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와이스, 모두가 센터인 걸 그룹

2016.01.11
지난 6일, 트와이스의 ‘Ooh-Ahh하게’는 멜론 차트에서 8위를 기록했다. 2015년 10월 데뷔 당시 40위권 바깥이었던 성적을 떠올리면 놀라울 정도의 역주행이다. 여기에 더해 트와이스는 게임 엘소드와 LG U+ 등 굵직한 CF에 출연했다. EXID처럼 멤버 한 명의 ‘직캠’이 SNS를 통해 대중적으로 퍼지거나, 여자친구처럼 특별했던 무대 영상이 널리 회자된 것도 아니다. 돌풍이라기보다 이 꾸준한 상승세가 어디서 시작된 것인지 정확하게 알기는 어렵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있다. 트와이스는 지금 ‘예쁨’으로 승부하는 아이돌이다. 패션지 [엘르]는 페이스북과 트위터 계정에 트와이스의 영상을 게재하며 ‘초미녀아이돌군단’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포털사이트나 SNS에서 트와이스를 검색하면 ‘예쁜애 옆에 예쁜애 옆에 예쁜애 옆에 예쁜애’라는 식으로 아홉 멤버 모두의 비주얼을 극찬하는 글이 나오고, 관련 기사 아래에는 ‘얼굴의 승리’라는 댓글이 달리기도 한다.

갓 데뷔했을 때, 밀리터리룩도 뭣도 아닌 애매한 의상은 트와이스에게 산만함 이외의 별다른 이미지를 부여하지 못했다. 폐건물과 좀비를 등장시킨 ‘Ooh-Ahh하게’ 뮤직비디오의 콘셉트 또한 팀의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트와이스 멤버들 각자의 예쁨은 이 모호한 기획을 뚫고 나온다. Mnet [식스틴] 출연 당시부터 미모로 화제가 되었던 쯔위는 날씬하고 기다란 팔다리와 자그마한 얼굴, 묘한 눈빛 덕분에 요즘 각광받는 아름다움의 표준이라 해도 좋을 정도고, 동그란 이마와 눈, 통통한 입술의 나연은 80년대 하이틴스타 같은 분위기를 그려낸다. 섹시큐티라는 표현이 어울릴 사나, 원더걸스 시절의 소희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뽀얀 아기 같은 얼굴에 낮은 목소리로 랩을 하는 다현, 중성적이고 쿨한 이미지의 정연 등 나머지 멤버들 역시 서로 겹치지 않는 매력을 드러낸다. 메인보컬이나 서브보컬, 래퍼 등의 포지션보다 이들을 구별하게 만드는 것은 다르게 예쁜 얼굴, 그 자체다.

그래서 파트가 바뀌고 멤버들이 번갈아 카메라 앞으로 튀어나올 때마다 곡의 분위기는 물론, 트와이스라는 팀의 색깔도 수시로 바뀐다. ‘Ooh-Ahh하게’는 앞으로 트와이스가 선보일 이미지들의 요약본처럼 보인다. 나연이 생긋 웃으며 “어딜 걷고 있어도 빨간 바닥인 거죠”라고 노래할 때와 슬로우 효과를 건 듯 몽환적인 멜로디 위로 미나가 “머릿속엔 늘 영화 속 같은 La La La”라고 노래할 때, 모모가 중심이 되어 단독 댄스브레이크가 아닌 군무를 보여줄 때 모두 각 멤버에 걸맞은 다른 장면을 펼쳐낸다. 이를 위해 의외로 섬세하게 조율되어 있는 것은 파트 분배와 안무 구성이다. 원테이크 기법을 사용하여 멤버들 사이를 물 흐르듯 떠다니며 한 명 한 명의 얼굴을 비춰내는 뮤직비디오는 기본이다. 손으로 플루트 부는 모습을 흉내 내는 사나로 시작해 허리를 숙이는 사나 뒤로 다음 파트인 나연을 바로 등장시키거나, 다현과 채영의 랩 파트에서 나머지 멤버들은 고개를 숙이고 기차 모양을 만드는 등 트와이스의 안무는 철저하게 해당 파트 담당 멤버의 존재감을 부각하는 데 집중한다. 그룹으로서 일체감을 주는 것은 후렴구로 충분하다.


대부분의 아이돌이 청순이나 섹시 등 특정한 키워드를 콘셉트로 잡는다면, 트와이스는 아예 걸 그룹이 담아낼 수 있는 여자아이들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펼쳐낸다. 달리 말해 어떤 이미지를 표방하느냐에 따라 아홉 명 모두 그룹의 ‘센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특유의 생기를 덧칠하는 방식이다. ‘Ooh-Ahh하게’의 마지막 부분에서 막춤은 아니지만 막춤 같은 느낌의 안무를 보여주고, 중간중간 폴짝 뛰어오르며 ‘Huh’ 하는 소리를 굵게 내는 것은 소녀 콘셉트가 아니라 트와이스가 지금 모습 그대로 소녀임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인 듯하다. 같은 앨범에 수록된 ‘다시 해줘’에서 ‘있는 그대로의 여자아이들’이라는 이미지는 한층 더 뚜렷하게 드러난다. 전혀 다듬지 않은, 그래서 힘차고 다소 거칠기까지 한 멤버들의 목소리로 “워어어어어어”라고 소리치는 인트로와 나머지 멤버들은 줄을 지어 퇴장하고 나연만 무대에 남아 귀엽게 카메라를 응시하는 엔딩. 때문에 트와이스의 무대는 완성도를 차치하고 생기와 활기라는 면에서 실제 10대들의 장기자랑을 연상시킨다. 각기 다른 소녀들이 하나의 반을 만들고 그것이 자아내는 떠들썩한 분위기 자체로 더욱 예뻐 보이는 것처럼, 트와이스의 아홉 가지 예쁨도 무대 위에서 더욱 도드라진다.

이러한 전략은 [식스틴]의 경쟁 속에서 적지 않게 소비되었던 멤버들의 이미지를 살짝 지워내기까지 한다. 서바이벌 리얼리티를 거쳐 데뷔한 팀들은 조로(早老)를 걱정하기 마련이지만, 트와이스에게는 경쟁에 지친 흔적이 남아 있지 않다. 지효가 10년 동안 연습생 생활을 했다거나 나연과 정연이 자꾸만 미뤄지는 데뷔 때문에 힘든 시간을 보냈다는 사실은 굳이 언급되지도, 드러나지도 않는다. 말간 얼굴, 거리낌 없는 웃음, 꾸미지 않은 목소리의 예쁜 소녀들에게 그런 고통의 시간이 있었다고는 믿기 어렵다. 서바이벌쇼로 매력적인 외모의 멤버들이 뽑혔고, 한 명 한 명의 얼굴을 또렷하게 보여주는 것만으로 데뷔 석 달 만에 사람들에게 확실히 각인되었다. 그야말로 희귀하다고 할 정도로 뛰어난 외모의 소녀들이 한 팀으로 결정된 순간, 트와이스는 이미 절반 정도의 성공을 거뒀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지난 7일, 트와이스는 ‘Ooh-Ahh하게’의 음원 역주행에 힘입어 음악방송 활동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트와이스에게도, 이들과 경쟁해야 할 다른 걸 그룹들에게도 진짜로 긴장해야 할 시간은 아마 지금부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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