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그녀의 책장

[날것의 인생 매혹의 요리사], 어쩌다 요리사가 되어

2016.01.29
오타비아 파서의 요리에는 속임수가 없다. 직접 가꾼 야채, 아는 사냥꾼과 어부와 낙농가가 갖다 준 고기와 생선과 치즈로 만드는 유행과는 거리가 먼 요리를 먹기 위해 사람들은 알프스 두메산골까지 꾸역꾸역 찾아온다. 이 책은 그녀의 요리를 극찬하는 기자들은 묻지 않는 질문을 던진다. 산속에서 요리사로 사는 것이 행복한가요?

요리사에 대한 책은 이미 많지만 앞으로도 많을 것이다. 일찍부터 요리에 끌린 소년이나 소녀가 고된 수련 끝에 드디어 꿈을 이루는 이야기가 있고, 잘나가던 직장인이 어느 날 멀쩡한 직장을 때려치우고 요리를 시작해 진정한 삶을 찾는 이야기도 있다. 이런 이야기들은 나쁘지 않다. 다른 모든 주제와 마찬가지로 재미있는 책과 재미없는 책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요리가 천직인 사람만 주방에 서라는 법은 없다. 다른 모든 직업들과 마찬가지로, 살다 보니 요리사가 되어 있는 경우가 더 많다.

미슐랭 별 3개를 받은 요리사 후안 아마도르는 식당으로는 돈을 벌 수 없다고 단언한다. 화덕 앞에서 16시간씩 일하다 죽지 않기 위해 그는 타파스 바 프랜차이즈, 식기, 생수에까지 이름을 빌려준다. “정말 좋은 직업이죠. 그렇지만 언젠가는 이 빌어먹을 놈의 주방에서 나가고 싶습니다.” 페이스 무토니는 나이로비의 쓰레기장에서 식당을 운영한다. 손님은 축구장 50개 넓이에 30미터 높이로 쌓인 쓰레기를 뒤지는 사람들이다. 밥, 콩, 옥수수라는 똑같은 메뉴를 쓰레기 속에서 주워 온 플라스틱 접시에 담아 운 좋은 날은 40그릇까지 판다. 그녀는 자신을 동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요리사가 되고 싶었던 것은 아니지만 어찌어찌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만큼은 벌고 있다.

“모두가 피델 카스트로가 될 수는 없어요. 감자 껍질을 벗길 사람도 있어야죠.” 밤 카트에게 요리는 세상을 바꾸는 수단이다. 더 나은 세상을 바라며 시위 현장에서 수프를 끓이다 보니 어느덧 삼십 년이 흘렀다. 브라이언 프라이스는 마흔이 되기까지 요리의 ‘요’ 자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전처를 강간해 텍사스의 월유니트 교도소에 수감된 후 감옥 요리사가 되었다. 그는 200명의 사형수에게 마지막 식사를 만들어주었고, 출감 후에는 작은 식당을 열었다.

“꿈을 위해서라면 목숨도 바치겠어요.” 이매뉴얼 존을 만났을 때 후안 모레노의 관심사는 요리사가 아니었다. 인간이 품위 있게 살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자신과 자식의 미래를 위해 무엇을 감수해야 하는지가 그의 주제였다. 이매뉴얼은 다섯 살 때부터 맥도날드 요리사를 꿈꿨다. 나이지리아를 떠나 유럽으로 가기 위해 모로코로 왔지만, 고무보트를 타고 스페인으로 가는 밀항에 드는 비용은 그가 생각한 150유로가 아니라 1,000유로였다. 그날 이후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었고, 난민 캠프에 머물다 보니 어느덧 5년이 지났다.

이매뉴얼의 그토록 작은 꿈은 아마 이루어지지 못할 것이다. 반면 오타비아는 간호사가 되어 지긋지긋한 계곡을 떠나고 싶었지만 결국 고향에 눌러앉아 요리사가 되었다. 살기 위해서는 먹어야 하고, 그런 의미에서 요리는 삶이다. 하지만 먹기 위해서는 벌어야 하며, 그런 의미에서의 요리 역시 삶이다. 흔히 간과되는 이 사실을 열일곱 요리사들의 열일곱 가지 사연은 건조하게 보여준다. 삶 자체와 마찬가지로, 남달리 아름답지도 추하지도 않지만 각자에게는 특별하다.

정은지
책과 음식과 쇼핑에 관한 글을 써서 번 돈으로 책과 음식을 쇼핑한다. 책 속 음식에 관한 이야기인 [내 식탁 위의 책들]을 썼고, [아폴로의 천사들] [피의 책] 등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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