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지상주의]│① 대중을 기만하는 1등 웹툰

2016.04.05
“대중들은 지들이 좋아하는 것만 밥상에 올려줘야 먹는당께.” 현재 네이버 조회수 1위를 기록 중인 웹툰 [외모지상주의] ‘축제’ 편에서 뛰어난 랩 실력을 지녔지만 못생긴 편덕화 대신 주인공이자 잘생긴 박형석에게 명함을 건네는 대형 기획사 사장은 이렇게 말한다. 제목 그대로 사회에 만연한 외모지상주의를 보여주고 비판하기 위한 이 장면은, 하지만 어떤 면에선 [외모지상주의]라는 작품이 실제 대중에게 취하는 태도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못생기고 힘도 약해 심한 괴롭힘을 당하다가 전학을 선택한 주인공 형석(이하 형석A)이 잠이 들 때마다 잘생기고 강한 육체를 얻어 새로운 형석(이하 형석B)의 삶을 병행한다는 설정에서 출발하는 이 작품은 설정 자체의 통쾌함부터, 다양한 스타일의 꽃미남들, 여성 캐릭터들의 노골적인 노출, 만화 [홀리랜드]를 연상시키는 학생 파이터들의 액션, 형석B에 대한 홍재열의 동성애적인 코드, ‘중고나라’와 아프리카 TV BJ 등의 동시대적인 이슈까지, 다양한 취향을 고려한 요소들로 빼곡하게 채워진 종합선물세트다. 해당 작품을 연재 중인 박태준 작가는 블로그를 통해 “제가 생각하는 만화는 오로지 재미있는 것 하나”라며 대중적인 재미를 가장 고려한다고도 말했다. 이처럼 [외모지상주의]는 작품 안에서 대중을 외모지상주의에 빠진 존재들이라 비판하는 동시에, 작품 바깥에선 대중의 사랑을 받는 걸 최우선으로 한다. 이 모순은, 쉽게 봉합되지 않고 삐걱댄다.

작품이 표방하는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문제의식, 더 나아가 못생기고 약한 누군가를 짓밟는 폭력의 양상에 대한 문제의식이 거짓은 아닐 것이다. 약자이자 못생긴 형석A를 타깃 삼아 집중적으로 괴롭히는 것은 실제 학교에서도 볼 수 있는 사례다. 비록 형석A가 처음 본 이진성과 김미진에게 커피라도 한잔하자고 무리하게 친한 척을 하다가 진성에게 두들겨 맞는 장면은 상당히 작위적이지만, 벗어날 수 없는 폭력의 굴레에 절망하는 피해자의 심정을 [외모지상주의] 초반부는 상당히 밀도 높게 그려낸다. ‘축제’ 편에서 사람들의 편견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재능을 믿고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덕화의 이야기는, 덕화라는 인간의 강인함을 독자에게도 납득시켰다는 점에서 상당히 훌륭한 에피소드다. 하지만 앞서 말한 [외모지상주의]가 품은 모순 안에서 작품의 스토리와 연출은 작가의 좋은 의도를 배신한다. 잘생긴 형석B를 둘러싸고 여성 캐릭터들이 기 싸움을 벌이거나, 형석A이던 시절 자신을 괴롭혔던 진성을 형석B가 싸움에서 꺾는 것처럼, [외모지상주의]의 서사는 기본적으로 복수의 통쾌함에 의지한다. 복수의 주체는 형석A가 아닌 B다. 여기까진 독자에게 문제의식을 전달하는 장치일 수 있다. 문제는 그 이후 형석B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가 결국 그와 그의 무리인 진성·바스코(이은태)·재열의 외형적인 매력에 기대고 또한 강화하는 방식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외모지상주의]는 외모지상주의에 찌든 세상을 비판하는 소위 ‘사이다’의 쾌감을, 정작 외모가 우월한 인물들의 매력으로 전달한다.

학교 폭력을 비판하는 [외모지상주의]가 결과적으로 학교 ‘일진’을 미화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른 동네 ‘일진’에게 중고 거래 사기를 당하고 얻어맞기까지 한 친구를 위해 형석B·진성·바스코가 출동하는 ‘중고라나’ 에피소드는, 주인공들의 싸움이 방어적이었다는 것을 고려하더라도 그들의 싸움을 멋있는 것으로 묘사하고 그 승리를 만끽한다는 점에서 결국 폭력을 미화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물론 이것은 기존의 학원 액션 만화인 [짱]·[크로우즈] 등에서도 반복됐던 문제지만, 이들 작품은 최소한 학교 대 학교의 ‘일진’ 대결로만 이야기를 축소해 장르적 문법과 만화 바깥의 현실을 분리시켰다. 작품의 출발부터 부당한 폭력의 피해자를 중심에 놓았던 [외모지상주의]의 ‘일진’ 미화가 훨씬 기만적인 건 그래서다. 역시 학교에서 잘나가는 아이들을 그리지만, 좋아하는 아이에게 고백했다가 차이고 다른 학교 아이들에게 시비 걸다가 두들겨 맞고 치아가 부러졌던 [패션왕]의 비루함과 비교해 [외모지상주의]의 폭력 묘사는 통쾌하고 스타일리시하게 묘사된다. 과거 사이코패스 스릴러 [우월한 하루]를 연재했던 팀 겟네임의 김칸비 작가는 “살인마인 권시우를 다른 캐릭터에 비해 너무 잘생기게” 그린 것을 후회하며 “누군가 작품 속의 악인을 보고 멋있다고 느끼면 곤란하다”고 말한 바 있다. 비주얼 매체인 만화 안에서 대상을 어떤 느낌으로 그리거나 연출하느냐는 그 자체로 하나의 메시지로 기능한다.

안타까운 건, 이러한 모순을 억지로 봉합하는 과정에서 작품의 윤리적인 결함이 더욱 도드라진다는 것이다. 작가는 형석B가 형석A로서 겪었던 여러 폭력과 억울함을 우월한 외모와 정의로운 폭력으로 해결하는 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그 반대편을 그렇게 당해도 싼 존재들로 납작하게 그려낸다. 형석A가 버스 옆자리에 앉으려 하자 젊은 여성이 혐오스러운 표정을 짓는 장면 같은 것은 사실 극단적이다 못해 역으로 여성에 대한 편견을 강화하는 수준이며, 형석A와 어머니가 백화점에서 산 옷을 환불하러 갔다가 오히려 직원들에게 모욕을 받자 백화점 오너의 아들인 재열이 끼어들어 백배사죄를 받는 모습은 네이트 판에서 종종 보는 자작 ‘사이다 썰’ 수준이다. 이것은 혐오의 정당화다. 작가가 정말로 혐오 정서를 가지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단지 징벌적인 쾌감도 버릴 수 없고, 독자의 눈을 즐겁게 해줄 미남 미녀도 포기할 수 없다. 그러니 박하늘이 형석B를 유혹하기 위해 파인 옷을 입고 가슴을 모으는 명백한 독자용 서비스 컷을 그리는 동시에, 그런 하늘을 얼굴만 밝히는 생각 없는 여자애로 묘사하는 분열적인 입장을 취하게 된다.

박태준 작가가 말하는 “오로지 재미있는 것 하나”의 의미가 무엇인지, 그가 생각하는 대중을 만족시키는 방법이 궁금한 건 그래서다. 불특정 다수의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해 다양한 장르적 재미를 동시대 이슈 안에 효과적으로 엮어낸다는 점에서 [외모지상주의]는 지금까지 웹툰 장르 안에서 축적된 재미의 공식을 집대성한 완전체처럼도 보인다. 하지만 그는 또한 취향과 상관없이 다수의 사람들이 자의로든 타의로든 억누르는 혐오와 징벌의 정서를 저인망으로 긁어 끄집어낸 뒤 서사적인 트릭으로 쉽게 정당화한다. 대중을 위한 작품을 만드는 것과 대중에게 가장 쉽게 먹힐 얄팍한 쾌감을 제공하는 것은 전혀 다른 영역이다. 후자야말로 대중을 “지들이 좋아하는 것만 밥상에 올려줘야 먹는” 존재로 규정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 작품은 절대적인 플랫폼인 네이버 웹툰에서 최고의 성적표를 기록하고 있다. 이것은 대중의 승리인가 패배인가. 이 작품의 인기가 부당하다고, 대중이 속고 있다고 말하려는 건 아니다. 다시 말하지만 이 작품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많은 것을 품고 있다. 다만 좋아하는(like) 것과 좋은(good) 것은 다르다. [외모지상주의]는 좋은 작품이 아니다. 그걸 혼동한다면, 그건 이 작품의 옳은 척에 속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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