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뮤지엄, 전시회를 인스타그램에 올리세요

2016.01.27
지난달 대림미술관이 새로 개관한 디뮤지엄의 [아홉 개의 빛, 아홉 개의 감성](이하 [아홉 개의 빛]) 전시회 관객들 중 대부분은 사진을 찍고 있었다. 빛을 테마로 한 9개의 방과 9개의 작품으로 이뤄진 이 전시는 아름다운 색깔의 빛이 방을 채우고 있었다. 그중 데니스 패런의 ‘Don’t Look into the Light’은 천장에 빨강, 초록, 파랑 3색의 조명을 설치해 관객의 움직임에 따라 그림자가 겹쳐지며 다채로운 색이 생겨나도록 했다. 빛과 색으로 둘러싸인 독특한 공간에서는 관람객이 작품의 일부가 되고, 그 광경은 사진이나 짧은 동영상으로 찍는다. 인스타그램에 이 전시가 #디뮤지엄한남, #아홉개의빛 등 다양한 태그로 수많은 사진이 올라왔던 이유다.

현재 인스타그램에서 ‘#대림미술관’을 검색하면 17만 건의 사진이 나오고, 대림미술관의 팔로워 수는 27만 명이 넘는다. 서울시립미술관, 한가람 미술관 등의 계정 팔로워 수가 1만 명을 넘지 못한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다. 대림미술관은 북유럽 가구, 샤넬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의 사진전, 시규어 로스와의 협업 등으로 유명해진 사진작가 라이언 맥긴리 관련 전시로 큰 반응을 얻었다. 대림미술관에서 2012년에 진행한 관람객 현황에 따르면 관람객은 20~30대가 가장 많았다. SNS 이용에 능숙할 뿐만 아니라 대림미술관이 여는 전시회의 주제에 가장 관심이 많은 세대. 대림미술관은 시각적인 주제를 다루고 대부분의 미술관과 달리 촬영을 적극적으로 권장해 이것을 SNS에 올리도록 유도한다. 덕분에 대림미술관은 SNS를 통해 빠르게 홍보될 수 있었다.

“기존에 해오던 것의 연장선에서 그것을 확장하는 개념.” 대림미술관 홍보 담당자의 이 말은 대림미술관이 디뮤지엄의 개관작으로 [아홉 개의 빛]을 선택한 이유를 짐작게 한다. [아홉 개의 빛] 같은 현대미술은 칼 라거펠트의 사진전처럼 대림미술관의 관람객에게 친숙한 주제는 아니다. 그러나 [아홉 개의 빛] 역시 직관적으로 전시가 전달하고자 하는 것을 느낄 수 있고, SNS에 아무런 설명을 올리지 않아도 눈에 띌 만한 시각적인 이미지를 가졌다는 점에서 대림미술관의 이전 전시회와 연결되는 부분이 있다. 관람객은 [아홉 개의 빛]을 통해 자신이 본 것, 더 나아가 자신이 존재했던 순간에 그 공간의 모습을 SNS로 올릴 수 있다. SNS가 이미 일상의 기록으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대림미술관은 디뮤지엄에서 관람객에게 조금 더 다양한 주제를 제시한다. 그리고 전시를 본 관객들은 전시와 연계된 책갈피, 에코백, 포스터, 공책, 엽서 등 굿즈를 소비할 것이다. 관람객이 관람한 전시를 기억하고, 가깝게 느낄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진다.

전시를 보는 목적이 단지 SNS에 올릴 사진을 찍고 굿즈로 기억을 남기기 위해서만은 아닐 것이다. 다만 안경 및 선글라스 브랜드 젠틀 몬스터가 홍대 매장 1층에 주기적으로 주제를 바꾸며 전시회를 연 것도 몇 년이 지났다. 행인들은 젠틀 몬스터의 제품을 사지 않더라도 전시를 둘러보고, 사진을 찍곤 한다. SNS에 올리기 좋은 독특한 공간을 만들어 사람을 끄는 것은 점점 자연스러운 일이 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대림미술관은 일단 대중이 가보고 싶고 SNS에 남기고 싶은 전시회를 기획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그다음 단계가 무엇이 될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새로운 세대의 대중을 위한 전시회의 첫 단계는 넘은 것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일상에서 가깝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것들로 가득한 미술관으로서 말이다.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의 토마스 크렌스 관장은 “미술관의 경쟁 상대는 다른 미술관이 아닌 모든 여가 수단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대림미술관은 지금 이 말을 최대한 실천하는 것처럼 보인다. 전시가 때로는 감상 이전에 여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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