 그룹으로 성장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 2007년 이후 지금까지 살아남은 걸 그룹들은 상당한 경쟁력을 가진 팀들이고, 기획사도 과거에 비해 훨씬 다양한 수익구조를 가진 이 팀들을 오랫동안 끌고 간다. 제시카가 없다 해서 전 세계 투어 공연이 가능한 소녀시대가 끝날 일은 없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신인 걸 그룹들에게는 미래의 ‘인프라’인 동시에 당장의 장벽이 된다. 과거에 비해 훨씬 좁아진 문을 뚫고 들어가, 처음부터 가장 강력한 상대들과 겨뤄야 하는 입장이니 말이다.

이것은 걸 그룹 시장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달라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걸 그룹이 20대 후반도 지나 30대에 접어들 때까지 유지될 수 있다면, 그들은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 이미 원더걸스는 예은의 솔로 활동을 기점으로 그들의 자작곡과 밴드 콘셉트를 중심으로 음악적 성장을 다음 단계의 축으로 삼았고, 카라는 새 멤버를 들일 때 멤버간 균형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탁월한 존재감을 갖게 됐다. 연령이나 연차에서 차이는 있으나, 파격적인 내용을 소화할 수 있는 야심가로 성장한 현아와 가인의 예도 있다. 이러한 성숙의 방향성과 방식은 이후 세대 걸 그룹들에게 중요한 선례가 되어 참고점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조금 멀게는 우리 대중에게 ‘여성의 나이 듦’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존재로 남을 수도 있을 것이다. 비교적 최근에야 우리 사회에서 이효리, 엄정화 등 3, 40대 여성 연예인들이 새로운 길을 열어가고 있듯 말이다. 이들이 나이를 먹어도 여전한 매력을, 혹은 나이에 따라 진화하는 모습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는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물론, 뛰어난 ‘선배들’로 인해 고난의 행군에 시달려야 하는 신인 걸 그룹들에게도 건투를 빌어줘야겠지만 말이다.

글. 미묘([아이돌로지]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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