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자들, 텀블벅으로 가다

2015.11.24

2002년 정식서비스를 시작해 2011년도에 서비스를 종료한 온라인 게임 [Nova1492]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710명의 후원자와 5천만 원이 넘는 후원금을 모았다. ’대중으로부터 자금을 모은다’는 뜻, 그래서 ‘티끌 모아 태산’이란 속담이 생각나는 크라우드 펀딩은 2011년 1월 텀블벅이 서비스를 시작한 전후로 오마이컴퍼니, 펀딩21 등 다양한 업체를 양산했다. 이 중 특히 텀블벅은 “처음 텀블벅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창작자들은 사비를 털거나 지원사업에 채택되는 방식으로 아이디어를 구현했다. 하지만 4년간 여러 사례가 쌓이면서 창작자들도 크라우드 펀딩을 자연스러운 방안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할 만큼 창작과 창작자를 위한 영역에 특화 돼 있다. 다음에서 웹툰 [데미지 오버타임]을 연재했던 선우훈 작가는 “일반적인 출판에서 내게 적절하다는 느낌의 책을 본 적이 없다”며 텀블벅을 통해 단행본을 출간했고, 자신의 일본 요리 생활을 담은 [도쿄일인생활]의 저자 오토나쿨도 “처음부터 대량 판매를 목적으로 하지 않았고 그럴만한 책도 아니었다”는 이유로 텀블벅을 선택했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창작자들의 영역을, 텀블벅이 채워주고 있는 것이다.

선우훈 작가의 단행본은 도트 그래픽이 돋보이는 뱃지와 스티커 등 굿즈와 함께 리워드되고, 오토나쿨의 [도쿄일인생활]은 ‘아침, 산보, 점심, 장보기, 저녁, 술마시기, 설거지’의 구성으로 이국에 있는 연인에게 보내는 애정이 담겨진 레시피 북이다. 출판업계의 주류에서는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 개인의 취향이 담겼고, [도쿄일인생활]의 경우 일본에서의 인쇄비, 한국으로 보내는 운송비, 인건비 정도만 계산해 목표 금액을 설정했다. 그래서 텀블벅은 스스로를 ‘완성되지 않은 콘셉트들과 프로토타입을 위한 시장’으로 부른다. 조금은 사소하고, 조금은 아마추어 같더라도 소비자와 만날 수 있고 결실을 이룰 수 있다. 그 결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창작과 생산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었다. 독립서점 유어마인드를 운영하는 이로 대표는 “최근 1~2년 사이 텀블벅을 경유한 독립출판 비중이 부쩍 늘었다. 소셜펀딩을 동해 출간되는 책 중 거의 90% 이상이 텀블벅을 이용하고,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기성출판과 다른 영역에서 디자인과 취향을 완성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텀블벅은 제작비를 마련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는 것이다.

텀블벅이 후원자를 ‘팬’이라고 부르고, 프로젝트를 ‘밀어준다’고 표현하는 것은 텀블벅이 어떻게 창작자와 소비자를 연결시킬 수 있는가에 대한 힌트다. 염재승 대표는 “후원자는 남성보다 여성이 많다. 연령대는 다양하지만 20~30대가 비교적 높다. 대부분 재후원율이 높으며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응원하는 등 진행자와의 소통에 적극적”이라 말한다. 그만큼 텀블벅의 프로젝트 모금에 나서는 이들은 다양한 문화 소비에 관심이 많고, 새로운 시도에 반응하는 것에 적극적이다. 오토나쿨 역시 “일반적인 시장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것을 텀블벅에서는 얻을 수 있다. 후원을 통해 단순히 제품이 구매가 아니라 그 이상의 참여를 했다는 느낌을 준다”며 텀블벅을 통한 후원의 의미를 설명한다.

현재 텀블벅에는 출판 프로젝트가 424개로 가장 많아 전체 프로젝트에 17.8%에 이른다. 또한프로젝트 비용이 큰 게임은 22,259명의 후원자에 12억 원의 후원금을 모았다. 이런 성공 사례가 이어지면서 기존 콘텐츠 관련 기업이 텀블벅을 활용하는 사례도 생긴다. 웹툰 업체 레진엔터테인먼트는 ‘재고 없는 출판 만화’를 선언하며 텀블벅을 통해 [여자 제갈량]을 출간했다. 그만큼 텀블벅이 콘텐츠 산업에 영향을 주는 존재로 성장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반면 이런 현상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있다. 선우훈 작가는 웹툰의 단행본 작업에 있어 회사가 텀블벅을 활용하는 것에 대해 “초기에 출판에 바로 직결되지 않을 것 같은 마이너한 작품들도 성공하는 것을 보고 어느 정도 리스크를 부담할 수 있는 구조를 찾았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계속된 성공으로 텀블벅이 네이버, DCM, 스트롱벤처스 공동으로 17억 규모의 투자를 받으면서 산업적인 영역을 벗어난 창작물에 대한 지원을 하던 텀블벅이 다시 산업 안으로 귀속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도 있다. 

그러나 이미 텀블벅은 출판, 게임 뿐만 아니라 제품 디자인, 연극, 요리, 음악 등 다양한 분야의 창작자들이 찾는다. 취미로 만든 탁상 램프가 913명으로부터 4,600만 원을 유치하기도 하고, 인디 밴드의 1집 앨범은 이제 자연스럽게 텀블벅을 찾아 제작으로 이어진다. 창작자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해도 누군가의 지지를 받고, 가치를 인정받는다는 것, 소비자에게는 다른 곳에서 만족시킬 수 없었던 나의 취향을 찾을 수 있다는 것. 적어도 지금으로서는, 텀블벅은 이전과 다른 무엇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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