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그녀의 책장

[혼자 가야 해], 사랑하는 동물을 떠나보내고

2016.01.22
개를 두 마리 키웠다. 사랑도 샘도 많은 개들이어서 영혼의 일부처럼 늘 함께했다. 불가피한 이유로 잠시 헤어졌지만, 곧 만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동물의 시간과 사람의 시간이 다르므로 같은 기다림이 개들에게는 몇 배로 길 수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 탓이었을까. 모자지간이었던 두 개는 나 없는 곳에서 어미가 먼저, 그리고 아들이 뒤따라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동물을 아끼며 키우는 이라면 누구나 마음 한쪽에서 이별을 준비하며 살아갈 것이다. 살아가는 속도가 다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체념하면서도, 어떻게든 이별의 시간을 늦추고 함께하는 시간의 밀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며 하루하루를 보낼 것이다. 그럼에도 결국은 그날이 온다. 주인이 노인이거나 불행히 요절하지 않는 한, 거의 모든 동물은 주인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다.

[혼자 가야 해]의 작가 조원희도 8년간 함께한 개 자니윤을 떠나보냈다. 그는 책의 면지에 평온한 얼굴로 누워 있는 개의 모습을 그려 넣고 “어느 날 강아지 한 마리가 눈을 감아요”라고 첫 문장을 적었다. 개의 영혼이 몸을 떠나자 깊은 숲 속 조그만 화분에 꽃봉오리가 피어난다. 안내자인 검은 개는 정성스럽게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먼 길을 나선 개는 주인과 함께 뛰놀던 공원을 처음으로 혼자 가로지른다. 그리고 기차를 타고 간다……. 혼자서…….검은 개가 죽은 개들을 불러 모으는 들판은 따뜻하고 평온하다. 아름다운 피리 소리 속에서 개들의 영혼은 꽃이 되어 피어난다. 검은 개에게 인도되어 강가에 이른 개들은 한 마리씩 작은 조각배에 올라탄다. 노를 저어 강을 건너던 개는 마지막으로 뒤를, 주인과 함께했던 세상 쪽을 돌아본다. 그리고 속삭인다. ‘여기부터는 혼자 가야 해.’

동물을 떠나보낸 경험이 있는 이라면 울지 않을 도리가 없을 것이다. 정말 혼자서 괜찮겠니? 내가 없어도 괜찮겠니? 종일 빈 집에서 나만 기다려줬는데, 내가 있으면 오직 그 사실만으로도 너무나 행복해했는데, 나 없이 너 혼자 다른 세상으로 갈 수 있겠니?

작가는 의연한 얼굴을 앞으로 하고 씩씩하게 노를 젓는 개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것이 남겨진 이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한 상상이라 해도, 상관없다. 나는 정말로 작가의 개가, 내 개들이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갔으리라고 확신한다. 그토록 사랑받던 영혼이었으니까. 버려지고 상처 입은 개들이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사랑받아 마땅한 영혼들이니까. 죽은 동물을 추억할 때 우리는 쉽게 무장을 내려놓고 감상에 잠긴다. 그것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이 인간이라는 입자로 빽빽하게 에워싸인 세계에 숨길을 틔워주는 존재였다는 것. 그리고 그들과 나눈 것이 인생에 몇 번 주어지지 않는, 변색하지 않는 진짜 사랑이었다는 것. 

유진 
10년 동안 책을 읽고 쓰고 만드는 일만 하다 보니 자신을 정의할 다른 말을 찾을 수 없게 되었다. 인도신화를 소재로 한 소설 [춤추는 자들의 왕]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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