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세를 경험하라

2016.05.12
숫자를 말하는 것으로 시작하자. 비욘세의 [Lemonade]는 발매 첫 주 스트리밍 포함 65만 장의 성적으로 앨범차트 1위에 올랐다. 이로써 비욘세는 데뷔작부터 여섯 번째까지 모두 1위로 데뷔한 역사상 최초의 아티스트가 되었다. 앨범에 대한 평가도 그에 못지않아서, 2016년이 1/3 지난 현재 가장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다. 일견 다섯 번째 앨범 [Beyonce]와 같은 전략, 비슷한 성공처럼 보인다. 앨범은 예고 없이 발매되었고, ‘Visual Album’으로 전 곡이 영상으로 제작되었다. 그리고 아이튠즈에서만 음원 구입이 가능했던 당시처럼, 현재 스트리밍은 타이달에서만 가능하다.

하지만 [Lemonade]는 [Beyonce]가 아니다. 그때도 의아했지만 전 곡의 뮤직비디오를 찍는다고 ‘Visual Album’이 되는 것은 아님을 모두가 알고 있다. 그래서 1시간짜리 영상으로 만든 [Lemonade]는 완전히 독립된 작품이 되었다. 물론 앨범의 수록곡을 순서대로 담고 있지만 각각의 노래는 영상의 주제와 흐름에 맞춰 소말리아 출신의 시인 ‘와샨 샤이어’의 시를 읽는 비욘세의 목소리 사이에 분절된 형태의 배경음악에 가깝다. 새 앨범에 앞서 공개되는 다큐멘터리 정도로 알려지기도 했던 [Lemonade]는, 알고 보니 [Beyonce]가 미처 완수하지 못한 비전에 도달한 작품이 되었다. 당신이 1시간짜리 영상에 깊이 집중할 때, ‘싱글과 소문(hype)에 좌우되지 않고 완성된 형태의 앨범으로 음악가와 감상자가 직접 소통한다’는 목적은 이번 앨범에서 완성된다. 12개의 노래는 트랙들을 모아놓은 앨범이 아니라 그 ‘경험’을 일깨우는 사운드트랙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Lemonade]는 직감, 부정, 분노, 무관심, 공허, 책임감, 재정비, 용서, 부활, 희망, 구원이라는 11개의 소제목으로 이어지며 남부 출신의 흑인 여성이라는 비욘세 자신의 정체성, 가정의 위기라는 개인의 문제, 그리고 인종과 성별이라는 정치적 이슈를 한꺼번에 쏟아놓는다. 개인의 차원에서 상당수의 노래들이 제이지의 불륜에 대한 분노와 화해를 노래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분노’ 챕터는 흑인운동가 말콤X의 연설을 직접 들려준다. “미국에서 가장 존중받지 못하는 사람은 흑인 여성이다. 가장 보호받지 못하는 사람은 흑인 여성이다. 가장 방치된 사람은 흑인 여성이다.” ‘부활’에서는 최근 경찰 총격으로 사망한 흑인 청년들의 영정을 안고 있는 가족들이 직접 등장한다. 그래서 [Lemonade]는 못 본 척할 수 없을 정도로 정치적이다. 너무 직접적이라 세련되지 못하다 할지라도, 그것은 의도적이다. 많은 사람이 ‘팝 스타’ 비욘세의 앨범에서 기대하거나 예상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앨범 후반부가 여성 간의, 그리고 어머니에서 자신의 딸로 이어지는 세대 간의 연대를 통하여 용서와 치유에 이를 때, 그 과정이 설득력 없는 봉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비욘세의 마지막 안전장치처럼 보이기도 한다.


지난 2월에 발표한 ‘Formation’ 싱글은 이 모든 것의 예고편이자 축소판이었다. 뮤직비디오에서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뉴올리언스 지역 홍수를 직접 가리키는 경찰차가 물에 잠기고, 경찰에 의한 흑인 총격사망 사건과 마틴 루터 킹이 지나간다. 싱글 발표 얼마 후 수퍼볼 하프타임 쇼에서 비욘세는 ‘Uptown Funk’ 노래 중간에 등장하여 ‘Formation’을 부르며 강렬한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그날 비욘세는 인종문제라는, 미국에서 가장 첨예한 문제를 미국에서 가장 유명하고, 가장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무대에서 꺼내놓은 셈이다. 그런데 3분 후, 노래가 ‘Uptown Funk’로 돌아가면 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돌아오고, 흥겨운 쇼가 마무리된다.

요컨대 ‘Formation’과 [Lemonade]는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라는 층위의 문제에서 복합적이다. 먼 나라의 음악 애호가에게는 R&B·소울·힙합·블루스·사이키델릭·컨트리·아프리칸 리듬을 한데 모아 거대한 퍼즐을 완성한 흑인 음악의 최전선일 것이다. 하이패션·남북전쟁 시대의 농장 저택·미국 남부의 고딕 화·카리브해부터 남미의 제례적 축제·70~80년대 흑인 거주 지대 촬영물과 비욘세 가족의 개인적인 기록을 결합하는 영상 언어에 집중할 수도 있. 흑인과 여성에 대한 억압을 말하며, 어머니에서 어머니로 이어온 저주를 끊어낸다는 결심과 연대에 대한 호소는 이미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애초 각각의 메시지는 모든 사람을 위하여 만들어지지도 않았고, 사람들도 자신이 원하는 것만 원하는 형태로 소비할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모든 요소가 비욘세라는 역사상 가장 성공한 흑인 여성 아티스트 안에서 어느 하나 분리할 수 없을 정도로 단단하게 결합된 결과물이라는 점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바로 그 ‘비욘세’가 아니라면 이 모두는 의미를 잃는다. 그리고 [Lemonade]는 각각의 층위에서 올해 가장 대단한 작품 중 하나로 남을 것이다. ‘들어보라’고 말할 수 없다. 경험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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