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지상주의]│③ 인기 웹툰들은 ‘일진’을 어떻게 그리나

2016.04.05
학원 웹툰의 시대다. 절대적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외모지상주의]를 비롯해 현재 네이버 웹툰에선 [복학왕]의 뒤를 이어 수요일 2위인 [연놈], 목요일 1위인 [연애혁명], 토요일 1위인 [프리드로우] 등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학원물이 다른 장르와 비교해 월등한 인기를 얻고 있다. 이들 작품은 과거 출판만화 시절의 학원 액션물이나 순정만화와 비교해 현실 속 고등학생들의 생태와 감정을 훨씬 리얼하게 재현해내며 웹툰 주 독자층인 13-18세대의 지지를 얻고 있다. 하지만 폭력에 반대한다면서 실제로는 주인공 박형석을 비롯한 재원고등학교의 ‘일진’들을 미화했다는 비판을 받는 [외모지상주의]처럼, 이들 인기 학원 웹툰은 소위 좀 노는 아이들의 생활을 담아내면서 작가의 의도와는 별개로 ‘일진’에 대한 동경을 자극한다. 큰 힘엔 큰 책임이 따른다는 말처럼, 10대들의 큰 지지를 받는 학원 웹툰 안에서 지금보다는 작가들의 성찰이 더 필요해 보이는 지점들을 체크해보았다.

[프리드로우]
대표 일진: 한태성, 신철민, 박덕진, 이재호, 이지훈

[프리드로우] 첫 화는 언제 봐도 인상적이다. 도봉산중학교 4대천왕이자 강냉이 머신이라 불리던 주인공 한태성이 과거를 정리하고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첫날, 그를 배웅하기 위해 모인 중학교 후배들의 건달 흉내와 그런 후배들을 부끄러워하면서도 “도봉산 중학교의 미래는 너희에게 달려 있다”고 말해주는 태성의 허세는 그 자체로 ‘일진’과 그런 ‘일진’을 미화한 학원물에 대한 조롱이자 패러디였다. 폭력서클인 샤벨타이거 멤버들의 쓸데없이 진지한 대화를 오글거리는 것으로 표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일진’의 굴레에서 벗어나 만화가로서의 꿈을 실현하겠다던 태성과 그런 그에게 제대로 된 청춘의 즐거움을 일깨워주겠다던 선배 구하린은 정작 갈등이 벌어질 때마다 ‘일진’으로서의 정체성으로 위기를 돌파한다. 특히 납치당한 친구들을 구하기 위해 태성과 신철민이 국내 최강 깡패 학교인 인봉고등학교를 둘이서 쳐들어가는 에피소드는 경찰을 불러야 하지 않느냐는 철민의 너무나 당연한 요구를 무시한 채, 태성의 엄청난 전투력을 과시하는 데만 집중한다. 철없는 과거를 반성한다지만 정작 여학생들이 음모를 꾸밀 때마다 주먹을 휘둘러 해결하는 하린이 작품 안에선 시원시원하고 솔직한 성격으로 묘사되는 것 역시 폭력에 대한 너무 안일한 태도로 보인다. 이것은 윤리적인 문제인 동시에 신선했던 초기 [프리드로우]의 미덕이 사라지며 빤한 학원물로 퇴행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다시 말하지만, 첫 화는 언제 봐도 인상적이다.

[연애혁명]
대표 일진: 이경우

사실 [연애혁명]의 232 작가는 아이들이 속어를 쓰고 거칠게 노는 모습을 리얼하게 재현하는 것에 비해 ‘일진’에 대해서만큼은 비판적인 입장을 유지하는 편이다. 그 스스로 “그런 모습에 대해 한 번도 멋있거나 아름답게 포장한 적 없다.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려 할 뿐, 오히려 ‘일진’ 혹은 ‘일진’ 근처에서 노는 최정우 등에 대해서는 정말 양아치처럼, 비뚤어진 허세와 악의를 최대한 담아낸다”고도 했다. 실제로 주인공 공주영과 왕자림은 ‘일진’과 거리가 멀며, 자림의 과거를 담아낸 에피소드에서 ‘일진’ 무리에 속한 정우는 자림을 유혹했다가 바람피운 게 들켜 차이자 “걸레 같은 년”이라 말하는 망종으로 그려진다. 주영의 베스트 프렌드이자 미남인 인기 캐릭터 이경우가 중학교 시절 막 나가는 ‘일진’이긴 했지만 과거는 청산하고 크게 문제를 일으키지도 않는다. 문제는 종종 주인공을 능가하는 경우의 존재감 중 상당 부분은 한때 놀았다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는 것이다. 최근 그의 과거를 그린 에피소드는 경우의 ‘일진’ 시절이 얼마나 막장이었는지 말해주지만, 그가 잘나갔던 과거를 무기 삼아 다른 학교 ‘일진’에 맞서 초등학생을 도와주는 모습이 멋있게 그려지는 건 자칫 그 과거에 대한 동경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마찬가지로 자림의 중학교 시절, 확실한 ‘일진’이자 약한 아이들을 괴롭히던 박하나가 자신과 자림에 대한 헛소문을 퍼뜨린 노승희를 구타하는 장면이 징벌적 쾌감으로 이어져 “노승희 X맞으니까 속이 후련하네” 같은 베스트 댓글이 달리는 상황은 작가 의도와는 별개로 독자가 ‘일진’의 힘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케이스다. 서사 안에서 폭력의 역할에 대해 작가가 더욱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연놈]
대표 일진: 한시아, 백소연, 최은욱, 정슬기
“니가 더 양아치 같아.” 복학한 백소연에게 욕을 한 남학생을 한시아가 구타하자 소연은 시아에게 이렇게 말한다. 주인공 시아가 현재 소문 안 좋은 ‘일진’이고, 소연은 중학교 시절 꽤 유명했던 ‘일진’이었지만, [연놈]은 좀 노는 것과 양아치 같은 것 사이의 거리를 두는 방식으로 폭력 미화의 혐의를 피해간다. 주요 캐릭터들이 담배를 피우고 서로 거친 비속어를 쓰는 것 역시 [프리드로우]와 [연애혁명]이 그러하듯 동시대 학생들의 모습을 좀 더 디테일하게 재현하기 위한 장치로 기능한다. 그런 면에서 3년 만에 재회한 시아와 소연의 애틋한 러브스토리를 중심에 놓고 감정의 ‘밀당’을 섬세하게 그려내는 [연놈]을 ‘일진’ 만화라 말하는 건 무리가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양아치 같은 것과 좀 거칠게 노는 것의 구분은 상당히 자의적이다. 가령 과거 소연의 베스트 프렌드였던 정슬기가 소연 반의 뒷문을 막아서고 그 문을 지나가려는 후배에게 “아, 씨ㅂ 앞문은 뭐 시멘트 발라놨냐”라고 말하는 장면은 관점에 따라 얼마든지 양아치 같은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럼에도 [연놈]은 시아의 폭력과 달리 슬기의 행동에 대해선 얼마든지 그럴 수 있는 것처럼 묘사한다. 즉 ‘일진’ 혹은 좀 노는 부류를 미화하진 않지만 좀 노는 부류이기에 학교에서 누리는 어떤 기득권을 쉽게 용인한다. 앞의 두 작품과 비교해도 폭력 묘사가 별로 없음에도 불구하고 [연놈]이 좀 더 기만적으로 보이는 건 그래서다. 용인되는 폭력의 범위는 작가가 그렇게 쉽게 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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