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보우가 뜨지 못한 이유를 알아야 할까?

2015.09.02
사진 제공. DSP 엔터테인먼트

“왜 안 뜨냐고요? 우리도 너무 잘 알아요!”([스포츠조선]) 질문하는 매체도, 답하는 본인들도 안다. 2009년 데뷔한 걸 그룹 레인보우는 6년째 못 뜨고 있다. 개인, 유닛, 팀을 번갈아가며 쉬지 않고 활동했고, 김재경과 김지숙처럼 알려진 멤버들도 있다. ‘A’로 상승세를 타기도 했지만 결국 정점은 못 찍었다. 그러니 “활동연수만 모두 합쳐 32년… 안 뜬 게 더 이상한 아이돌 5”([일간스포츠]) 같은 기사도 나온다. 여기에는 레인보우를 비롯, 달샤벳, 나인뮤지스, 제국의 아이들, 유키스가 거론됐다. 이 중 유키스는 인지도가 가장 높았던 멤버, 동호의 탈퇴 후 해외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제국의 아이들은 임시완, 광희, 박형식 등 인기 멤버들의 개인 활동이 주목받을 뿐 1년째 국내 활동이 없다. 올해도 국내에서 활동했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레인보우, 달샤벳, 나인뮤지스는 모두 걸 그룹이다. 세 팀은 레인보우의 소속사 DSP 엔터테인먼트(이하 DSP)의 걸 그룹 카라처럼 해외 시장이 큰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질문을 바꿔보자. “왜 안 떴는가” 말고, “왜 안 떴는데도 계속 유지되는가”로. 

‘위아래’를 부르던 멤버 하니를 찍은 ‘직캠’으로 화제가 되기 전까지, 걸 그룹 EXID도 뜨지 못했다. 하지만 이들은 활동을 접은 뒤에도 ‘위아래’로 꾸준히 행사에 출연하며 공연비를 받았다. 하니의 ‘직캠’도 행사에서 찍혔다. 그만큼 걸 그룹은 인기가 낮아도 불특정 다수의 관객이 모인 행사에 출연한다. 원더걸스의 ‘Tell Me’와 소녀시대의 ‘Gee’가 대학 행사에서 엄청난 ‘떼창’을 불러일으킨 영상은 한 시대의 시작이었다. 예쁜 여자들이 춤을 추면서 귀에 쉽게 들어오는 멜로디를 노래하면 누구에게든 호응을 얻는다. 수많은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이 원더걸스-소녀시대처럼 팀을 만들었다. 노래는 원더걸스 ‘Tell Me’처럼 귀에 박히게, 의상은 소녀시대처럼 콘셉트가 확실해 판타지를 건드릴 수 있도록. 예외적으로 독특한 콘셉트와 노래를 내세운 2NE1과 f(x)가 상당한 팬덤을 가진 팀이라는 점은 이 방향의 의미를 보여준다. ‘Tell Me’와 ‘Gee’ 이후, 대부분의 걸 그룹은 한국의 광범위한 대중성을 목표로 했다. 

레인보우, 나인뮤지스, 달샤벳은 이 시대의 산물이다. 앨범마다 청순함 또는 섹시함을 강조한 의상을 입고, 흥겨운 노래를 부른다. 미디어는 새로운 콘셉트 사진을 기사화하고, 꾸준한 개인 및 팀 활동으로 인지도를 올린다. 인지도는 일정 이상의 출연료를 보장하는 행사 리스트에 올라가는 기준이 된다. 이 세 팀은 그 기준선이라 할 만하다. 음악 프로그램 1위는 못 해도 꾸준한 활동으로 이름은 알렸고, 레인보우의 ‘A’처럼 행사에서 호응을 얻는 퍼포먼스가 있는 곡들도 있다. 멤버 스스로도 못 떴다는 것을 아는 애매한 위치지만, 수익구조가 있는 한 굳이 없앨 이유도 없다.

사진 제공. 스타제국

그러나 게임의 룰은 변한다. 이것은 여자친구와 러블리즈, 오마이걸이 모두 청순함을 바탕으로 하되 각자 전혀 다른 느낌을 내는 것과 같다. 마마무는 남장 콘셉트로 여자 팬덤을 형성하면서 대중성까지 끌어올렸다. 그사이 힙합은 Mnet [쇼 미 더 머니] 등의 인기와 함께 음원시장과 행사 양쪽에서 환영받는다. 게다가 소녀시대, 원더걸스, 카라는 여전히 활동 중이다. 걸 그룹이 대중성을 노리는 것은 과거보다 어려워졌고, 유튜브로 걸 그룹의 ‘직캠’을 보는 대중의 취향은 더 구체적으로 변한다. 그만큼 대중의 취향에 대한 핀포인트 공략이 필요해졌다. 대중의 시선을 가장 쉽게 끄는 섹시 콘셉트마저 그렇다. 밴드였던 AOA는 ‘짧은 치마’에서 미니스커트 지퍼를 여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선정성 논란을 일으켰고, 거칠어 보일 만큼 직설적인 섹스어필이었지만, 이 퍼포먼스가 미니스커트와 지퍼라는 구체적인 판타지를 제시한 것은 사실이다. 최근 씨스타와 AOA가 동시에 컴백했을 때 씨스타는 섹시하면서도 건강한 느낌을 강조했고, AOA는 운동복을 코스튬처럼 활용했다. EXID처럼 운이 따른 극적인 반전이 없다면, 걸 그룹의 섹시 콘셉트는 과거보다 더 노리는 대상에게 구체적으로 어필해야 한다.

DSP의 신인 에이프릴은 이 변화를 보여주는 역설이다. 에이프릴은 명백하게 메이드 복장을 변형시켰다. 청순 콘셉트의 걸 그룹이 여럿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명확하게 특정 취향을 공략하기 위한 선택이다. 레인보우 데뷔 후 6년, 같은 회사도 과거와 달라질 만큼 시대가 변했다. 여자친구가 ‘유리구슬’에서 첫 만남을, ‘오늘부터 우리는’에서 연애의 시작으로 스토리라인을 선보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여러 장의 앨범에 걸친 스토리텔링은 팬덤의 흥미를 유지할 수 있는 요소다.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이 내놓는 콘셉트는 정교하게 팬덤을 노리는 동시에 보다 좋은 행사에 출연할 수 있도록 인지도도 신경 써야 한다. 한 시대가 지나가는 시점에서, 시장에 진입하거나 살아남는 것은 더욱 어려워졌다. 

레인보우 또는 나인뮤지스나 달샤벳은 과거에 왜 실패했는지를 아는 것보다 지금 바뀌어가는 시장의 상황을 얼마나 잘 반영하느냐로 반전의 계기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DSP는 에이프릴의 데뷔 콘셉트처럼 20대 중후반에 접어든 레인보우 멤버들의 현재에 어울리는 명확하고 구체적인 색깔을 부여할 수 있을까. 나인뮤지스는 팀의 핵심이었던 류세라 탈퇴 이후의 스토리를 대중도 쉽게 와 닿을 수 있는 음악과 퍼포먼스로 전달할 수 있을까. 애매하게 살아남을 가능성은 점점 줄어든다. 극적인 반전이 아니면 몰락만이 기다린다. 이 모든 것에는 당연히 소녀시대와 원더걸스가 새로운 시대를 열었을 때보다 훨씬 많은 연구와 노력이 필요하다. 다시 말하면 이른바 ‘덕후’로도 불리는 열성 팬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면서 대중적인 요소도 놓치지 않을 만큼의 감각까지 가져야 한다. 물론 EXID처럼 결정적인 운이 작용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번개는 같은 곳에 두 번 치지 않는다. 

글. 강명석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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