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석의 This is it

설현과 지민이 무슨 죄를 지었길래

2016.05.18
자신이 안중근 의사의 얼굴을 잘 모른다는 것을 대중에게 드러내고 싶은 한국 연예인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온스타일 [채널 AOA]는 설현과 지민이 안중근 의사의 얼굴을 모르는 것을 그대로 방영했다. “이토 히로부미”라는 제작진의 힌트에 “긴또깡”이라고 농담을 하는 지민의 발언도 곁들였다. 방영 후 설현과 지민은 사과문을 써야 할 만큼 비난받았다. 제작진이 이런 상황을 의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들도 논란이 커진 뒤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AOA는 컴백을 앞둔 시점이었고, [채널 AOA]의 주인공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제작진은 문제의 장면을 그대로 내보냈다. 연예인의 이미지에 대해 신경 쓰지 않거나, 신경 쓴다 해도 재미있다고 판단되는 에피소드를 살리는 것이 더 중요하거나. 어느 쪽이든, AOA는 협업하는 제작진에게 배려받지 못했다.

“… (전략) 정답을 알고 나서 보니 몇 분은 성함과 행적을 아는 분들이었지만 얼굴을 보고 맞히지는 못했습니다. 왜 그런 것인지 우리 사회가 같이 고민해봐야 할 문제입니다만 비난받을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14일 김광진 국회의원이 한국의 역사적 인물들의 사진과 함께 쓴 글이다. 설현과 지민이 안중근 의사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이 ‘깨는’ 일일 수는 있지만, 그의 글처럼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그러나 채널A [돌직구]는 “AOA 설현·지민, 안중근에 “긴또깡”… 무식 인증?”이라는 인신공격적인 헤드라인을 달기도 했다. 김무성 국회의원이 흑인의 피부를 연탄에 비유하는 발언을 했을 때, 채널A가 ‘무식 인증’이라고 하지는 않았다. 예능도 시사도 모두 정치인에게 역사 지식에 대해 묻지도, 그의 발언을 비웃거나 비판하지도 않는다. 대신 연예인에게 질문하고, 틀리면 비웃거나 비난한다. 

[채널 AOA]에서의 논란 이후 채널A는 젊은 층을 대상으로 안중근 의사의 사진을 보여주며 이름을 물었다. 젊은 층이 안중근 의사의 얼굴을 모른다면 김광진 의원이 쓴 것처럼 “왜 그런 것인지 우리 사회가 같이 고민해봐야 할 문제”지만, 채널A는 단지 젊은 층을 개탄할 뿐이다. 이것은 많은 예능 프로그램이나 많은 사람이 설현과 지민 같은 걸 그룹 멤버를 바라보는 시각이기도 하다. 어느 예능 프로그램도 중년의 인기 배우에게 역사 지식을 묻거나, 그것을 모른다고 비웃지 않는다. 예능인들은 무지를 드러내도 웃고 지나가거나, 아예 캐릭터가 되기도 한다. 반면 상대적으로 어린 아이돌에게는 무엇을 아는지 묻고, 모르면 비난을 쏟아붓는다. 걸 그룹 멤버들이 대거 출연한 KBS [본분 금메달]에서 출연자들이 문제에 틀리게 답한 것은 아직도 캡처돼 인터넷에 돌아다닌다. 미디어는 안중근 의사에 대해 잘 몰랐다는 설현이 다닌 고등학교 옆에 안중근 공원이 있다는 사실까지 기사화하며 몰아붙인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도 많은 예능 프로그램의 제작진은 출연자의 이미지가 훼손되는 장면을 무신경하게 집어넣는다. 

지민은 사과문에서 “무지야말로 가장 큰 잘못”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했다. 그가 앞으로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갖는다면 그 자신에게 좋은 일일 것이다. 그러나 그가 만약 무언가 잘못했다면, 예능 프로그램에서 더 나아가서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가장 비난받기 쉬운 위치에 있다는 사실 뿐일지도 모른다. AOA는 신곡 ‘Good Luck’에서 도요타 자동차가 나온다는 이유로 또다시 논란의 대상이 됐다. 도요타는 국내에도 진출한 기업이고, 해당 자동차는 ‘Good Luck’에서는 PPL이 아닌 소품으로 등장한 것이었다. 그러나 논란의 발언 이후, AOA는 국내에 들어온 자동차를 소품으로 쓰는 것만으로도 논란의 대상이 된다. 비난받을 만해서 비난받는 것이 아니라 비난하기 쉬워서, 비난받고 있으니까 비난받는다. 수많은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언제 무슨 일이 논란이 될지 모르고, 제작진은 그들이 겪을 문제에 대해 여전히 둔감하거나, 아예 신경 쓰지 않는다. 그리고 논란이 커지면 모든 책임은 그들 탓처럼 여겨진다. 지금 젊은 연예인, 특히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야 하는 입장에 있는 이들은 이런 상황에 끊임없이 놓인다. 잘못에 대해서는 비판받아야 한다. 하지만 설현과 지민의 일이 지금처럼 난리가 날 일이었을까. 지금 그들에게 뭐라고 하고 싶다면, 필요한 것은 ‘무식 인증’이라는 수준 이하의 비난이 아니라 이 문제를 “같이 고민”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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