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롤]의 루니 마라, 지금 가장 용감하게 피어난 꽃

2016.02.18
루니 마라는 그동안 잘 싸워왔다. [소셜 네트워크]에서는 온갖 밉상을 떨어대는 제시 아이젠버그의 마크 주커버그에게 침착한 경멸로 맞섰고,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이하 [밀레니엄])에서는 연쇄살인범으로부터 007을 구해냈다. 짬을 내어 강간범에게 복수도 해 가면서. [그녀]의 호아킨 피닉스는 루니 마라와 싸우다 지쳐 참을성 많은 전자 애인에게 하소연을 늘어놓았지만 [사이드 이펙트]의 채닝 테이텀에 비하면 운이 좋은 편이었다. 방심하고 있다 칼에 찔려 죽진 않았으니.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케이트 마라의 예쁘장한 동생이 리암 니슨 뺨치는 포커페이스를 가진 반격의 명수가 되리라고는. 데이빗 핀처 감독의 공이 컸다. 외골수답게 모두의 격렬한 반대에 도리어 흥이 나 [밀레니엄]에 루니 마라를 캐스팅한 그는 처음부터도 이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자극을 받으라고 한 소리였고 효과는 예상대로였다. 투견 훈련을 연상시키는 혹독한 과정을 거쳐 리스베트 살란데르가 되어 돌아온 루니 마라를 얕잡아 보는 사람은 더 이상 없었다. ‘천사 같은 얼굴 뒤에 숨겨진 강렬함‘이라는 표현은 그의 전용 칭찬이 되었다. 하지만 늘 생각이 많았던 루니 마라는 다시 골똘해졌다. 이제 다른 면을 보여줄 때가 된 것 같았다.

[캐롤]은 그런 루니 마라 앞에 계시처럼 나타난 완벽한 작품이었다. 테레즈 벨리벳은 방어도 반격도 하지 않는다. 그는 사랑에 빠지고 또 그 사랑을 돌려받으면서 점차 확장되어가는 인물이다. 테레즈에게 캐롤(케이트 블란쳇)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맞서 싸우기에는 존재감조차 미미한 희미한 배경에 불과하다. 오로지 사랑하는 두 사람만이 허락된 좁고 농밀한 세계에서 루니 마라의 테레즈는 케이트 블란쳇의 캐롤을 향해 꽃처럼 피어났다. 늘 기민하게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상대를 관찰하던 시선에도 냉소 대신 사랑이 담겼다. 길고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잘라내고 눈썹을 없애가며 남들 앞에서 자신을 증명하고자 했던 소녀는 사랑하는 단 한 사람만의 눈길을 갈구하는 맨 얼굴의 여인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아무런 방어수단 없이 사랑에 몸을 던지는 것보다 무서운 일이 또 있을까. 늘 겁이 없었던 루니 마라는 그래서 지금 가장 용감해 보인다.


Warning
헛소리는 용납 못 해

[밀레니엄]의 촬영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무렵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했던 루니 마라는 술에 취해 자신을 들어 올린 남자 하객의 목을 졸랐다. 리스베트 살란데르의 일시적 영향이었다고 웃어넘겼지만 그는 원래부터도 결코 호락호락한 성격이 아니다. 최근 소니 이메일 해킹으로 불거진 할리우드의 뿌리 깊은 성차별 문제에 입을 다물지 않기를 택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 내성적이고 수줍음이 많으면서도 할 말은 야무지게 하는 루니 마라는 임금차별 뿐 아니라 똑같이 정당한 요구를 해도 여배우들에게만 부당한 꼬리표를 붙이는 성차별적 태도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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