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석의 This is it

설현의 몸이 무엇이길래

2016.02.24
수지는 2012년 영화 [건축학개론]을 통해 이른바 ‘대세’가 됐다. 2년 뒤 혜리는 MBC [일밤] ‘진짜 사나이’에서 짧게 보여준 애교로 인지도가 급상승했다. 그리고 최근 설현이 화제의 스타가 된 것에는 그와 광고 계약을 맺은 SK텔레콤이 제작한 입간판이 큰 역할을 했다. 설현의 뒷모습, 특히 허리와 골반 라인을 강조한 입간판은 인터넷에서 이른바 ‘짤’, 인터넷에 도는 한 장의 이미지로 퍼지며 화제가 됐다. 수지가 러닝타임 118분의 영화로, 혜리가 인터넷에서 ‘애교’를 보여주는 영상이 퍼지면서 수많은 CF를 찍기 시작했다면, 설현의 인기에는 SNS에서 클릭이나 터치조차 할 필요 없이 볼 수 있는 한 장의 이미지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애초에 설현의 골반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계기 중 하나 역시 KBS [용감한 가족]에서 긴 원피스를 입은 채 옆으로 누운 ‘짤’이 퍼지면서였다. 한국에 비해 척박한 환경의 해외에서 살림을 꾸려가는 이 프로그램에서, 설현은 긴 원피스를 입고 온갖 일을 하다 휴식을 취하던 중이었다. 그러나 ‘짤’은 이런 맥락을 설명하는신 설현의 몸만을 부각해 누구나 그의 몸이 가진 매력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게 한다. 이것은 연예인으로서 설현에게 좋은 일일 수도 있다. ‘짤’로 퍼진 입간판 사진은 설현을 더욱 스타로 만들었다. ‘짤’로 대표되는 새로운 시대가 만든 기회고, ‘’을 만드는 것은 대중이 콘텐츠를 즐기는 방식일 뿐이다. 그러나 미디어는 설현에게 화제가 된 몸을 ‘인증’할 것을 요구한다. 설현은 SBS [한밤의 TV연예]에서 자신과 입간판의 몸매가 똑같다는 것을 증명했다. 얼마 전에는 한 대역 모델이 SK텔레콤의 스마트폰 솔 CF에서 설현의 몸이 자신의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설현이 SK텔레콤의 모델이 된 것은 그 전에 쌓은 인기와 이미지의 종합적인 결과다. 안전 문제로 몇몇 컷만 대역을 썼다는 소속사의 반박과 별개로, 애초에 대역 모델이 나설 이유가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설현의 몸이 ‘짤’과 미디어를 거쳐 부각되면서, 설현의 가치는 마치 몸에만 있는 것처럼 여겨진다. 

SK텔레콤의 CF에서,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브랜드 캠페인 ‘이상하자’의 설현은 한복을 입었다. 반면 스마트폰 루나 CF에서는 탱크톱 위에 재킷과 바지를 입고 춤을 췄고, 솔 CF에서는 핫팬츠를 입고 물에 젖은 채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한다. 그 사이 ‘이상하자’에서 설현의 얼굴을 잡던 카메라는 루나 CF에서을, 솔 CF에서는 얼굴부터 골반에 이르는 라인을 보다 부각한다. SK텔레콤이 설현의 캐스팅 직후 이 CF들을 동시에 기획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루나 편은 음악과 춤을 통해 설현의 몸을 드러냈다. 콘셉트인 달을 상징하는 황량한 배경도 강조했다. 반면 솔은 설현의 몸을 섹시하게 부각하는 데만 집중한다. 태양이 콘셉트라는 점은 거의 전달되지 않는다. 설현이 땅에 누워 묶여 있는 광고 사진은 소설 [걸리버 여행기]의 걸리버가 묶여 있었던 것과 유사하게 연출됐다. 그러나 해변에서 조난당한 상태였던 걸리버와 달리 이 사진에서 설현은 몸의 라인이 잘 드러나는 원피스를 입었다. 광고에서 콘셉트를 보여줄 맥락은 사라진다. 콘텐츠에서 ‘짤’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 자체가 ‘짤’의 모음이 됐다. 오직 설현의 몸,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부분만을 모아서 대중을 자극한다. 

설현 뺨치는 뒤태 좀 보소” 지난 1월 1일 SBS [토요일이 좋다] ‘백종원의 3대천왕’에서 불판 위에 삼겹살이 구워질 때 나온 자막이다. ‘’과 SNS의 여론 등으로 대중의 관심이 무엇인지 보다 빠르게 알 수 있는 시대에, 광고는 맥락 없이 젊고 아름다운 여자 연예인의 몸으로 즉각적인 반응을 이끌어낸다. 그중에서도 설현의 뒷모습처럼 가장 쉽게 주목받을 수 있는 몸의 일부가 강조된다. 설현의 인격과 몸이, 다시 그 몸이 조각조각 나뉘어 분리되는 과정. 연예인이 섹시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그것을 소비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것이 대중이 원하는 엔터테인먼트의 한 속성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몸을 요리 중인 동물의 ‘부위’와 비교하는 것은 엔터테인먼트가 아니다. 이것은 단지 여자의 몸을 나누어 품평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시선이 반영된 결과다. 그리고 지금의 한국은 대기업 광고와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그 시선을 확인할 수 있다. 

설현이 계속 몸매만 주목받는 상황에 놓이지는 않을 것이다. 일련의 CF로 화제성을 얻은 그에게는 보다 복합적인 이미지를 얻을 기회가 생길 것이다. 다만 설현에 이은 또 다른 ‘대세’들은 비슷한 과정을 거칠 것이다. ‘짤’로, 기사의 사진 단 한 장으로도 주목받을 수 있다. 연예인에게 그것은 기회일 수도 있다. 그러나 대신 그의 몸은 직접적으로 대중을 자극해야 하고, 미디어는 그의 몸을 조각조각 나뉘어 평가받을 것이다. 그리고 콘텐츠는 점점 더 몸, 그중에서도 한 부분에 집착한다. 2016년 1월 1일이 “설현 뺨치는 뒤태 좀 보소”로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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