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받을 용기], 용기가 답은 아니다

2015.10.22

지금 한국의 청년들은 미움을 주고받는다. 회사에서 상사에게 미움 받고, 성공한 친구를 보면 축복에 앞서 약간의 미움이 밀려온다. 이런 와중에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이 교보문고의 베스트셀러 기록을 새롭게 썼다. 35주째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기록을 제쳤다. 일본의 심리학자이자 철학자인 기시미 이치로와 고가 후미타케가 공동으로 쓴 이 책은, 한국에서는 아직 생소한 학자였던 알프레드 아들러의 심리학을 소개한다.

[미움받을 용기]는 아들러 심리학을 바탕으로 삶의 진리를 터득한 가상의 철학자의 입을 빌어, 우리가 타인을 신경 쓰는 ‘열등감’ 때문에 행복할 수 없다고 말한다. 열등감은 타인과의 비교가 아닌 나 자신과의 비교로서 스스로 더 나아지는 방향으로 발현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타인과 나의 과제를 분리하고, 타인의 인정을 바라지 않는 ‘미움 받을 용기’를 내야 한다. 용기를 내는 방법은 스스로 구축한 삶의 방식인 ‘생활양식’을 바꾸는 것이다. ‘‘이런 나’를 선택한 것은 자신’이기 때문에 다시 선택을 할 수도 있다. ‘놀거나 취미를 즐기는 시간을 희생해서까지 변하는 것’을 선택할 용기를 내면 된다. 그리고 굳이 세상에 이름을 남길 필요 없이 ‘평범해질 용기’를 낼 수 있어야 한다. 존재만으로도 더 큰 공동체에 공헌한다는 ‘타자공헌’을 길잡이별(목표)로 걸고, ‘지금, 여기를 진지하게 춤추’는 것이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이다.

지금 청년들은 자신의 가치를 평가당하는 일에 익숙한 세대다. 사회의 기준은 점점 높아지고, 기준에 부합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타인의 기준보다는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는, 잘 보이려 너무 애쓸 필요 없다는 말은 이들에게 필요한 위로다. 내가 ‘착한 사람 콤플렉스’에 걸려 있었다는 자가 진단과 내 삶에서 타인을 분리하면 된다는 교훈은, 실제 나는 소중하며 능력 있는 사람이라는 자존감을 선물한다. [미움받을 용기]는 이런 자존감을 바탕으로 타인을 신뢰하고, 나아가 ‘공동체 감각’에 바탕한 인생의 목표를 설정하라고 말한다. 읽고 나면 모두가 행복해질 수밖에 없는 결말이고, 많은 청년들이 이 책에 열광했다.

그러나 타인의 평가를 나와 분리함으로써 ‘나와 동등한 타인’으로 바라보는 것은 개인의 각성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미움받을 용기]에서도 이야기하는 아들러의 ‘생활양식’에 따르면, 사람은 인생 최초의 4~5년, 길게는 10년까지의 아동기 단계에서 “자기 마음의 통일성을 확립하고 몸과 마음의 관계를 구축”([아들러 심리학 해설])한다. 이것은 몸을 움직이는 마음의 목표를 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설정한다는 점에서 개인이 사회와 자기 자신 간의 관계를 이해하는 인식론에 가깝다. 그리고 아들러는 아이가 ‘생활양식’을 구축하는 시점에서 ‘공동체 감각’을 기르도록 협동과 협력을 교육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가능하다면 모든 부모를 교육시키면 좋겠다고 말하고, 현실적으로는 교사의 훈련을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미움받을 용기]도 아들러를 빌어 ‘공동체 감각’을 위해 타인을 “적이 아닌 친구”로 인식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지금의 2,30대는 다른 것보다 경쟁을 먼저 배웠고, 탈락한 패자를 위한 안전망은 없다시피 하다는 것을 체험했다. 교육을 통해 협동의 가치를 배운 적 없는 사람이 책 한 권으로 공동체에 공헌하고 있다는 인식의 전환을 이루기는 어렵다. 그들 중 상당수는 [미움받을 용기]에서 언급한 것처럼 “후세에 이름을 남길 큰 업적을 달성”하기보다 ‘평범해질 용기’를 내어 경쟁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생존을 위해 공무원 시험에 뛰어드는 것이 현실이다. [미움받을 용기]는 이런 난점들을 결국 ‘용기’로 돌파하고, 잠깐의 자존감을 무기로 스스로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아들러는 아이들에게 있어 협동 훈련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면서, 사회 감정을 기르는 데 실패한 아이는 성인이 되어 점점 더 확실한 잘못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인류 모두가 나누어 갖고 있는 위대하고 ‘평범한’ 지혜”로서 협동과 협력을 배울 수 있도록 도와야 하고, 그 때 “우리는 자기 자신의 행동의 주인”([아들러 심리학 해설])이라 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금의 성인에게 필요한 것은 협동과 협력의 교육을 어디서 가르치고 배워야 하는지 먼저 함께 고민하는 것이다. ‘생활양식’을 바꿀 용기는, 그렇게 내 안의 ‘공동체 감각’을 기르는 법, 서로 협동하는 법을 배울 때 생긴다. 아들러의 말처럼 ‘한 번도 지리를 배운 적이 없는 아이가 시험지에 잘 정리된 답을 적을 수 있으리라고 기대해서는’ 안 될 일이다.

글. 고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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