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니, 무대 바깥에서 완성되는 아이돌

2016.06.07
아이돌 8년 무사고 기록. 지난 5월 25일 데뷔 8주년을 맞은 샤이니의 지난 8년을 이렇게 기념할 수 있지 않을까. ‘누난 너무 예뻐’를 부르던 빛나는 소년들이 지난 5월 일본 쿄세라돔 공연을 할 때까지 무대 위에서 한 번의 안전사고도 없었다는 걸 말하려는 건 아니다(물론 이것도 매우 중요하다). 아이돌로서 그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중요한 건 무대 바깥에서의 사건 사고다. 멤버 간 불화 및 탈퇴, 멤버의 비윤리적인 말과 행동, 사인회를 비롯한 대면 활동에서 드러내는 팬들에 대한 태도 같은 것들. 이것은 해당 아이돌에 대한 여론과 인기에 가시적인 수준의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절대적으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지만 또한 무대 바깥이기에 더더욱 관리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그리고 샤이니는 아이돌로서 결코 짧지 않은 8년이란 활동 기간 동안 멤버 변동이나 내부 불화, 개인의 비행이나 사건 사고 없이 리스크 관리를 그 어느 팀보다 완벽하게 해냈다.

샤이니가 유별나게 착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럴지도 모르지만, 그건 이미 대중이 알 수 있거나 관여할 영역이 아니다. 아이돌에게 공인 수준의 윤리성을 요구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건 무대 바깥에서의 대외적인 모습이 시간과 공을 들여 만든 콘셉추얼한 판타지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 둘은 분리되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원뜻 그대로 팬들의 우상인 아이돌은 팬들이 믿고자 하는 혹은 보고자 하는 환상을 지켜주는 것으로서 팬덤을 만족시킨다. 쿄세라돔에서 야구 유니폼을 입은 민호의 콘셉트와 여타 예능에서 보여준 예의 바른 체육 소년의 모습은 둘이 아닌 하나다. 여기에 “우린 예전에 끝났어. 돈 때문에 하는 거지”라고 한 영국 밴드 오아시스의 발언 같은 건 허용되지 않는다. 아무리 회사가 천재적인 기획과 프로모션 비용으로 한 팀을 위한 완성도 높은 서사를 제공한다 해도, 멤버 하나가 탈퇴하거나 서사에 어울리지 않는 행동을 하는 것만으로 판타지는 깨지고 쇼 비즈니스의 이면이 드러난다. 그 기준을 채우지 못했다고 팀이나 멤버를 비난할 수는 없지만, 팬덤이 이탈하고 시장에서 밀려나는 건 어쩔 수 없다. 아이돌은 극한 직업이다. 카메라가 닿고 사람의 눈길이 닿는 모든 곳을 무대처럼 여겨야 하는 직업.

샤이니의 무사고 8년이 타 아이돌을 위한 인격적 귀감은 아닐지언정, 시장에서의 모범 사례로 다뤄져야 하는 건 그래서다. 가령 2013년 생일에 팬들에게 감사인사를 하며 “저보다 조금 더 필요한 곳에 여러분이 저를 대신해 그 정성과 사랑을 나누어 주신다면 그게 제겐 가장 소중하고 더 값진 선물이 될 것 같아요”라 말한 태민의 경우처럼 예쁜 마음씨를 보여주는 것도 샤이니 막내 태민의 캐릭터와 더해져 팬들에게 큰 자부심을 준다. 하지만 모든 리스크 관리에서 더 중요한 건 무엇을 했느냐보다 무엇을 안 했느냐다. JTBC [마녀사냥]에 나온 온유와 태민이 여성관이나 연애관을 밝히는 건 5년 뒤로 유예하며 최대한 일반인 출연자 사연에만 집중한 것도 방송 자체가 평이했음에도 인상적이다. 해당 방송에서 경계를 풀었던 출연자들을 떠올려보라. 여성의 이런 모습에 끌린다고 말하는 게 문제는 아니지만, 여기서 대상에 대한 ‘평가질’이나 외모 지적으로 넘어가는 건 순간이다. 특히 최근 젠더 감수성이 대중문화의 중요한 덕목이 되었다는 점에서 샤이니 특유의 공격적이거나 센 척하지 않는 태도와 조심스러움은 더욱 도드라진다. 종현은 라디오에서 여성을 뮤즈로 칭했다가 문제가 되자, 자신의 의견을 고집하기보단 정확히 무엇이 문제인지 설명해달라고 청했다. 이것은 본인의 선하고 깨어 있는 자의식을 과시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고 그래서 더 의미 있는 장면이다. 다시 말하지만 아이돌에게 더 많은 윤리적 짐을 지울 이유는 없다. 또한 아이돌이든 누구든 윤리적으로 완벽할 수는 없다. 단지 조심스럽게 잘못을 피해나갈 수 있을 뿐이다.

팀 이름 그대로 샤이니는 데뷔 이래 항상 ‘샤이니한’ 콘셉트 안에서 무해한 소년 혹은 소년을 품은 청년의 모습을 어필했다. 이것은 화사한 이미지인 동시에 성장하는 소년들의 유쾌한 서사이기도 하다. 이처럼 흔들림 없이 아이돌로서의 지위를 이어올 수 있는 데에는 분명 소속사이자 국내 최대 최고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SM 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덕이 크다. 하지만 그 SM조차 타 그룹의 멤버 탈퇴나 멤버 개인의 비행까지 막진 못했다. 그런 면에서 샤이니는 이 시대 최고의 아이돌은 아닐지 몰라도, 가장 완벽한 개념의 아이돌이다. 아이돌의 이데아에 가장 근접한 아이돌. 요컨대 가장 마음 편히 사랑할 수 있는 대상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것은 극한 직업이다. 그리고 샤이니는 여전히 그 극한 직업을 조심스럽게, 하지만 웃는 얼굴로 수행 중이다. 처음 그때처럼, 샤이니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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