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석의 This is it

[아는 형님]이 노는 법

2016.06.01
JTBC [아는 형님]의 멤버들은 서로의 아픈 과거사를 거리낌 없이 놀린다. 복귀 후 인기가 예전 같지 않은 강호동은 여전히 정상인 유재석과 비교당하고, 서장훈은 이혼이, 이상민은 이혼에 빚까지 놀림거리다. 반면 그들이 매주 바뀌는 여자 게스트들에게 던지는 가장 센 농담은 흡연 여부다. 흡연에 대해 물어보면 여자 게스트는 대부분 당황하고, 멤버들은 이 반응을 바탕으로 다시 토크나 상황극을 펼친다. [아는 형님]에서 남자는 이혼·도박·빚으로도 웃길 수 있다. 그러나 여자는 흡연 여부를 굉장히 난처한 질문처럼 분위기를 잡는다.

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콘셉트로 바뀐 뒤, [아는 형님]에 출연하는 여자 게스트들은 대부분 20대이거나 때로는 10대다. 흡연은 개인의 기호지만, 한국에서 젊은 여자연예인의 흡연은 여전히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시선을 받는 편이다. 누군가 흡연사실을 밝히면 곧바로 '놀았다'는 반응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아는형님]이 여자 게스트에게 흡연 여부를 묻는 것은 이런 분위기를 재확인 시킨다. 멤버들은 흡연을 마치 몰래 숨겨야 할 일이라는 것처럼 놀리듯 물어보고, 여자 게스트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어떤 대답을 하기도 어렵다. 소녀시대의 써니처럼 곧바로 받아칠 수 있는 경우는 흔치 않다. 남자들이 다사다난했던 과거사를 서로 공격하면서 낄낄거리는 사이, 젊고, 예쁘며, 교복을 입은 여자는 흡연 여부도 말하기 어렵다. 결국 여자 게스트는 남자들의 질문에 웃으며 적당히 넘기고, 대화 분위기를 띄워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I.O.I처럼 10대 멤버가 포함된 걸 그룹일 때는 장기자랑을 시키고, 20대 이상일 때는 상황극을 벌이며 ‘형님’들이 온갖 농담을 던질 수도 있다. [아는 형님]에서 여자 게스트는 등장할 때 그 날의 주인공처럼 환호를 받지만, 사실상 ’형님’들이 원하는 세계를 완성시키기 위한 수단이다.

게스트를 어떤 식으로 활용하느냐는 제작진이 결정할 문제다. 제작진은 무엇보다 시청률을 원하기 마련이고, 개편 뒤 [아는 형님]은 인터넷에서 이른바 ‘남초 예능’으로 불리며 마니아적인 인기를 얻었다. 제작진의 전략은 상업적으로는 틀리지 않았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아는 형님]의 시청률은 지난 7일 I.O.I가 출연했을 때만 2.209%(전국유료방송가구 기준)로 2%를 넘겼다. 그 외에는 1%대다. 아직 게스트의 영향력이 크고, 종편 채널의 예능 프로그램으로서 나쁜 수치는 아니어도 좋다고 하기도 어렵다. [아는 형님]이 중간에 매번 다른 게임을 하는 코너는 현재 [아는 형님]이 시청자 확장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에 대한 단서다. 출연자들은 대부분 여자인 게스트의 뜻에 따라 철봉에 매달리는 게임을 하거나, KBS [해피투게더]의 인기 코너였던 ‘쟁반 노래방’을 하기도 한다. 여자 게스트에게 그 날의 주인공 대접은 해야 한다. 하지만 이야기에 적극적으로 참여시키지는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 버라이어티 쇼에서 볼 수 있던 게임들은 게스트를 포함한 모든 출연진들이 골고루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이다. 대신 출연자들의 이야기나 관계는 더 깊어지지 못한다. 강호동의 유재석·서장훈의 이혼·이상민의 빚은 늘 단어 차원에서만 반복되고, 출연자들의 이야기는 새롭게 나오지 않는다.

[아는 형님]은 학교를 배경으로 출연자들을 철없는 학생의 위치에 놓는다. 철없는 만큼 쉽게 타인의 과거사를 건드리지만,그것은 농담의 소재로 활용될 뿐이다. 그러니 웃음은 순간적인 농담과 상황극의 애드리브가 얼마나 터지느냐에 달려 있다. 김영철은 [아는 형님]에서 놀림당할 과거사도 없고, 상황극에 필요한 순발력도 부족하다. 하지만 게스트였던 걸 그룹 레드벨벳이 고민을 상담하는 코너에서 그들에게 진지한 조언을 하며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여자 게스트와의 보다 다양한 대화 속에서 멤버의 새로운 면모가 나왔다. 아니면 남자의 과거사를 더 진지하게 이야기하면서 회한을 담아내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아는 형님]은 어느 쪽도 선택하지 않는다. 대신 굴곡 많은 ‘형님’들이 철없이 노는 모습을 귀엽게 봐달라고 한다. 젊고 예쁜 여자들이 그들의 놀이를 지켜보게 하면서.

강호동이 출연하는 tvN [신서유기]는 중국 여행을 하기 전후에 출연자들을 모아놓고 이혼한 은지원이 “게임 하느라 가정에 소홀했다”거나 강호동이 아내에게 좀처럼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는 등 그간 나오지 않았던 이야기를 끌어낸다. 이상민이 출연하는 tvN [음악의 신]에서는 페이크 다큐멘터리 속에서 연예인과 사기꾼의 중간쯤에 있는 그의 모습을 통해 한 인간의 구질구질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예능 프로그램이 남자의 사생활만을 소재로 할 필요는 없다. 다만 이미 다른 프로그램들이 [아는 형님]과는 다른 방식으로, 남자의 과거사와 현재의 관계를 보다 깊게 끌어낸다. 출연자들이 겹치는 [아는 형님]이 할 수 있는 것은 그만큼 좁아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아는 형님]은 아직 무엇을 더 이야기할지 결정하지 못했다. 대신 매주 여자 게스트를 이야기의 소재로 소비하며 횟수를 늘려간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중년 남자들이 중심이 된 선후배 간의 동문회 회식이 있다. 그곳의 남자들은 과거를 허풍 좀 섞어 과시하기도 하고, 반대로 그것을 비웃기도 하며 수다를 떤다. 그리고, 젊고 예쁜 ‘여자 사람’을 불러 그를 대상으로 농담을 하기도 한다. 농담 중에는 담배 피우냐는 질문도 포함된다. 과연 이 회식에 가고 싶은 사람은 얼마나 될까. 그것이 [아는 형님]의 현재 위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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