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은 버려지고 또 버려졌다

2016.02.29
2015년까지 지속되던 우수문예지발간지원 사업이 올해로 폐지되었다.

문화예술위원회가 올해부터 우수문예지 발간 지원사업을 완전히 폐지한다는 소식을 듣고, 출판사에 다닐 때 만들었던 두 권의 문학잡지를 떠올렸다. 한 권은 문학 계간지였고, 한 권은 청소년 문학 잡지였다. 지원금이 있었음에도 끝내는 둘 다 폐간되었다. 회사에 큰 손해를 끼친 다음이었다. 문학잡지는 광고 수익으로 운영되지 못하고, 그렇다 보니 잡지에서 파생되는 단행본을 장기적으로 기다리며 버텨낼 수 있는 규모의 자본만이 만들 수 있다. 여러 차례에 걸쳐 문예지 지원사업이 축소되었을 때마다, 낙엽이 지듯 중소 잡지들이 폐간된 이유다. 이제 또 얼마나 많은 잡지들이 마지막 호를 발행하게 될까?

모든 문예지가 유일무이하게 가치 있어서 무조건 지원해줘야 한다고 말하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큰 회사에서 만드는 소수의 잡지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2015년 문학계의 화두였던 ‘문단권력’ 문제를 더 공고하게 만들 셈인가? 작년 내내 그에 대해 생각하면서 문학계의 온 관심이 항상 집중되어 있는 문학 3사를 어찌하려 하기보다는, 대항할 만한 규모로 7개의 출판사와 7개의 잡지를 더하여 성장시킬 수 있다면 자연스러운 해결책이 될 거라고 믿었다. 그랬기에 우수문예지 지원사업 폐지가 더더욱 유감스럽다. 시장 개발을 위해서라고 말은 하지만, 시류도 시장도 읽지 못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작가들의 생계와 직결된 지면들이 사라질 것이고, 비평과 담론의 장도 위축될 것이며, 문학 생태계는 더 악화될 것이다.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사업 예산도 10억에서 3억으로 줄인다고 함께 발표되었는데, 이 역시 우려되는 건 마찬가지다. 작가들이 창작기금에 의존했다는 말이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의존할 만큼 많이 주지도 않았고, 고루 나눠 받지도 못했다. 아주 보조적인 수준, 가끔 숨통을 틔워주는 수준이었던 지원마저도 축소하면서 작가들 탓을 하다니 속상하다. 거기다가 지원 요건을 만 36세 이상·등단 5년 이상으로 제한하고, 심의방식도 ‘작품 무기명 심사’에서 ‘작가 기명 문단 추천’으로 바뀐다는 부분이 특히 받아들이기 어렵다. 개인적으로 2013년 문화예술위원회에서 등단 5년 이하 작가를 지원했던 AYAF 프로그램을 통해 2백만 원을 받은 적이 있는데, 많지 않은 돈이었지만 응원을 받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장르 작가에 대한 선입견이 아직 분명히 존재하기에, 무기명 심사가 아니었더라도 뽑혔을지는 확신할 수 없다. 이름 없이, 오로지 작품을 보는 심사만이 공정하다.

지면도 줄어들고 지원금도 줄어드는 흐름 속에 가장 걱정되는 것은 젊은 세대의, 다음 세대의 작가들이다. 한국문학출판계의 여러 문제점들은 문학의 특질에서가 아니라 한국의 특질에서 비롯된다. 어느 영역과 마찬가지로 한정된 자원이 젊은 세대에게 재분배되지 않는다는 점이 다른 문제들에도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원래도 신인들은 지면을 많이 얻지 못했다. 지면이 줄어들면 더더욱 얻지 못할 것이다. 지원금 역시 신인들에게는 적은 액수가 가끔 돌아갔다. 이제 그마저도 아예 없어질 모양이다. 신인 육성을 완전히 시장에 맡겨서는 다음 세대가 거의 공동에 이를지도 모른다. 출판사들에겐 신인 육성이 우선 목표가 되기 어렵다. 수십 명 중에 1명이 살아남을까 말까 한 도박이고, 남는 장사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결국 사정이 좋은 출판사들이 인색하게 고르고 고른 소수의 신인만이 살아남게 될 것이다. 열악한 환경에서 젊은 작가 층을 두텁게 성장시키지 못하면 독자와의 괴리가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 자명하고 말이다. 최근엔 새로운 작가들이 태어나지 못하고, 발견되지 못하고, 버텨내지 못하는 걸 한국 사회가 내심 은근히 바라고 있는 게 아닐까 의심하고 있다. 누가 이 의심이 피해망상이라고 말해주면 좋겠다.

문화예술위원회를 원망하지는 않는다. 기금이 바닥났다니 손이 묶였을 것이다. 자세한 내부 사정은 몰라도 인사이동과 사업 이관의 소식들을 종합해볼 때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었던 듯하다. 하지만 다른 방식으로 재정을 확보해주지 않아 지금 이 사태에 이르게 한 문화체육관광부엔 책임을 묻고 싶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전체 예산은 전년인 2015년 대비 10퍼센트나 증액되었다는데, 문화예술위원회의 재정 문제를 정말로 해결해줄 수 없었나? 이번 결정의 성격은 사실상 그간 모든 사안에 있어 앞장서서 발언해온 문학계에 대한 보복과 탄압이 아닌가 싶다. 정부가 문학계를 눈엣가시처럼 여기고 문학계 지원에 대한 일관된 정책도 내놓지 않는 와중에 돌아서면 콘텐츠 산업 활성화를 외치고, 해외 진출을 해서 노벨 문학상을 받아오라 외치는 게 너무나 분열적으로 느껴진다.

문학은 버려지고 또 버려졌다. 한국문학계도 한국의 다른 부분들처럼 온갖 병폐를 가지고 있기에 남 탓만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지원이 계속 끊겨간다면, 모국어로 된 문학이 죽은 사회, 동세대 작가와 동세대 독자가 만날 수 없는 사회가 코앞이다. 서유럽이나 북유럽처럼 작가들을 복지제도 깊숙이 끌어안아주는 것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시장이 기형적일 때 개입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빈약한 핑계를 대지 말고, 시장이 지금보다 정상화될 때까지만이라도 역할을 방기하지 않았으면 한다.

멸종 직전의 희귀종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그 희귀종의 서식지 전체를 보호해야 하는 것처럼, 토대 없이 뛰어난 소수만 살아남는 시장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인정하고 폭넓은 지원을 계획해야 할 때다. 설령 지면을 얻고 지원을 받은 수십 명 중에 1명만이 끝내 살아남는다 해도, 나머지 모두의 웅성거림 자체가 문학이다. 그 웅성거림이 잦아들게 둔다면 그다음엔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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