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무, 지금은 위험수위

2016.01.25
1월 20일 열린 [제30회 골든디스크 어워즈]에서 김종국은 공동 MC 전현무를 향해 “노래 같은 거 하지 말고 사회나 잘 보시면 됩니다. 사고 치지 말고…”라는 농담을 던졌다. 전현무 역시 웃으며 답했다. “사회나 잘 보시면 좋겠다는 말, 굉장히 와 닿네요. 요즘 제가 상처가 많거든요.” 김종국이 말한 ‘사고’란 그로부터 약 일주일 전 있었던 논란을 가리켰을 것이다. 이하늬, 하니와 [서울가요대상] 공동 MC를 맡았던 전현무는 자신을 ‘털털하니’라고 불러달라는 하니에게 뜬금없이 “오늘 외모가 굉장히 ‘준수’하다”며 그와 교제 중인 김준수를 상기시켰다. 객석에서 야유 섞인 함성이 터져 나왔고 이하늬가 “그런 거 하지 말라”며 자연스럽게 만류했지만 전현무는 한 번 더 외쳤다. “왜, 준수하잖아요. 외모가!” 당황한 하니가 눈물을 흘린 것은 그 짧은 순간 일어난 일이었다.

전현무의 무례한 농담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30일 SBS [연예대상]에서도 그는 대상 후보에 오른 강호동이 “손에 땀이 난다”고 말하자 “뚱뚱해서 그래요”라고 답하는 등 몇 차례 면박을 준 것으로 비판받았다. 이튿날 전현무는 SNS에 올린 사과문을 통해 “앞으로는 좀 더 성숙해지고 신중히 방송하겠습니다”라고 말했지만, 2주 뒤 열린 [서울가요대상]에서 그는 다시 한 번 신중하지 못했다. 놀라고 상처받았음을 완벽히 감추지 못한 하니에게 ‘프로답지 못하다’며 불편한 감정을 토로한 이들도 적지 않았으나, 오히려 여기서 물어야 할 것은 전현무의 프로 의식이다. 연예인들의 공개연애가 대개 그렇듯 하니와 김준수의 교제 사실은 자의가 아닌 매체의 폭로로 공표된 것이고, 눈물이 쏟아질 만큼 당황하는 ‘정도’는 타인이 재단할 부분이 아니다. 공동 MC로 초대받은 하니가 행사의 흐름과 무관하게 놀림당하고도 분위기를 맞추기 위해 웃는 것이 당연하다는 요구는, 여전히 많은 여성 진행자에게 ‘꽃병풍’ 역할을 강요하는 폐단을 강화할 뿐이다. [서울가요대상]은 전날 하니가 출연했던 MBC [라디오스타]처럼 사적인 부분에 대해 어느 정도 드러내기로 합의하고 나온 자리가 아니었고, 변수가 많은 생방송에서 민감한 사생활을 굳이 언급해 돌발 상황을 유발한 것은 전현무였다.

애초부터 전현무의 트레이드마크는 ‘밉상’과 ‘깐족’이었다.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고 믿었던 아나운서 시절 그는 비호감 캐릭터로라도 대중에게 자신을 각인시키고 싶어 했고, 2011년 무렵부터 예능에서 본격적인 인기를 얻었다. 2014년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의 토크 스타일이 “뇌를 안 거치고 입에서 나오는 대로 떠든다. ‘필터링’ 안 하고 생각나는 대로 툭툭 내뱉는다”며 박명수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고, 톱스타나 대선배를 가리지 않고 짓궂은 농담을 던지며 놀려대는 개그 코드는 JTBC [히든싱어]의 신파 분위기를 중화하며 효과를 거뒀다. tvN [로맨스가 더 필요해]에서도 그는 가부장적이고 여성에 대한 이해가 전무한 발언을 종종 내뱉었지만, 함께 출연한 박지윤과 레이디제인에게 거세게 비판받고 이내 응징당하는 ‘철없는 미혼남’ 캐릭터는 일종의 기믹처럼 쓰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1, 2년 사이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남초 현상이 더욱 심해지면서 이제 그와 논쟁을 벌일 만한 여성 캐릭터는 보기 힘들다. 또한, 자학 개그를 통해 얻은 ‘하찮은’ 이미지 덕분에 마음껏 깐족거릴 수 있었던 과거와 달리 톱 MC 반열에 오른 지금 전현무는 프로그램 내에서는 물론 업계에서도 상당한 권력을 갖는다. 시상식과 같은 큰 무대의 단골 진행자가 된 전현무가 자신보다 열다섯 살 어린 아이돌 하니에게 던진 농담은 결코 가벼울 수 없는 것이다. 최근 JTBC [비정상회담]에서 반려견을 버릴 것을 강요하는 남자와의 결혼을 고민하는 여성의 사연에, 상대 남성을 대변하겠다며 “가정을 이뤄야 하는데 강아지가 있으면 아기를 못 가진다. 강아지에게 들어가는 애정과 아기에게 들어가는 애정이 분산된다”고 한 그의 답변이 단순히 경솔한 것 이상으로 불편하게 느껴진 것은 그가 현재 서 있는 위치 때문이기도 하다.

지금 전현무는 한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MC 중 한 사람이다. 지상파에서 종편까지, 아홉 개의 TV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하고 자신의 이름을 건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설 특집 파일럿 프로그램도 두 개나 맡았다. 그러나 [골든디스크 어워즈] 둘째 날 “난 요즘 상 받은 것보다 욕먹은 게 더 많다”고 자조한 전현무의 말대로, 몇 차례 이어진 구설수는 그가 지금 아슬아슬한 선 위에 있다는 징후처럼 보인다. 어제는 괜찮았던 것이 오늘 괜찮지 않을 수도 있다. 작년까진 먹혔던 코드가 올해는 통하지 않을 수도 있다. 전현무는 자신의 모토 중 하나가 “지루한 방송은 재앙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지만, 이제는 ‘필터링’하면서도 지루하지 않은 방송을 만드는 방식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가 된 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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