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맨 대 슈퍼맨]의 벤 애플렉, 더 이상 슬퍼하지 마요

2016.03.31
할리우드에서 벤 애플렉이 안 해 본 것은 거의 없다. 누군가 체크 리스트를 들고 미리 설계해둔 게 아닐까 싶을 정도. 아역 배우? 체크. 그저 그런 조역들을 전전했던 무명 시기? 체크. 블록버스터 단골 주연으로서의 전성기? 체크. 시끌벅적한 공개연애로 인한 과다노출과 이에 따른 슬럼프? 체크. 감독으로서의 제2의 인생 시작? 체크. 심지어 오스카도 이미 두 개나 받아두었다. 8살에 만난 절친한 친구 맷 데이먼과의 우정도 여전히 끈끈하다. 이러니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이하 [배트맨 대 슈퍼맨])의 캐스팅이 공개되자 사방에서 터져 나온 불평도 이해는 된다. “아니 벤 애플렉이 굳이 배트맨까지 해야 돼?”

슈퍼 히어로가 마지막 남은 미개척지도 아니었다. 10년도 전에 찍었던 [데어데블]이 아직도 끈질기게 놀림 받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역시 뚜껑은 열어봐야 안다고, 새로운 배트맨은 예고편 공개 후의 반응이었던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를 훌쩍 뛰어넘었다. 서글서글한 청년으로 시작해 산전수전 다 겪고 중견 배우가 된 벤 애플렉은 오랜 싸움 끝에 환멸에 빠진 브루스 웨인을 설득력 있게 묘사해낸다. 왜 모두의 반대를 무릅쓰고 잭 스나이더 감독이 그를 고집했는지 알 것도 같다. 일일이 지시하지 않아도 제 몫을 해내는 노련한 프로 선수처럼, [배트맨 대 슈퍼맨] 속 벤 애플렉은 카메라가 시종일관 황홀하게 슈퍼맨을 훑어 내리는 동안 혼자서 열심히, 알아서 잘 한다. 크리스찬 베일의 배트맨과는 완전히 다른 인물로 느껴지는 것도 결코 작지 않은 성과. 영화의 평은 엇갈리고 있지만 ‘최악의 슈퍼 히어로’ 2관왕은 확실하게 피했다. [배트맨 대 슈퍼맨]를 가장 신랄하게 평가하는 관객들의 눈에도 ‘벤트맨’은 무죄다. 그러니 더 이상 슬퍼하지 말아요, 벤 애플렉.


[Warning] 뉴욕 양키스는 죽어도 안 돼!
새 영화를 감독하기 전 꼭 데이빗 핀처 감독의 작품들을 복습할 정도로 그를 존경한다는 벤 애플렉이지만 [나를 찾아줘] 촬영 당시 두 사람은 크게 부딪혔다. 고향 보스턴에 대한 애정이 대단하고 보스턴 레드삭스의 열렬한 팬인 벤 애플렉이 뉴욕 양키즈 모자를 쓰기를 거부한 것이 원인. 무려 4일간이나 촬영을 중단해가며 지속된 이 팽팽한 대결은 결국 뉴욕 메츠 모자라는 중립적인 대안이 등장하고 나서야 겨우 마무리되었다. 완벽주의자로 유명한 데이빗 핀처 감독은 이후 몇 번이나 공개적으로 언짢은 심정을 드러냈지만 어쨌든 골수 보스턴 레드삭스 팬으로서의 벤 애플렉의 자존심은 지켜진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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