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기의 조선미술사 강의는 왜 잘못됐는가

2016.06.09
과욕이었다. 지난 5월 19, 26일 방영된 O tvN [어쩌다 어른]에서 인문학 스타 강사 최진기는 조선미술 강연에서 조선 화가 장승업의 ‘군마도’와 ‘파초 그림’을 소개했다. 그가 장승업의 천재성을 극찬하며 소개한 이 두 작품은, 하지만 전혀 다른 이들이 그린 그림이라는 게 밝혀졌고, 이에 프로그램 제작진은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실수의 핵심은 본인의 전문 분야가 아닌 영역까지 다뤘다는 것이다. 사회학과 출신이자 애널리스트이기도 했던 그는 역사, 윤리, 철학, 경제학을 가로지르는 박학으로 수학능력시험 사회탐구영역에서 가장 독보적인 강사로 군림해왔다. 하지만 미학과 미술사 영역의 조선미술은 훨씬 세분화된 전문 영역이다. 이것은, 과욕이다.

인문학 강사로서 최진기의 강점은 이미 수험생을 대상으로 한 강의로 엄청나게 훈련되고 검증된 지식소매상이라는 것이다. 다수 강연을 기획해온 강연 관계자는 “최근 40대의 필독서는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다. 그만큼 지식에 대한 요구가 높다. 그런 면에서 넓으면서도 깊은 콘텐츠를 지닌 최진기는 강연 시장에서 인기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지난해부터 JTBC [썰전] 2부에 최진기를 섭외한 김은정 PD 역시 “[썰전] 2부를 새로 기획할 때 경제 이슈를 학문적으로 분석하기보다는 좀 더 폭넓은 문화적 맥락에서 이야기할 수 있길 바랐기 때문에 처음부터 경제학의 석학보다는 대중과의 소통 능력을 지닌 분들 위주로 미팅했다”고 밝혔다. 스토리텔링이 더해진 그들의 쉽고 재밌는 박학의 전시는 한정된 강연 시간 안에 듣는 이에게 지적 포만감을 안겨주기에 적격이다. 이것은 최진기 본인에게도 중요한 명분이다. tvN 내부 관계자는 “최진기, 설민석 선생은 사실 이미 자기 분야에서 부와 명예를 다 얻은 분들이다. 그들이 굳이 방송까지 나와 성인 대상 강연을 하는 건 좀 더 많은 이들에게 본인들의 지식을 전해주고 싶다는 명분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최진기는 [어쩌다 어른]에서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에선 창의성이 중요하며 그것을 기르는 길은 결국 인문학임을 강조한다.

문제는 대중을 대상으로 창의성을 자극하는 인문학 강연의 기획과 쉽고 재밌는 지식 전달의 방법론이 종종 충돌한다는 것이다. 가령 최진기는 보드리야르의 [시뮬라시옹]을 소개하며 “아주 간단하다”는 말과 함께 실체보다 실체의 카피인 이미지가 중요한 시대임을 광고 이미지와 연결해 이야기한다. 하지만 실제 [시뮬라시옹]의 통찰은 TV를 비롯한 미디어의 범람 안에서 우리가 실체라 믿는 것이 실은 실체로부터 파생된 이미지의 세계라는 것까지 나아간다. 그 사상의 모험을 쫓는 건 결코 간단하지 않다. 최진기의 설명이 틀린 건 아니다. 입시 강의라면 알기 쉬운 요약을 통해 답을 고르게 하면 충분하다. 다만 창의력과 통찰력은 오히려 간단하게 요약되지 않는 사유의 확장성에 있다.

최근 문제가 된 [어쩌다 어른]의 조선미술사 특강은 재밌는 콘텐츠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기획과 방법론의 균열이 심각하게 드러난 사례다. 장승업의 ‘군마도’ 진위 여부 때문만은 아니다. 최진기는 조선미술의 탁월함을 쉽게 이해시키기 위해 서양의 시선으로 조선미술을 보는 것이 문제라는 전제 위에서 이야기를 진행했고, 결과적으로 서양미술을 상당히 왜곡했다. 그는 눈에 보이는 대로 그리는 서양미술과 정신을 담는 조선미술을 구분하기 위해 원근법이 강조된 르네상스 회화와 중요 인물을 크게 그린 김홍도의 ‘서당’을 대비한다. 하지만 서양 역시 르네상스 이전 눈에 보이는 대로 재현하기보다 기독교적 정신을 담고 중요한 인물을 크게 그리던 시기가 있었다. 서양미술은 단순한 재현의 미술이 아니며 재현과 표현의 변증 위에서 변주됐다. 또한 신윤복이 자부심을 드러내는 방식을 강조하기 위해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이 화가 본인을 강조한 작품이라 말한 것도 명백한 왜곡이다. ‘시녀들’이 특별한 건 화가가 자신을 앞에 드러내서가 아니라, 왕과 왕비를 자기 뒤편의 거울에 비추며 회화의 평면적 한계를 극복해내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는 전문 분야인 철학에서도 실수하는데, 서양적 사고를 설명하기 위해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명구를 인용하며 그것이 ‘나’를 강조하는 존재론이라 말한 건 ‘외않되?’만큼이나 틀린 말이다. 나와 대상을 구분하는 서구의 근대적 사고는 존재론이 아닌 인식론이며 바로 존재론에서 인식론으로의 전환을 대표하는 것이 인용한 데카르트의 명구다. 쉽고 빠르게 대중에게 조선미술의 위대함을 알리겠다는 선의 안에서 의도적으로 서구의 관점을 단순화하다가 많은 것이 생략되거나 왜곡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 면에서 이번 장승업 도판 관련 실수는 너무 뚜렷해서 쉽게 수정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라리 나아 보인다.

다시 말하지만 이것은 과욕이다. 하지만 이것을 최진기 개인의 욕심과 한계일 뿐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최진기는 [어쩌다 어른]의 다른 강연에서 “현대 인문학은 시장과 결합하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한다”고 말한다. 대중을 대상으로 한 인문학 강연 시장에선 사실이다. 당장의 유용함과는 거리가 멀어 대접을 못 받던 인문학이 스티브 잡스와 주커버그 때문에 다시 주목받지만, 또한 그 때문에 인문학의 유용함과 효율성이 강조되는 아이러니. 하지만 조선미술에 대한 개괄적 이해를 도모하고 자부심을 찾기 위해, 그 반대편에 대한 잘못된 이해가 병행된다면 과연 이 인문학적 교양이 우리 삶을 풍성하게 혹은 올바르게 이끌어준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래서 지금 최진기라는 강사의 부각과 한계는 지금 지식에 대한 사회의 욕망이 어떻게 뒤틀려 있는지 보여준다. 과연 그들이, 혹은 우리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쉽고 빠르게 이해하고 써먹을 수 있는 지식인가? 좋다. 인생을 바꿀 만한 새로운 관점과 창의력을 얻고 싶은가? 그것도 좋다. 하지만 두 가지가 동시에 가능하길 바란다면, 그것이야말로 과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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