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스 101]의 11명은 꽃길만 걸을 수 있을까

2016.04.04
101명의 여자 연습생이 데뷔를 목표로 경쟁했던 Mnet [프로듀스 101]이 지난 4월 1일 11명의 데뷔 멤버를 결정하고 막을 내렸다. 세 시간 가까이 방영한 마지막 회 시청률은 4.4%(닐슨코리아 기준)로 케이블 예능 프로그램으로서는 상당히 높은 수치였고, 데뷔 멤버를 가리기 위해 진행된 생방송 문자 투표는 초반에 이미 30만을 넘어설 만큼 많은 관심을 모았다. 5월에 IOI(아이오아이)라는 이름으로 데뷔할 11명의 연습생들은 이미 여느 걸 그룹 이상의 관심과 인기를 얻고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반드시 성공을 보장한다고 하기에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

표절 논란이 일 만큼, [프로듀스 101]이 데뷔 멤버를 선발하는 방식은 일본 걸 그룹 AKB48의 총선거와 비슷했다. 하지만 AKB48의 총선거는 매년 총선거 싱글을 위해 열리는 이벤트다. 순위권에 들지 못해도 방출되거나 하지 않는다. 멤버들이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기간은 1년으로, 멤버들은 방송 프로그램은 물론 SNS와 극장 공연, 악수회 등 다양한 방식으로 팬들과 직접 접촉한다. 반면 [프로듀스 101]의 출연자들은 짧은 기간 매주 방송을 통해 자신을 어필해야 했고, 세 번의 순위 발표식을 통해 계속 방출 멤버가 정해졌다. 출연자들은 당연히 대중에게 어필하기 위해 모든 것을 짜내야 했고, 이 과정에서 다른 경쟁자들과 갈등하는 모습도 보였다. 극심한 이미지 소비를 겪을 수밖에 없다. 또한 김소혜처럼 부족한 실력을 노력으로 극복하는 성장서사의 핵심은 [프로듀스 101]의 투표에 있었다. 김소혜의 성장을 흥미롭게 본 팬들은 투표로 그를 지지했고, 투표 결과는 김소혜가 부족한 실력과 별개로 주목받을 수 있는 근거가 됐다. 그러나 국민 프로듀서라는 이름 아래 특수한 구도를 형성했던 시청자와 연습생의 이 구도는 이제 일반적인 아이돌과 팬의 관계로 돌아갔다. AKB48처럼 11명의 멤버가 다시 투표를 할 일도, 김소혜가 예전보다 잘한다는 것만으로 어필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다.

매주 정기적으로 시청자들을 끌어모으고 관계를 설정하는 [프로듀스 101]이 끝난 상황에서, 새로운 세일즈 포인트를 잡아내 전략을 짜는 것은 문자 그대로 ‘프로듀스’를 할 소속사의 일이다. 그러나 IOI는 멤버마다 소속사가 다르다. 게다가 프로그램을 기획한 CJ E&M은 YMC 엔터테인먼트(이하 YMC)에 관리를 위탁, 그룹 매니지먼트가 어떤 식으로 구성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불분명하다. AKB48도 멤버들은 각각의 엔터테인먼트 회사 소속이지만, 프로듀서 아키P가 그룹 전체의 방향을 주도하며 정체성을 유지한다. 반면 IOI의 경우 지난 3월 5일 [프로듀스 101]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프로듀스101 데뷔 콘셉트 & 그룹명을 공모합니다’라는 공지를 내놓았다. 4월 1일 IOI를 그룹명으로 확정하며 그 이유로 “팬들의 의견을 많이 반영한 그룹명을 만들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민 프로듀서라는 이름으로 소속사의 일이 시청자에게 떠넘겨진 셈이다. 이미 4월 초부터 시작된다던 IOI의 활동은 5월 초로 미뤄졌고, 10회와 11회에서 이들의 데뷔곡으로 공개되었던 ‘Crush’는 새로운 곡으로 대체 될 예정이다. 게다가 11명이라는 멤버 수 때문에 이해관계가 각자 다른 소속사 중 어느 하나라도 활동 방식에 반대하면 활동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다. 방영 중 일었던 논란과 별개로 [프로듀스 101]은 상업적으로 성공한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그러나 CJ E&M이 인기 걸 그룹을 만들어낼 능력이 있는가는 별개의 문제다. Mnet [슈퍼스타 K]의 출연자들 중 대부분은 방영 중일 때가 최고의 순간이었다.

“앞으로 꽃길만 걷게 해줄게.” 11명의 멤버 중 한 사람이 된 김세정은 첫 번째 순위 발표식에서 1위 소감으로 가족에게 이 말을 전했다. 국민 프로듀서로 불렸던 시청자가 각자 응원하는 출연자에게 전하고픈 마음도 이와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울고 웃는 출연자들을 향한 이 애틋한 마음 뒤에는 화제성을 쫓을 뿐 책임을 방기한 이들이 존재한다. 당장의 화제몰이를 위해 미래를 내다보지 않는 그들이 있는 한, 소녀들 앞에 꽃길만이 기다리고 있는지는 조금 더 두고 봐야 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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