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리티

인생은 장범준처럼

2016.04.04
MBC [무한도전]·KBS [유희열의 스케치북]. 최근 장범준이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 두 편만 봐도 그의 현재 위치를 알 수 있다. 2014년 결혼 이후 TV 출연은 물론 그 어떤 인터뷰조차 하지 않았지만, 앨범 발매와 함께 가장 대중적인 예능과 음악 프로그램에 당장 출연할 수 있는 뮤지션. 개인기를 선보이거나 숨겨진 사연 같은 건 굳이 털어놓지 않아도 된다. 두 프로그램에서 장범준이 한 일은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자신의 음악과 인기에 관해 약간의 이야기를 한 것뿐이었다. 그리고 그는 지금껏 왜 TV에 출연하지 않았냐는 박명수의 질문에 느릿느릿 대답했다. “아, 그냥…. 신비주의는 아닌데 굳이 나갈 필요가 별로 없더라고요. 방송에 안 나와도 노래를 들어주시니까. 수입이 계속 들어오니까.”

음원 전체 매출이 46억 원이라는 ‘벚꽃 엔딩’의 작사·작곡가이고, 덕분에 거의 모든 연령대가 이름을 알 수 있을 만큼 인지도 높은 가수가 됐다. 장범준은 사람들이 싱어송라이터라는 말에서 떠올릴 법한 고결한 음악가의 이미지를 유지하는 동시에 가장 상업적이며 대중적인 자리에 오르기도 한 존재다. ‘벚꽃 엔딩’에서 누구나 아름답다고 여길 벚꽃 흩날리는 장면을 화사하게 그려냈듯, 그는 서울 사는 이들의 고단함을 가사로 풀어내거나(‘서울사람들’), 사랑과 결혼을 둘러싼 이런저런 생각들에 대해 털어놓는(‘그녀가 곁에 없다면’) 등 사람들이 인생에서 느끼는 보편적인 정서를 음악으로 영리하게 풀어낸다. 심지어 그의 구수한 보컬은 어느 대학가 오래된 술집의 풍경처럼 올드하면서도 약간의 향수를 낭만적으로 덧씌우기까지 한다. 지금 당장은 물론, 10년 뒤 미사리 어느 카페에서 20대부터 70대까지 ‘떼창’을 한다 해도 어색하지 않을 노래들을 직접 만들고 부르는 사람, 그것이 장범준이다.

그리고, 오랜만에 대중 앞에 선 그는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태도를 유지한다.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는 사실을 당당하게 드러내지만 새 앨범 홍보를 위해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다는 것 역시 숨기지 않는다. 자신의 목소리나 음악의 퀄리티가 다소 부족하다는 점을 솔직하게 밝히면서도 MR로 축가를 불러야 한다면 프로젝트에서 빠지겠다고 장난스럽게 거절한다. “(아내와) 갑자기 만났는데 (아이가) 생기진 않고, 사랑을 하니까” 생겼다며 부끄러워하지만 그 이상 사생활을 공개하지는 않는다. 큰 성공을 거둔 뮤지션으로서 부담스러울 정도로 겸손하거나 거만하게 보이지 않는 선을 알고, 무엇보다 하고 싶은 것과 하기 싫은 것을 철저히 분리할 수도 있다. 얼마 전, 장범준의 서울 공연 티켓은 추가분까지 매진됐다. 신곡 ‘사랑에 빠졌죠(당신만이)’는 KBS [태양의 후예] OST를 밀어내고 음원차트에서 1위를 지키는 중이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앨범 설명을 직접 쓰고, 게릴라 버스킹을 하고, 유튜브에서 기타 치는 방법을 친근하게 가르쳐준다. 음악이든 인생이든 낭만이 있기 어려운 시절, 장범준은 낭만과 여유의 마지막 아이콘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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