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석의 This is it

중소 아이돌 그룹에게 ‘머니볼’은 가능할까

2015.12.09
얼마 전 빌보드 닷컴은 방탄소년단의 새 앨범 [화양연화 pt.2] 리뷰에서 “(이 앨범이) 빌보드 200(앨범차트)에 진입한다면 한국 아티스트로는 SM 엔터테인먼트(이하 SM)와 YG 엔터테인먼트(이하 YG)를 제외하면 처음”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이 기사 이후 방탄소년단은 빌보드 200차트에 진입했다. 이것은 두 가지 사실을 말해준다. 하나, 방탄소년단의 미국 시장 진출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둘, SM과 YG는 늘 해오던 일이다. 이를테면 지난 2일 홍콩에서 열린 [2015 MAMA]의 공연 후반 라인업은 SM과 YG의 가수들로만 채워졌다. SM은 올해 태연, 샤이니, EXO, f(x) 등 공연에 참여한 모든 가수뿐만 아니라 몇 팀을 더 성공시키는 초능력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그만큼의 자격이 있었다. YG에는 [2015 MAMA]와 같은 해외 행사에서 티켓 판매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팀 중 하나인 빅뱅과 역시 세계적인 셀러브리티인 싸이가 있다. 이날 방탄소년단과 GOT7이 한 곡씩 부르는 동안 YG의 신인 아이콘이 세 곡의 단독 무대를 가진 이유다. 올해 활동이 없었던 2NE1도 환호를 받을 만큼 YG는 해외에서 브랜드 파워가 있고, 아이콘은 YG의 한 팀으로서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었다.

YG는 아이콘을 위해 2년여 동안 여러 개의 리얼리티 쇼를 제작했다. SM과 YG가 전 세계적으로 가진 팬덤은 신인도 유튜브 뮤직비디오 조회수 100만을 쉽게 넘을 수 있게 한다. 애초에 출발선이 다른 경쟁이다. [화양연화 pt.2]의 초동 판매량은 9만 장대(한터차트 기준)다. 올해 단일 가수로는 2위다. 그러나 그 위에는 큰 격차로 EXO의 앨범들이, 아래에는 SM과 YG 가수들의 앨범들이 있다. 요즘 중소 기획사의 남자 아이돌 그룹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것은, 역설적으로 SM과 YG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증명한다. 빌보드 200도, 지난 몇 년간 단일 앨범 판매량 20만 장을 연속으로 넘기는 것도 그들만의 영역이었다.

2015년 현재, 중소 기획사는 SM과 YG를 이길 수 없다. 특히 전 세계적인 팬덤을 통한 수익이 중요한 남자 아이돌 그룹의 경우, 팀으로서 살아남는 것 자체가 힘들다. 구해야 할 답은 어떻게 이기느냐보다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에 가깝다. 2년 전, 방탄소년단의 첫 앨범 [2 COOL 4 SKOOL]의 당시 판매량은 3만 장 정도였다. 그것이 20만 장 가까이로 늘어가는 2년 동안, 그들은 힙합 하는 아이돌 그룹의 이미지 위에 방황하는 청춘의 캐릭터를 씌웠다. 아이콘이 데뷔하기 전, 아직 비어 있던 힙합 하는 아이돌 그룹의 시장을 선점했고 그 뒤에는 그들만의 세밀한 캐릭터를 만들어나갔다. 빅스의 새 앨범 [Chained up]은 초동 앨범 판매량 47,000장대로 각각 27,000, 36,000을 기록한 지난 두 장의 앨범보다 상승했다. 타이틀 곡 ‘사슬’은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은 음원 사이트 멜론에서 실시간 차트 2위로 진입했다. 그들은 ‘다칠 준비가 돼 있어’에서 뱀파이어 콘셉트로 전환점을 맞이한 이후 판타지적인 캐릭터를 선보였다. ‘사슬’은 이 연장선상에 있되 직접적으로 캐릭터를 드러내지 않는다. 다만 이전에 빅스가 보여준 어두운 분위기를 보다 강조된 긴장감과 음습한 분위기의 음악으로 표현한다. 캐릭터는 달라졌지만, 그 캐릭터들이 전달하던 어떤 분위기는 더욱 선명하게 다듬어졌다.

두 팀은 SM과 YG와는 다른 시장을 찾아서, 그들의 시장을 바탕으로 천천히 팀의 서사와 캐릭터를 형성했다. SM과 YG를 이길 수는 없어도 지지는 않는 그들만의 영역이다. 올해 데뷔한 신인 중 가장 높은 음반 판매량을 기록한 세븐틴도 청량한 10대 소년이라는 점을 강조해 다른 팀과의 차별점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시작했다. 과거 중소 기획사는 SM의 스태프를 영입하고, SM과 YG의 가수들과 작업한 뮤지션에게 곡을 받았다. 그들의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서였다. 방탄소년단의 ‘Run’ 뮤직비디오는 SM과 빅뱅의 어디쯤에 있는 것처럼 보이고, 그들의 소속사에는 SM처럼 퍼포먼스와 비주얼 디렉터가 각각 있다. 그러나 달라진 게임의 룰은 완성도는 기본에 더 정확한 마케팅과 기획까지 요구한다. 그래야 자본도, 능력도 최고치인 회사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는다. 영화 [머니볼]에서 적은 예산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써서 포스트 시즌에 진출한 메이저리그 야구팀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처럼, 이 중소 기획사들에게도 그들만의 ‘머니볼’이 필요하다.

물론, 전략이 모두 성공한다 해도 방탄소년단, 빅스, 세븐틴 같은 팀들이 [MAMA]에서 10분 이상의 단독 무대를 가질 날이 올지는 미지수다. 그들의 성장과 그들이 해외에서 SM과 YG만큼의 위상을 가질 수 있는 것은 다른 문제다. 여기에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사업을 펼칠 수 있는 회사의 역량이 필수적이다. 많은 중소 기획사의 아이돌 그룹이 그 단계에서 상업적인 성장을 멈추고 천천히 내려갔다. 다만 2015년은 그것이 팀이 아닌 회사의 문제, 또는 출발선의 차이라는 것을 드러낸 한 해였다. 현실을 알았으니,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다. 시간은 그리 많지는 않겠지만. SM 같은 회사가 그들이 해야할 일을 모를리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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